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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맛보기 위해 잡화점으로 가는 사람들

문을 열 때마다 MZ 세대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시몬스 침대의 플래그십 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브랜드의 철학을 소개하는 자리를 꼭 그로서리(잡화점)로 꾸몄어야 했을까? 건물에서부터 옛 슈퍼마켓을 떠올리게 하는 팝업 스토어에 왜 사람들은 열광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현재 사람들의 로컬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취향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청개구리 같은 취향을 먼저 알아야 한다.

 

 


ⓒ 박민정

 

인터넷을 통해 리뷰가 공유되고 모든 제품이 서로 비슷비슷해지고 있는 이때, 사람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반영해 줄 무언가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지역에서만 파는, 그야말로 '희소성 있는' 제품을 찾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대기업과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물건들과 공간들과 달리, 지역에 있는 잡화점에서는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지역의 특색에 따라 조금씩 색다른 물건들이 고객들을 기다린다. 상점을 운영하는 주인의 개성이 묻어있는 것도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최근 불어온 로컬 서점이나 로컬 편집숍에 이어, 이제 먹거리까지 개성을 찾는 시대가 왔다.

 

 

ⓒ 박민정

 

이제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유명한 장소에 가면 그 지역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잡화점이 하나씩 있다. 광장시장의 365마켓, 이촌동의 생선씨, 해방촌의 흠마켓 등, 각자의 콘셉트와 상황에 맞춰 다양한 잡화점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이제 잡화점은 그곳을 대표하는 분위기와 물건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의 명소가 되어 가고 있다. 지역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나만 알고 싶은 동네 가게들을 소개한다.

 

 

흠집 난 채소들의 매력을 탐구할 수 있는

흠 마켓

 

ⓒ 박민정

 

현재 성수동과 함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한 해방촌에 독특한 마켓이 생겨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흠 마켓 (hmmmarket)'은 말 그대로 흠이 있는, 생김새가 달라서 판매가 어렵거나 상품가치가 떨어진 못난이 채소들을 판매하고, 그 채소들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푸드 리퍼브 마켓 (Food Refurb Market)'이다. 2021년 9월 1일에 오픈해서 그야말로 몇 개월 되지 않은 이 마켓이 유명해진 이유는 환경을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박민정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의 양이 세계 식품 총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총생산량의 70% 가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모양만 이상할 뿐, 맛이나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채소들이 식자재로써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버려지는 것을 막고자 흠 마켓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식재료들을 활용하게 된다면 쓸모없는 자원의 낭비를 막고,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농산물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철학이 반영된 마켓에서는 모양새는 볼품없지만 재철 채소들이 옹기종기 구비되어 있으며, 채소를 활용한 샌드위치, 볶음밥, 파스타 등 다양한 비건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식재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선사해 주는 잡화점은 친환경, 비건 열풍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흠 마켓

서울 용산구 신흥로5길 8

주중 11:00-20:00

주말 11:00-21:00

매주 월요일, 매월 첫째 주 화요일 휴무 (공휴일 제외)

https://www.instagram.com/hmm.market/

 

삼천포에서 매일 공수하는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

해산물그로서리 생선씨

 

ⓒ 박민정

 

이천동에 있는 생선씨는 '매일 삼천포에서 극신선함이 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삼천포에서 조업해 올라오는 해산물들을 활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해산물 그로서리다. 가게의 공간은 작은 편이지만, 해산물과 관련한 제품들이 그득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여느 해산물 가게에서 맡을 수 없는 비린내가 없다는 것이다. 생선, 관자 등 해산물들은 모두 진공 포장되어 있으며, 원하면 즉시 구워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여느 백화점 못지않은 구성으로 꾸며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판매하는 생선의 종류도 고등어, 가자미 등 친근한 생선에서부터 금태, 열기, 서대 등 쉽게 맛보기 힘든 생선까지 구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해산물을 고르고 있으면 작은 가게가 아닌, 일반 백화점에 온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 박민정

 

생선과 더불어 이곳에서 인기 있는 곳은 반대편 매대의 '초밥 코너'다. 여의도 유명 일식당 '쿠마'와 협업하여 만든 1인 모둠 숙성회, 초밥 메뉴는 물론이고,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일본식 김밥 후토마키도 있다. 삼천포 제철 횟감만을 사용한 모둠 초밥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초밥 외에도 백합탕, 알탕 등을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밀키트와 다양한 젓갈류 및 건어물들이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해산물 요리와 어울리는 내추럴 와인 및 맥주와 같은 주류도 함께 해 눈길을 끈다.

