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물건이 새롭게 재탄생하는 '업사이클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동시에, 폐자재의 장점을 새롭게 발견하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갓뚜기'라고 불리는 오뚜기와 친환경 패션 브랜드 다시곰 (Darcygom)의 협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패션 브랜드와 더불어 생각지도 못했던 제과, 음료 등 색다른 조합의 브랜드 간의 협업은 몇 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이번 협업은 환경을 우선으로 고민했기에 화제를 모으는 듯하다.

ⓒ facebook.com/DarcyGom

오뚜기와 협업을 진행한 다시곰은 한국적인 감성을 담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해 온 브랜드이다. '다시금'의 순 우리 옛말인 '다시곰'을 브랜드명으로 한 만큼, 한국적인 옛것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엿보인다. 미국, 독일, 캐나다, 탄자니아 등 외국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해왔던 이승주 디자이너는 '한국적인 것'에 갈증을 느껴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 전통에 입각하여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한국적인 정서에 모티브를 얻은 다시곰의 옷들은 한국의 전통을 다시금 되새기는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낯설지만 새롭고, 전통적이지만 모던한, 그러면서도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디자인이 다시곰의 디자인 철학이다.

다시곰을 대표하는 컬렉션 '도시기술자'는 세운 상가 일대에서 열렸던 '도시기술장' 마켓에서 쓰고 남은 현수막을 재활용한 컬렉션이다.'왠지 옛날 옛적 한국에 현수막이 있었다면 저렇게 옷을 지었을지도 모른다.'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한복 원단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실용적으로 옷을 만들어낸 것이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들은 쓸모를 다하면 매립 및 소각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이 발생하는데, 이를 소재로 해 독특한 의미를 더한 제품으로 탄생시켜 화제를 모았다.

화천 산천어 축제 등, 매년 국내 지역 축제를 후원하며 수많은 현수막을 제작한 오뚜기와 다시곰이 만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뚜기는 축제 종료 후 폐기될 처지에 놓인 현수막을 활용하기 위해 다시곰과 협업했고, 총 6벌의 업사이클 컬렉션을 완성했다. 컬렉션에 있는 옷의 겉면은 부자재를 제외하고 모두 현수막이 사용되었다. 현수막에 인쇄되었던 오뚜기 로고, 광고 문구가 자연스레 옷에 녹아들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갓뚜기'라는 애칭에 걸맞게, 화보 속 모델들이 아예 갓을 쓰거나, 갓에서 모티브로 얻어 만들어진 소품을 들어 유쾌함을 더했다.

ⓒ instagram.com/darcygom

레트로함, 키치, 한국적인 것이 녹아들어 간 패션 디자인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화보 촬영 장소 또한 레트로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선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화보에서 보이는 광장시장, 을지로 인쇄골목, 동대문 역사박물관 등의 풍경들은 협업된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현재 한국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게 한다. 다시곰의 이승주 디자이너는 "두 브랜드의 협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힙하다고 여기는 한국 감성을 화보에 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전부터 환경부에서는 폐현수막을 분리배출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홍보해왔다. 하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오뚜기와 다시곰의 협업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높임과 동시에 폐기물에 대한 활용 방법을 제시한다. 기존의 협업들이 그저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반면, 이들의 협업은 폐품을 활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을 볼 수 있다. 패션 컬렉션을 통해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협업과 차별화가 느껴진다.

리포터_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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