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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만 삽니다. '디깅 소비'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는 무엇일까? 라고 생각하면 콕 집어 낼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트렌드는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상품, 평범한 생활과 같은 '평균'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차별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지면서 현재를 특정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소비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요즘 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디깅 소비'가 바로 그것이다.

 

 


ⓒ pexels.com/photo/happy-woman-shopping-online-at-home-3769747/ 

 

이 단어는 '파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ig'에서 파생한 것으로, 소비자가 개인이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관련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이 단어는 본래 음악산업에서 쓰였다. 자신의 음악 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본인 취향의 음악을 찾는 행위를 '디깅하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런 단어가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선택되는 과정에서 '소비'와 결합하면서 좀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되었다.

 

예전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깊게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소비를 위해 관련 지식을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며,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면서 자아를 찾아간다는 보람을 함께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소비를 널리 알리고, 사람들과 공감하며 함께 즐긴다. 이를 통해 수동적으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신의 소비 취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 어떤 시대의 소비자보다 주체적으로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 pexels.com/photo/calm-woman-with-shopping-bags-using-smartphone-4127629/ 

 

그동안 사람들은 '가성비'를 챙겨왔었다. 가격에 비해 높은 효율을 추구하던 사람들은 점차 투쟁하듯 물건을 사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에 가격 대비, 성능 대비를 외치는 것에 지친 것이다. 그래서 점차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가격이 비싸도, 마음의 위안이 된다면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가심비'라는 단어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가성비를 찾던 사람들이 가성비를 고려하게 된 것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변화한 것도 있다. 획일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개성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꿨고 이어 구매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 pexels.com/photo/a-person-holding-cards-7821530/ 

 

가심비와 함께 주목받은 구매 성향은 '플렉스(Flex)'이다. 이 단어는 원래 '구부리다, 몸을 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힙합 신에서 래퍼들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명품 등 재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플렉스라고 불렀고, 이는 곧 재력을 과시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단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높은 금액이라도 즉각적인 만족 및 과시욕을 누리고 싶을 때 소비하는 분위기가 한 때 유행했다. 하지만 가심비, 플렉스는 과도한 소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금세 사라지게 된다.

 

이어 나타나게 된 디깅 소비는 소비가 주체가 아니라 소비를 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모든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맞춘 소비, 휘발되어 버릴 수 있는 만족감을 위한 소비가 아닌,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공부하는 이유는 자신이 소비한 것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지속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필요에 의해 소비할 것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깐깐한 소비자라고 볼 수 있다.

 

 


ⓒ pexels.com/photo/woman-holding-glass-of-wine-1927313/ 

 

디깅 소비의 가장 쉬운 예는 바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부는 위스키, 와인 붐을 들 수 있다. 위스키, 와인과 같은 프리미엄 주류는 모두 술의 재료, 만드는 과정, 만드는 곳이 제각각이라 자신에게 맞는 술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술에 얽힌 역사를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예전의 소비자들이라면 귀찮아서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이에 대해 더 깊게 배우면서 자신의 취향 및 가치를 확장시키는 것을 즐긴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고, 소비로 인해 만들어진 성향의 지속되는 것을 즐기면서 소비의 가치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 pexels.com/photo/person-holding-red-ceramic-mug-4659794/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니치 향수에 대한 니즈 또한 이런 디깅 소비에 연관되어 있다.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향수 외에 바디 로션, 디퓨저, 룸 스프레이 등 일상에서 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도, 일상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 하는 이들의 바람을 반영한 것이다. 이전의 소비자들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향수를 뿌렸다면, 요즘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일상 어디에서나 즐기고 싶어 향수 및 관련 제품을 구매한다. 한 번에 맡았을 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강렬한 향 보다는 일상에서 은은하게 계속 느낄 수 있는 향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pexels.com/ko-kr/photo/1839919/ 

 

디깅 소비는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아트 테크'가 바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인 투자 뿐만 아니라 예술 문화를 배우고 이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트렌드다.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이 어떤 것인지 탐구하는 과정이 곧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문화를 소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사회적인 분위기가 한 몫했다.

 

사회가 점차 개인의 개성을 포용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을 키워나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특정 목표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갓생 살기'도 이런 트렌드와 결을 같이 한다. 자기 개발에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소비 과정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즐기기 좋은 '놀이'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디깅 소비는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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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소비행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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