 

 

ⓒ 박민정

 

이곳을 만든 최시준 대표는 백화점, 대형마트에 가야만 다양한 생선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장에서 파는 해산물이 깔끔하지 않은 점을 보고 생선씨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네 가게이지만 경험은 백화점 못지않게 생선, 해산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만날 수 있도록 메뉴 구성에 신경을 썼기에,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촌동을 넘어, 다양한 곳에 생기기를 바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해산물그로서리 생선씨

서울 용산구 이촌로 264 삼익상가 1층 110호

매일 10:30-20:30

https://www.instagram.com/fishmonger_ichon/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순간을 돕는

칠링아웃샵


ⓒ 박민정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구미, 세종 등 전국 곳곳에 있는 와인샵인 '칠링아웃샵 (Chillig Out Shop)'은 내추럴 와인을 비롯하여 와인에 적합한 다양한 안주를 판매하는 와인샵으로 이미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일반적인 주류 백화점과 이곳의 차이점은 바로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와인을 잘 모르지만 관심이 있는 이들도 편하게 들러서 와인과 와인과 어울리는 안주, 그리고 와인에 관련된 다양한 테이블 웨어까지 추천받을 수 있다.

 

 

ⓒ 박민정

 

'칠 아웃 (chill out)'이 '긴장을 풀다'라는 뜻과 더불어 와인을 차갑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인 만큼, 이곳에서는 일상 속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와인 쇼핑이 가능하다. 오렌지빛이 가득한 잡화점에서는 지역별로 분류되어 있는 전 세계의 다양한 와인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허니 리코타 치즈, 토마토 마리네이드, 시금치 페스토, 당근 라페 등, 와인이 있으면 좋지만, 와인이 없어도 맛있는 안주들이 있어 가게에 매력을 더한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꾸며진 상점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기분 좋게 와인의 모든 것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점이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칠링아웃샵 본점

부산 수영구 남천바다로 15 1층

매일 13:00-22:00

https://www.instagram.com/chillingout.shop/

 

 

친근한 분위기의 동네 식료품점 겸 커뮤니티

롤로와영도

 

ⓒ 박민정

 

부산 영도의 지역 브랜드를 소개하는 장소인 아레아 식스 (AREA6)의 한켠에는 해외 식료품과 간식거리, 팝업 디저트를 판매하는 식료품점, '롤로와영도 (Lollowa yeongdo)'가 있다. 'Fresh Food, Refresh Mood (신선한 음식, 상쾌한 기분)'이라는 슬로건으로 영도의 동네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식료품과 음식들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한다. 트랜디한 식료품과 동네의 이야기를 전하는 가게라는 콘셉트로 꾸며져 있기에, 친근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일상에서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찾아달라는 주인의 염원처럼, 이곳은 영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휴식의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롤로와영도

부산 영도구 태종로105번길 37-3 AREA6 1층

주중 11:00-20:00

주말 10:00-19:00

휴게시간 16:00-17:00

매주 월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lollowa_yeongdo/

 

 

이 밖에도 성수동의 '먼치스 앤 구디스', 도산 대로의 '테이스트 앤드 테이스트' 등이 유명한 잡화점으로 이름을 날리며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이 잡화점들의 특징은 바로 신선함과 새로움에 있다. 소소하게 그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현지에서 직접 가져와 신선함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식재료들, 이런 제품들을 그냥 나열하면 재미가 없다. 이 제품들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잡화점만의 개성 있는 '큐레이션'에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잡화점들에서는 일반 마트에서처럼 모든 제품을 한 번에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는 이유는, 이곳에서 보기 힘든 개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이런 잡화점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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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그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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