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 고양종합운동장은 칸예 리스닝 파티로 떠들썩했다.
리스닝 파티에서 음원재생 뿐 아니라 실제로 마이크를 잡고 라이브를 하고, 수많은 곡을 불러 화제가 되었다. 또, 당일 파티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해 더 많이 확산이 되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가수의 내한 콘서트가 아니라 ‘리스닝 파티’였다. 콘서트라고 불리는 공연과 리스닝 파티는 무엇이 다르길래 화재가 되었을까?
리스닝파티는 보통 가수가 특정 앨범이나 곡을 처음으로 공개하거나 팬들과 함께 노래를 감상하기 위한 이벤트를 의미한다. 주로 새 앨범을 발매하기에 앞서 아티스트가 팬들과 함께 모여서 앨범 전곡을 처음 감상하며 아티스트에게는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딱히 정해진 규모의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콘서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진행된다. 때로는 비공개 또는 초대받은 소수의 팬들이나 관계자들만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음악 스튜디오나 클럽, 아티스트의 개인 공간 또는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즉, 리스닝파티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통해 아티스트가 팬들과 소통하고, 무대에서 직접 음악을 전달하는 콘서트와 달리 앨범 감상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번 칸예 리스닝 파티는 4만석 규모를 자랑하는 일산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공식 명칭은 “VULTURES LISTENING EXPERIENCE KOREA”.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칸예 리스닝 파티 ⓒ 칸예 웨스트 유튜브
콘서트와 다르게 ‘파티’여서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시작 시간이 1시간이나 지연이 됐다. 관객 또한 리스닝 파티에 대한 기대감이 콘서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공연 시작시간인 8시가 지나서 9시까지도 늦게 참석하기도 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리스닝파티의 ‘무대’이다. 일산 종합운동장은 잔디구장으로 잔디가 깔려있었으나, 칸예의 요청에 의해 바닥을 모두 흙으로 덮었다. 의도한 컨셉인 것이다. 무대디자인이 가진 컨셉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칸예 리스닝 파티 공연장 무대 ⓒ 칸예 웨스트 유튜브
리스닝 파티이니 라이브가 아닌 음원을 틀어놓고 파티를 하는 퍼포먼스로 시작을 했다. 특이한 점은 칸예가 얼굴을 가리고 나타나 공연을 진행했고, 그 뒤를 따라 전체 흰 옷을 입은 수많은 댄서들이 무대를 이끌며 댄스라기보다는 동작에 가까운 이동을 했다.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뮤직비디오나 영화와 같은 느낌의 무대 연출을 통해 독특한 느낌의 공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제2막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칸예가 가면을 벗고 나타나 얼굴을 드러내며 마이크를 꺼내들고 라이브를 하기 시작한다. 리스닝 파티에서 콘서트가 되는 순간이다. 짤막하지만 총 76곡이라는 수많은 음악을 들려주며 긴 시간의 파티를 마무리 한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리스닝 파티를 통해 내한한 칸예 웨스트(Kanye West) ⓒ 넥스티
콘서트에서와 다른 관객들의 반응이라면, 리스닝 파티가 끝날것 같은 때에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고, 그때 칸예가 다시 등장해 마스크를 벗으며 라이브를 진행하여 리스닝 파티가 라이브 콘서트로 반전을 선사한 것이다. 음악이 큰 스토리로, 무대를 하나의 큰 세계로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대중의 감정을 변환시켰다는 점에서 음악을 디자인하였다.
다음날, 유튜브에 리스닝 파티 전체 영상을 공개하여 또한번 화제가 되었다. 콘서트라고 하면 전체 영상을 굳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거나 혹은 요즘은 영화로 제작하여 상영하는 등 또다른 매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데, 유튜브에 공개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콘서트와 리스닝 파티가 어떻게 다른지, 그렇지만 리스닝 파티를 어떻게 더 큰 경험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할지 관중의 경험을 디자인한 사례일 것이다.
2시간 30분간 76곡에 달하는 곡을 라이브로 선보인 칸예 웨스트 ⓒ 칸예 웨스트 유튜브
또, 특이한 점은 칸예는 랩퍼이자 프로듀서이면서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칸예가 아디다스 슈즈 디자인을 대표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운드와 패션 디자인이 하나의 예술적 무대임을 알 수 있었다.
계윤선(국내)
yoonsunkye@naver.com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 박사 수료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석사 졸업
(현) 현대자동차 AI 연구소 서비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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