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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

팬데믹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예술과 문화의 물결이 일렁인다. 9월 1일부터 시작된 2022년 미술 주간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에서 예술 관련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서울에서는 키아프와 프리즈가, 그리고 부산에서는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며 화제가 되었다.

 

 

 

ⓒ 박민정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9월 3일부터 시작되어 오는 11월 6일까지 진행되며, '물결 위 우리 (We, on the rising wave)'라는 제목으로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 이렇게 네 군데에서 전시의 장을 열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주목할 점은 전시장 의 규모가 무척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로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부산항 제1부두'의 규모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1912년에 준공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항만으로 부산을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관문이자 이주의 통로였고, 근대도시 부산의 출발점이었다. 섬유, 신발, 자동차, 설탕 등 근대 산업의 발원지로서 부산의 경제와 노동, 이주와 맞닿은 장소적 맥락을 가지고 있었지만 2006년 부산신항의 개장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북항 재개발 계획 사업의 일부로 예전의 모습이 사라질 예정이었지만,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존중하는 의미로 사업에서 제외되어 본 모습을 보존하고 2024년까지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 박민정 

 

6·25전쟁 피란민들의 애환이 깃든 섬이자 피난민과 실향민의 집이며 깡깡이 아지매들과 출항 해녀들의 일터였던 '영도' 또한 비엔날레의 전시장으로 활용되었다. 이를 통해 영도에서 활성화되었던 조선공업의 흔적과 더불어 거주민의 삶과 노동의 역학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송강중공업(과거 조선소의 벤더업체로 선박의장품, 조립금속품, 산업기계 등을 제조)의 폐공장 건물은 부산항 제1부두와 함께 거대한 전시공간으로서 위엄을 함께 한다.

 

 

ⓒ 박민정

 

부산은 해방과 한국전쟁, 산업화를 겪는 과정에서 귀환동포, 피란민, 노동자를 받아들이며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게 된다. 이들이 주로 모여 살던 곳은 산과 언덕이 있던 '초량'이었다. 가파른 경사 위에 자리 잡은 거주지 풍경은  부산의 역사를 드러내는 모습이기도 한다. 초량의 산복도로는 산 중턱을 연결하는 도로라는 뜻으로 서민들의 거주지를 연결하는 이동망이었으나, 재개발로 인하여 들어선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로 옛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비엔날레에서는 근대 이후 부산의 역사와 도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새겨진, 그리고 감추어진 이야기를 돌이켜 보는 의미로 초량의 한 주택을 전시장으로 선택했다.

 

 


ⓒ 박민정 

 

나머지 세 군데의 전시장이 그 자체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부산현대미술관이 그 중심을 잡고 있다. 2018년 개관 이후 부산비엔날레의 주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미술관은 비엔날레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엔날레에서는 이 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에 대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이 섬은 1970년대까지 아시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주목받았지만, 1980-90년대 전국적인 산업화 및 도시 개발 과정 속에서 섬의 환경이 황폐화되며 분뇨와 지역생활폐기물을 관할하는 쓰레기 매립지로서도 사용되었다. 존재 자체로 도시발전 과정에서 환경의 변화와 그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고 있는 곳이다. 

 

 



ⓒ 박민정
 

부산비엔날레에서는 26개국 64명의 작가(팀)이 참여했으며, 이주, 노동과 여성, 도시 생태계, 기술 변화와 공간성, 이렇게 4개의 주제를 중심축으로 삼아 부산의 구체적인 사건과 상황을 참조하고 이에 연결되는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살피는 자리가 마련되어 개막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덕분에 개최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제를 모으며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 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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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부산비엔날레는 근대 이후 부산의 역사와 도시 구조의 변천 속에 새겨진, 또 감추어진 이야기를 돌아보고, 이를 전 지구적 현실과 연결 지어 바라봅니다. 물결은 또한 우리 삶을 지배하는 기술 환경에서 전파에 대한 은유이면서 해안 언덕으로 이뤄진 굴곡진 부산의 지형을 함축합니다. ‘물결 위’에 있다는 것은 이러한 지형과 역사 위에서 각 개인의 몸이 그 환경과 긴밀히 엮여 있음을 드러내며, 유동하는 땅을 딛고 미래를 조망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부산의 뒷골목 이야기가 세계의 대도시와 연결되고 교차하고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각기 다른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제안하고, 나아가 이 서로 다른 우리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단단하게 물결을 딛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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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 

 

90년 대 이후 세계화와 국가 간 교류의 이상이 확장되는 가운데, 폭발적으로 증가한 비엔날레는 개별 도시와 지역을 부각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22년 열린 비엔날레에서는 그 역할보다 더 나아간 모습을 선보인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상식이 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에서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소득과 계층 및 지역 간의 불평등과 함께 환경의 파괴로 인한 자연 재앙, 국가 간의 갈등으로 인한 영향으로 생긴 변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 박민정 

