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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본을 좋아하는 세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가 코로나 시기를 발판으로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방송계와 시청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제 넷플릭스 외에 애플, 디즈니, 티빙, 웨이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도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서비스는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광고 없이 무한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TV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고 디스플레이가 있는 기기라면 시청이 가능한 점도 기존의 방송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기존 방송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OTT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영화, 방송된 콘텐츠 외에도 플랫폼이 직접 만든 오리지널 시리즈가 인기를 얻게 되면서, 기존 방송국들이 OTT 플랫폼과 협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 pexels.com/ko-kr/photo/5081423/ 

 

대 OTT 시대가 펼쳐지면서, 예전에 방송사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시청률'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특정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보겠다고 TV 앞에 앉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는 자신의 시간에 맞춰, 자신이 가진 기기로 마음대로 콘텐츠 시청이 가능해진 시대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의 시청 방법 중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몰아서 보기'였다. 이는 드라마 전 편을 한 번에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정책 덕분에 시작되었으며, 주말이나 휴일을 즐기는 방법으로 각광 받았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더 글로리'의 요약본 콘텐츠들 

ⓒ 유튜브 

 

이제, 사람들이 소비해야 하는 콘텐츠는 너무나 많아졌다. 그래서 방대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으로 '요약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요약본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영화, 드라마를 1시간에서 몇 십분으로 짧게 편집한 유튜브 영상을 뜻한다. 유튜브에서 '~ 요약본'을 검색하면 다양한 콘텐츠들의 결말까지 포함된 요약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를 방송사에서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 유튜버가 만드는 경우도 많다. 편집자에 상관없이 화제성만 있다면 높은 조회 수를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명 유튜버의 요약본의 경우 몇 십만, 몇 백만은 물론이고 천만 단위의 조회 수를 자랑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약본을 통해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OTT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요약본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pexels.com/ko-kr/photo/4009409/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원본 대신 요약본을 볼까? 그 이유는 '시간'에 있다. 16부작의 드라마의 경우, 한 편이 1시간 정도라고 계산하면 드라마를 다 보기 위해서는 160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요약본을 보면 이 모든 것을 1시간 안에 다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잘라내고 핵심이 되는 부분만 보여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도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기 있는 콘텐츠의 트렌드가 바뀌는 가운데,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요약본이 필수인 것이다. 요약본이 인기를 얻기 전에는 배속을 높여 빨리 보기로 콘텐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배속을 빨리한다 한들, 요약본이 주는 시간적인 장점을 생각한다면 효율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요약본을 보는 이유는 더 있다. 바로 '숏폼'의 영향이다. 1분 남짓한 숏폼들을 즐겨 보다 보면, 긴 호흡을 가진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숏폼의 폭발적인 인기에 1시간 짜리 드라마보다는 10-20분 길이의 웹드라마가, 16부작보다는 8부작, 12부작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덕분에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도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하려는 성향이 생겨났다. 수많은 콘텐츠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에 걸맞은 시청 방식이라 할 수 있다.

 

 

 

2021 디지털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중 설문조사 결과 

ⓒ welcon.kocca.kr/ko/info/trend/1951143

 

수많은 OTT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구독료에 부담을 가지게 된 것도 요약본의 인기를 부추기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OTT 마다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그래서 하나둘씩 OTT들을 구독하다 보면 한 달에 내야 하는 구독료는 상상이상으로 높아진다. 특히나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이 시대에 사는데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OTT 플랫폼에 돈을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2년 1월에 발간한 '2021 디지털 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한 달 평균 플랫폼 이용비는 29,943.4원에 달하며, 이용자의 42.5%가 콘텐츠 이용에 드는 경제적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유튜버와 협업한 티빙. 이전 시즌 요약본이 다음 시즌 홍보에 사용되고 있다

ⓒ 티빙 공식 유튜브 채널

 

점점 얇아지는 지갑 사정과 시간 부족 때문에 구독료를 내지 않고서도 트렌디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요약본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OTT 플랫폼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약본을 보느라 OTT 구독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요약본들은 제작사 및 유통사와 사전 협의되지 않은 불법 콘텐츠에 속한다. 저작권 문제가 있지만 콘텐츠 유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묵인하는 추세였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사와 유통사에서 아예 홍보 시점에서 유튜버와 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제작 의도 등 시청자가 알아두면 좋을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새로운 마케팅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콘텐츠의 요약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숏폼의 인기와 더불어 요약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콘텐츠의 핵심적인 부분을 효율적으로 파악하려는 점은 나쁘지 않지만, 콘텐츠의 모든 것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사를 쌓는 과정이나 특정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없이 콘텐츠를 편식하듯 소비하는 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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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OTT #트렌드 #숏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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