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해외 디자인 리포트에서 소개된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캐릭터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면서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국적(?)을 가진 가상 인플루언서는 누가 있을까?
가수로 데뷔한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
로지는 시각 특수효과(VFX) 기업 로커스의 자회사인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대표 백승엽)에서 만든 가상 인간이다. 국내 최초의 가상 인간으로 하나밖에 없는 존재를 의미하는 ‘오로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얼굴을 분석하고 3D 기술로 세상에 없는 얼굴을 만들었으며, 800여 개의 얼굴 표정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로지는 2020년 8월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일상 사진을 업로드하며 팔로워를 모았다. 당시에는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일반인처럼 활동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자신이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22세의 로지는 신한라이프 광고모델로 등장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패션 잡지, 화보 촬영 및 W컨셉, GS25 등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10억 이상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지속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여행, 요가, 패션 등과 같은 일상을 공유하고 있으며, 현재 약 12만 2천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2월 22일, 로지는 가수로 데뷔하여 첫 번째 싱글 앨범 ‘Who Am I’를 발매했다.
롯데홈쇼핑에서 개발한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Lucy)
2021년 2월에 첫선을 보인 29살의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자체 전문 인력을 통해 개발한 가상 인간이다. 그녀의 직업은 디자인연구원이자 패션모델이며, 현재 7만여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리얼한 직장인의 모습, 퇴근 후 인플루언서 활동을 즐기는 이미지들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작년 12월에는 홈쇼핑에 쇼호스트로 등장해 직접 판매 상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향후 루시의 움직임, 음성 표현 등 더욱 정교한 영상화를 통해서 쇼핑 서비스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LG전자가 선보인 가상 인플루언서 김래아(Reah Keem)
LG전자에서 개발한 가상 인간 래아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3세 여성으로 서울에 거주하며, 직업은 뮤지션이라는 캐릭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2021년 1월, 미국 CES에서 자사의 제품과 신기술을 소개하는 연설을 통해 공식 데뷔했다. 올해 개최된 CES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번에는 뮤직비디오의 티저 영상을 공개하면서 가수 데뷔를 예고했다. 김래아의 앨범은 가수 윤종신 씨가 대표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미스틱스토리와 협업하여 제작 중이며, 올해 말 데뷔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버추얼 유튜버 루이(Rui)
루이는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RuiCovery)로 데뷔했다. 2020년 10월부터 활동했으며, 현재 약 4만 4천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22세의 루이는 춤과 노래가 특기이며,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노래를 부르거나 여행을 다니고 일상 브이로그를 공개하면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누리 홍보대사, 한국관광공사의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한류 문화 콘텐츠와 전국의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루이는 2020년 6월 설립된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대표 오제욱)에서 자체 개발한 가상 얼굴 동영상 합성 기술인 ‘디오비 엔진’을 사용하여 제작했다. 디오비 엔진은 AI 기술을 이용해서 서로 다른 영상들을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이다.) 딥페이크가 한 사람의 얼굴을 대상으로 한다면, 디오비 엔진은 여러 사람의 얼굴을 모아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가상 인물을 탄생시킨다. 루이는 초상권을 확보한 실제 사람 7명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하여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냈고, 3D 모델링이 아니라 실제 사람에게 가상 얼굴을 씌웠다고 한다. 디오비스튜디오는 향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가상 얼굴 분양센터’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게임 캐릭터에서 가상 인간으로 변신한 한유아(Hanyua)
한유아는 온라인 게임 개발 업체 스마일게이트가 2019년 출시한 가상현실 게임 ‘포커스온유’의 캐릭터로 활용하기 위해 제작했다가, 나중에 가상 인간으로 변화시켰다. 처음 출시했을 때에는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모습이었으나 2021년 8월에 실제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스마일게이트는 가상 인간 제작을 위해서, 시각 특수효과(VFX) 전문업체인 자이언트스텝과 협업했다. 최근 패션 매거진 화보 촬영을 진행했으며, YG엔터테인먼트의 모델 에이전시 계열사인 YG케이플러스와 전속계약을 맺고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다.
넵튠 자회사인 온마인드에서 개발한 수아(Sua)
카카오의 자회사 넵튠도 가상인간 개발사인 온마인드를 통해 디지털 아이돌 수아를 개발했다. 온마인드는 국내 게임업계 3D 캐릭터 개발진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모여 2020년 4월 설립한 디지털 휴먼 제작사로 2020년 11월에 넵튠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수아는 현재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1만 3천여 명, 틱톡 1만 8천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 유니티 코리아의 공식 모델로 활동했으며, 얼마 전에는 컬러 렌즈 브랜드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자체 SNS 계정을 운영하면서 콘텐츠를 생성하고, 사람들과 친숙하게 소통함으로써 크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홍보 마케팅 수단뿐만 아니라, 가상 인플루언서들끼리 협업하거나, 그 자체로 소속사를 가지고 연예인으로 데뷔하기도 한다. 이들은 가상 공간과 현실의 미디어 사이를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 더욱 유용하다. 또한 최근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실제 연예인들의 과거, 구설수와 같은 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케팅을 위한 안정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악의적으로 활용되거나 법적인 규제가 모호한 경우도 함께 증가할 수 있으므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자료
서민정(국내)
mjseo@yonsei.ac.kr
연세대학교대학원 의류환경학과 석사 졸업
(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 분석 연구원 및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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