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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특색을 디자인하다 "밀양한천 양갱"

독일하면 맥주, 한국 하면 소주, 나폴리 하면 피자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어떠한 지역명을 들으면 떠오르는 음식이나 떠오르는 특색이 있다. 그 중 브랜드화 된 상품이 대표적인 경우도 있다. 베트남계 미국인이 만든 소스이긴 하지만 스리라차 소스는 태국의 스라차 시로부터 온 지역을 떠올리는 소스 브랜드이고, 칭타오 하면 칭타오 맥주가 떠으록, 한국에서는 안동 하면 안동 소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즉,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역의 특색을 브랜드로 담아 상품을 출시하여 인기를 끄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추석이 다가오니 이러한 특색을 띈 명절 선물이 무엇이 있을까 떠올려 본다. 그 중 브랜드화 하여 성공한 말양 양갱이 있다. 


밀양은 한천으로 유명하다. 먼저, 한천은 해조류의 일종인 우뭇가사리로 쑨 우무를 황태처럼 추운 시기에 얼렸다 말리기를 반복하여 건조하는 과정을 통해 얻는다. 일교차가 큰 시기에 우무룰 말려 얻은 한천은 양갱, 젤리, 잼 등 다양한 식품을 만들때 쓰인다. 맛으로는 아무맛이 나지 않지만 쫄깃한 식감을 주어 다양한 곳에 재료로 쓰이는 것이다. 

한천은 말 그대로 찬 공기를 활용해 만든 음식이라는 뜻을 가진다. 따라서 ‘얼음골’로 불리는 경남 일양 산내면이 적합한 생산지가 되었다.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만 생산이 가능하여 더욱 귀한 음식이다. 이 과정을 거친 한천은 밀양에서 연간 400톤 가량을 생산하고, 이중 80%는 일본으로 수출한다. 원료인 우뭇가사리는 제주도, 통영시, 남해군 등에서 조달한다. 

 

자연 한천을 말리는 모습과 건조장  ©남혁진 (https://blog.naver.com/aksblog/223432423806)


그렇다면 한천이 대표적으로 쓰이는 양갱은 무엇이며, 유래가 어떠할까. 

양갱은 팥을 삶아 체에 거르고 설탕, 밀가루, 한천 등을 섞어 틀에 넣어 만든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우리가 아는 화과자의 일종이다. 당도가 높아 체내에서 바로 에너지로 변환된다는 점에서 스포츠 보급식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양갱은 중국의 요리 이름으로, 동물 양과 국물류를 의미하는 갱의 붙임말로 ‘양고기를 끓이는 국’을 뜻한다. 이 양갱은 시간이 흘러 일본에서 기원이 되었을것으로 추정이 된다. 양고기를 끓인 국의 형태가 젤리처럼 쫀득했을텐데, 일본의 가마쿠라 및 무로마치 시대에는 육식을 금지하는 선불교가 깊이 자리잡아 양고기 대신 팥 등으로 만들어낸 것이 양갱의 시작이라고 추측한다. 이후 몇가지 변화를 거쳐 지금과 유사한 젤리 형태의 양갱이 되었고,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나라에 일본의 화과자가 들어오면서 해방 이후 우리나라만의 양갱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을 식료품 산업에 보급하게 된 것이 1945년 제과업체에서 만든 ‘연양갱’이다.

연양갱 © 해태제과


이렇게 탄생한 한국식 양갱은 설탕, 우무, 팥 등을 넣어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든 고급과자가 되었다. 

양갱의 주원료인 한천이 밀양 지역에서 많이 나오게 되고, 식품의 유통이 쉽고 빨라지면서 ‘밀양 양갱’의 브랜드가 국내에 널리 보급되었다. 이것이 바로 밀양한천 양갱이다. 

밀양 한천 양갱 © 경남관광재단


대개 막걸리와 같이 지역 특산물로 판매되는 음식은 음식의 특성상 유통하는 과정에서 맛이 달라질 것을 우려해 유통 지역을 넓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양갱의 경우 온라인으로 판매도 가능하면서 유통하는 과정도 용이하기 때문에 상품화를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양갱의 패키지도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명절 선물, 어른들께 드리는 선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하였다. 그러면서 관광재단이나 지역 특산물 판매장뿐만 아니라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도 셀러들이 직접 판매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수년 전 한 마라톤 대회에서는 밀양 양갱을 기념품으로 나눠주기도 하는 등 브랜드 홍보에도 잘 활용하였다. 

오픈마켓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밀양 양갱 © 쿠팡


또, 지역의 특성 뿐만 아니라, 양갱은 독보적인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현대화하여 디저트를 브랜딩하기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금옥당이라는 양갱 디저트 전문점이다. 패키지 디자인을 예쁘게 하여 선물용으로 사고싶게 만들고, 매장 내부 인테리어도 컨셉에 맞게 디자인하여 구매하러 오는것뿐만 아니라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양갱 디저트 맛집 금옥당의 패키지와 인테리어 © 금옥당

 

지역 특산품의 브랜딩 성공 사례처럼, 전통주와 같이 지역의 특색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음식을 어떻게 하면 널리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좋겠다. 물론, 전통주의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온도와 같은 환경에 예민하기 때문에 브랜드와 함께 유통에 따른 품질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하는 까다로운 극복점은 남아있을 것이다.

계윤선(국내)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 박사 수료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석사 졸업
(현) 현대자동차 AI 연구소 서비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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