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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벅스뮤직의 웹 사이트 옆에 있는 것은 회사명, 서비스 컨텐츠, 사이트 레이아웃까지 거의 그대로 벅스를 배껴 만든 버즈라는 웹 사이트입니다. 아마 이것이 한국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브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것은 디자인 자체의 역량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웹 사이트 기획자나 프로그래머, 웹 디자이너의 강요된 안이함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버즈와 같은 웹 사이트가 버젓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영전략이나 디자인 마인드의 문제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 혹은 처음부터 이런 기획을 선호 했으리라고 생각되는 최종 결정권자의 문제는 아니었을까요?
버즈의 컨셉은 뭘까요? 사이트명 버즈는 벅스와 거의 같은 어감이죠. 철자도 한 글자만 바꾸고, 뜻도 벌레들에서 새들로 바뀌었습니다. C.I 색체 또한 첫 글자 B를 흰색, 나머지는 오랜지색으로 하고 검은색 테두리를 두른 것이나... 사이트의 색체를 오랜지색 계열로 하여 계획한 것... 상단에 소비자의 관심분야별로 나뉜 오픈 된 매뉴바가 있고 (처음 메뉴를 음악으로 하고 흰구름에서 오랜지색 무지개가 솟아나온 것까지 똑같네요.) 밑에는 큰 박스 안 상단에 짙은 오랜지색 바에다가 비슷한 오락컨텐츠를 집어넣은 것... 오랜지 색 매인 박스 아래를 기본 4단으로 나누어 박스형으로 편집한 것 등등 똑같이 배끼기가 버즈의 컨셉인거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사회에 표절에 대한 이슈를 만들고 가쉽을 생산하여 자신의 사이트를 광고하는 것이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성공한 사이트를 배끼면 자신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왠지 그냥 ‘돈 만 받으면 되지.’라고 위로하며 씁쓸한 맘으로 이 싸이트를 제작했을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연상됩니다.
사실 이번에는 어느 보험회사 웹 사이트와 건설회사 웹 사이트를 비교하여 표절에 대한 이야기, 혹은 디자인에서의 크리에이티브를 다루려 했습니다. 회사의 컨셉에 맞추어 사이트 맵의 구성은 이렇게 저렇게 구성한다면 표절을 넘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레이아웃 상에서 시각적인 흐름과 컨텐츠에 따라 묶이고, 배열되어야 할 내용에 따라 충분히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어떻게 크리에이티브하게 접근해야 하는지... 하지만 버즈의 사이트는 그 이상의 문제, 사회 혹은 디자인에서 더 근원적인 문제로서 문화적 맥락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현실인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디자이너들이, 특히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얻지 못했다면 더더욱, 클라이언트가 들이미는 디자인 결과물들을 비슷하게 베껴 만들어 내야 합니다. 마이너리티의 대다수 디자이너 혹은 아트디렉터에게 크리에이티브란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지금까지의 교육과 경험을 이용해 만들어낸 디자인을 그들의 클라이언트들에게 설득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심한 경우 거의 똑같게 만들어야 하고, 만약 디자이너 나름대로 프로젝트를 해석해서 작업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다시 디자인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디자인의 완성도를 떠나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문제니까요.
저도 얼마 전에 어느 공사의 카탈로그 시안을 디자인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정말 말이 안된다고 생각되는 부분까지도 모두, 거의 배끼다 시피 작업을 해야 했죠. 제 임의로 새롭게 편집한 부분들은 폐기되고 다시... 클라이언트가 제시했던 카탈로그를 그대로... 표절이라기보다는... 아예 복사를 해야 했습니다. 더 좋은 디자인을 제안한다고 해도(그것이 개인적 취향을 떠나 원론적인 면에서 문제되는 것인데... 마치 틀린 철자까지 똑같이 베껴 제출하는 리포트를 연상시키더군요.)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은 디자이너에게 너무 암울한 상황이죠. 그저 클라이언트의 맘에 드는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복사하기를 강요받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현실은 좀 허탈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예전에 NASA의 웜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현대적인 로고가 단지 몇몇의 NASA간부의 취향에 따라, 예전의 향수를 간직한 촌스런 미트볼로 바뀌었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디자인 결과물은 디자인 이론에 충실한 굿 디자인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얼마만큼 만족시켰는가?’이니까요. 어쩌면 NASA의 오너들에게 웜이라고 불리던 로고는 그저 이해할 수 없이 뼈대만 앙상한 볼품없는 디자인으로 보였나 봅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순히 디자인 이론만으로 소비자를 납득시키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누구에게나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디자인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결국 모더니즘의 숨막히는 제약에서 인간성을 구출하는 작업이었죠. 어쩌면 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순히 디자이너만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그 사회의 문화를 담아낸 지표, 혹은 그 사회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험, 교육수준, 환경에 따라서 디자인된 결과물들의 평가는 언제나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현재의 우리모습이 더더욱 화가 나는지도 모릅니다. 디자인된 결과물이 클라이언트의 어떤 취향을 맞추어서 제작되어졌다면, 그것 또한 그 사회 구성원이 생각하는 그들의 문화가 표현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성공한 것이기에, 외국의 것이기에, 클라이언트의 맘에 든 디자인을 배낀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요? 그런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왜, 디자인을 의뢰 하십니까?
무엇을 따라하고 싶은 거죠? 미국의 것을 보면 왠지 있어 보이고 따라 만들면 내 것도 있어 보일 것 같나요? 왠지 내 회사도 그런 메이저 회사처럼 보여서? 미국의 디자이너들이 내놓는 지표에 디자인 개선 프로그램으로 수익률을 몇 퍼센트 올렸다는 이야기 때문에? 그래서 그걸 똑같이 배끼나요? 어느 사회나 표절은 있습니다.(키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표절은 자신의 생각이 없음을,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아르누보, 아르데코, 바우하우스, 국제주의, 모더니즘, 유선형으로 대표되는 프로파간다 시대와 후기 모더니즘,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 그저 쓸데없는 옛날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현실에 충실하다면 필요 없는 이야기입니다. 나만의 신념과 나만의 방법으로 디자인을 하고 있다면 궁금해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것 같네요. 역사는 단순히 승리자의 기념비는 아닙니다. 자신에게 닥친 환경, 그 시대를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그 시대를 스스로 만들어 가려던 의지를 남겨둡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정작 필요한 것을 보지 못한 게 아닐까요?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의지입니다.
디자이너가 표절을 위한 오퍼레이터는 아니겠죠. 마이너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합니다. 메이저의 스타는 결국 마이너의 문화적 기반에서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물론 한국에서는 비현실적인 말이기는 합니다. 현장에서 마이너는 단지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로 분류되고, 단순한 오퍼레이터로서, 밀려드는 일들을 기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람일 뿐이죠. 크리에이티브를 짜내야 할 시간에 외국의 잡지를 이쁘게 오려 붙여야 합니다. 심하면 버즈의 경우처럼 아예 복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는 표절에 너무도 익숙합니다. 그게 대다수 마이너 현장에서 디자이너가 일해야 하는 방식이죠. 한국의 디자인, 혹은 전반적인 문화의 맥락은 미국 그리고 일본을 어떻게 표절했는가의 맥락이기도 하니까요. 자신의 문화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아직도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보다 배끼기에 익숙하고 그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죠. 하지만 정말 당연한 것인가요?

또다시 비현실적인 넉두리만 늘어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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