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카사르 칸(Quasar Khanh, 1943 - 2016)의 대표적인 컬렉션인 에어로스페이스(Aerospace) 컬렉션을 소개하는 ‘카사르 칸, 에어플레인 모드 (Quasar Khanh - ‘Air’ Plane Mode)’ 전시가 브리가 서울(Brygga Seoul)에서 진행 중이다. 브리가 서울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다양한 예술문화 소비 경험을 제안하는 브랜드이자 쇼룸이다. 에어로스페이스(Aerospace) 컬렉션은 카사르 칸이 우주를 상상하며 제작한 최초의 공기 주입식 가구 컬렉션으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브리가 서울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카페 퍼들 하우스, 두 곳에서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지고 전시되고 있으며 필자는 브리가 서울 전시에 다녀왔다. 본 전시는 2023년 4월 11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 예정이며, 브리가 서울 관람 시에는 네이버에서 예약 후 방문할 수 있다.  

No air = No life 

1967 - 68년 2년 동안 카사르 칸은 PVC 소재를 활용하여, 속에 공기를 불어 넣어 의도한 형태로 만들어 내는 인플레터블(inflatable) 가구를 디자인했다. 지금은 다양한 소재의 사용이 보편화되었지만, 당시에만 해도 이러한 소재의 사용은 매우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이었다. ‘No air (노 에어) = No life (노 라이프)’라는 키워드처럼, 사람이 공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듯 카사르 칸의 에어로스페이스(Aerospace) 컬렉션도 공기가 없으면 그저 PVC 조각일 뿐이다. 전시를 기획한 브리가 서울의 홍성준 대표는 공기라는 자연의 요소를 통해서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이라는 의미를 전달함과 동시에 팬데믹으로 인해 닫혀있었던 현실을 깨치고 새로운 도약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했다. 또한 카사르 칸이 우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품을 디자인하였듯이 전시 공간도 달의 황량함과 척박함, 그리고 달을 탐사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획하였다고 한다.  

브리가 서울에 입장하면 매우 힙(?)하신 대표님께서 맞이해 주신다. 전시 관련 브로슈어와 함께, 다양한 음료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필자는 환타처럼 생긴 오렌지색의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를 선택했다. 이탈리아에서 식전에 가볍게 마시는 칵테일이라고 하는데, 선명한 오렌지 색감이 카사르 칸의 작품을 자연스레 연상시킨다. 카사르 칸의 작품들은 모두 프랑스 파리 외곽의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으며, 메탈 링을 사용하여 각각의 부분들을 조립했다. 매우 소량으로 제작되었거나, 프로토타입 상태로만 남아 있는 작품들도 있어서 더욱 희소성을 띠게 되었으며, 작품들의 제목이나 형태의 모티브는 대부분 60년대 우주 시대(Space Age)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전시를 기획하신 대표님께서 작가와 작품의 스토리를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SATELLITE JUNIOR(1968)라는 작품은 공기가 채워진 오렌지색 의자와 공기가 빠진 파란색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는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No Air = No Life의 의미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입구에 전시된 암 체어(arm chair) 형태의 작품 MARS(1968)는 현재 전 세계에 2개의 작품만 남아 있는데, 한 작품은 한화 약 8천만 원에 팔려서 개인 소장품이 되었기 때문에, 브리가 서울에 전시된 작품이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한다. SATELLITE JUNIOR와 비슷하지만, 사각형태를 띄는 의자는 PLUTON(1968)이다. 그 외에도 두꺼운 방석처럼 생긴 POUF(1968)와 비치 의자(썬베드)를 연상시키는 RELAX LOUNGE CHAIR (1968), 2인용 소파인 CHESTERFIELD(1968)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 옆 벽면에는 라운지 체어에 공기가 채워지면서 변화하는 형태를 단계별로 보여주는 사진을 볼 수 있다.  

APOLLO (1968)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은 공기를 뺀 상태로 보면,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카사르 칸 (Quasar Khanh)  

베트남계 프랑스인 카사르 칸은 예술과 낭만을 사랑했던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 발명가로 매우 다재다능했으며, 가구 디자인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1964년 최초의 미래형 도시 자동차 Quasar-Unipower (카사르 유니파워, Cube)를 개발했으며, 수년에 걸쳐 알루미늄 소재의 가구 라인, Khanh Hydrair KX1과 QuasArk Q2 보트 프로토타입, 대나무로 만든 자전거 bambooclette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1943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생한 그는 1949년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민을 갔으며,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1957년에는 모델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엠마뉴엘 칸(Emmanuelle Khanh)과 결혼하여 창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커플의 탄생을 알렸다.  

브리가 서울 (BRYGGA SEOUL)

전시가 진행 중인 브리가 서울(BRYGGA SEOUL)은 이태원 경리단길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작년 9월에 오픈한 이곳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멋진 스토리를 담고 있는 작품, 제품을 찾아와 소개하자’라는 목표 아래 탄생했다. 스웨덴어로 ‘다리’를 뜻하는 브리가(Brygga)와 서울을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사람과 사람, 제품과 공간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고자 시작되었다고 한다. 감각적인 생활 소품, 작품을 큐레이팅하는 오프라인, 온라인 플랫폼으로써, 특히 낙천적이고 실험적인 1960년대 스페이스 에이지 시대의 작품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베르너 팬톤의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한 첫 번째 전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전시이다. 규모가 큰 전시장도 멋지지만, 세련된 인테리어와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브리가 서울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작은 부스에 진열된 브리가 서울의 예쁜 스티커들도 무료로 가져올 수 있다. 선반에 놓인 우주인 인형 키링에는 카사르 칸의 얼굴이 프린트되어 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번 전시의 오프닝 파티 초대장이라고 한다.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카사르 칸, 에어플레인 모드(Quasar Khanh - ‘Air’ Plane Mode) 전시 공간 옆에는 오리지널 포스터 편집샵 ‘르빠삐에르샵’의 팝업 공간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3년 4월 11일부터 6월 25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희귀하고 재미있는 포스터, 컬러풀한 프린트 아트 작품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장소 : 브리가 서울,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46-8 지하1층

전시기간 : 2023년 4월 11일 -  8월 27일

시간 : 화 - 일, 오후 1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입장료 : 10,000원 (18세 이상 이용가능, 네이버 사전 예약 필요, 음료 1잔 무료 제공)

참고자료

브리가서울 : https://www.bryggaseoul.com/index.html

브리가서울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brygga.seoul/

서민정(국내)

mjseo@yonsei.ac.kr

연세대학교대학원 의류환경학과 석사 졸업

(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 분석 연구원 및 컨설턴트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의 내용은 designdb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