 

전쟁 고아였던 오우암은 해방과 한국 전쟁 전후의 한국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선보였다. 노년에 이르러 작가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기억의 풍경은 사실적이기보다는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그와 더불어 25년 여 동안 머물며 일했던 수도원을 떠나 부산의 구도심으로 이사한 후 그린 작품들에서는 부산의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 박민정 

 

부산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부산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감민경 작가는 어릴 적 들었던 노랫가락, 사실인 듯 허구인 듯 꿈처럼 교차하는 삶의 풍경, 그 시절을 함께 겪었던 누군가의 모습을 담아 부산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그려냈다. 〈동숙의 노래〉, 〈0시의 땅〉, 〈파도〉에서 힘겨운 삶을 살았던 부산의 이들의 고된 일상을 느낄 수 있다.

 

 



ⓒ 박민정 

 

덴마크 작가 피아 뢰니케는 〈이름도 없이〉(2004-2007)라는 작품에서 덴마크의 유명한 조명 회사인 르 클린트에 자신의 이름을 빼앗긴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종이를 접어 조명 갓을 만드는 가족 사업의 일원이었던 이 여성은 그녀의 아버지에게 그녀의 이름으로 조명을 판매하는 데 동의하는 계약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또한 25년 뒤에 르 클린트는 그 조명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권한을 형제에게 넘긴다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했다. 종이를 접어 주름을 만드는 일은 여성의 몫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작가를 그녀의 인생을 담은 작품을 통해 여성의 노동에 대한 평등하지 못했던 대우는 산업 어느 곳이나 있었던 일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 박민정 

 

메간 코프는 조개, 굴 껍질, 동물의 뼈와 같이 고대인들의 생활에서 파생된 잔여물이 쌓인 것을 일컫는 '패총'에 대한 연구로 작업을 진행해오는 작가다. 그는 호주 원주민들이 지켜왔던 전통적인 굴 양식법 대신 늘어나는 수요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대량 생산을 통해 굴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문제가 일어난 것에 주목했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과 함께 전통 양식법에서 차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비엔날레 측은 경남 지역이 한국 굴 양식의 85%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함께 제시하며, 작가가 주목한 문제가 단지 호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드러냈다.

 

 



ⓒ 박민정 

 

부산 영도의 조선 수리소 마을, 일명 '깡깡이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김도희 작가는 어린 시절 보았던 풍경을 녹여낸 작품을 선보였다. 〈살갗 아래의 해변〉은 배에 눌어붙은 따개비와 녹을 제거하는 행위인 깡깡이처럼, 작가가 직접 흰색 벽을 연마기로 갈아내어 만든 작품이다. 이와 함께 전시된 〈몸의 소실점〉은 합판을 드릴로 갈아내어 만든 작품으로, 작가의 어린 시절 보고 듣고 느꼈던 깡깡이 마을의 모든 것을 느끼게 한다.

 

 



ⓒ 박민정 

 

영도에 설치된 이미래 작가의〈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는 전시장이 되는 영도의 송강중공업의 폐공장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어디까지 공간이고 어디까지 작품인지를 모호하게 만든다. 현재 이 작품은 태풍 힌남노와 난마돌로 인하여 외관이 훼손된 상태다. 태풍으로 인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의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 박민정 

 

초량의 한 주택가에서 만날 수 있는 송민정 작가의 〈커스텀〉은 1945년 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하루코(はるこ)와 같은 날 부산에서 태어난 춘자(春子)가 서로 교류하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작가는 가상의 인물을 매개로 특정한 환경을 설정하고 이를 스마트폰 속 스크린에 연결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 박민정 

 

부산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작품들을 4개의 주제로 풀어나간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관람객들에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며 큰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와 더불어 역사학자, 경제학자, 노동운동가 등의 인터뷰 영상, 미술사를 넘어선 시대상을 정리한 연표, 미래 사회를 위해 열린 워크숍 등은 기존의 전시장과 차별화를 이끌어내는 요소로 예술의 힘이 사회에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작품과 전시장 안내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예술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과 함께 지역의 역사와 특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식을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걸어갈 길이 기대되는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2022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

Busan Biennale 2022, 𝘞𝘦, 𝘰𝘯 𝘵𝘩𝘦 𝘙𝘪𝘴𝘪𝘯𝘨 𝘞𝘢𝘷𝘦

2022년 09월 03일 - 11월 06일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

http://www.busanbiennale2022.org/

https://www.instagram.com/busanbiennale/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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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비엔날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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