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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한국? 아는 한국!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Kiaf & Frieze Seoul)로 인해 9월의 문화예술계는 아주 뜨겁다. 홍콩이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지였으나 이제는 한국의 서울을 중심으로 현대미술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예술인들이 방한하는 시기에 맞춰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수많은 기관 가운데에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 그리고 현대와의 조화로움을 소개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며칠 전 막을 내렸다.

메종 마리끌레르 코리아가 창간 30주년 기념 전시로 <메종 투 메종 2024: 모르는 한국>을 개최했다. 올해는 ‘모르는 한국’이라는 주제로 정동 1928 아트센터(옛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8월 29일부터 9월 6일까지 9일간 진행되었다. 현대미술과 고미술, 현대 디자인과 과거 디자인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내는 모습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우리 고유의 것, 전통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심어주고 오늘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색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전시 메인 포스터 이미지|출처: https://www.maisonkorea.com/maisontomaison2024/

 

 

2019년 정동 1928 아트센터(옛 구세군 중앙회관)는 구세군이 1928년에 지어진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시민에게 개방했고, 서울시는 앞마당에 개방형 공지를 조성하여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 이후 시민을 위한 공연장, 갤러리, 예술공방, 아트샵 등을 갖춘 문화 · 휴식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구세군 교회를 모델로 설계된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으로 특별한 장식 없이 삼각형의 박공지붕을 지지하고 있는 커다랗고 긴 4개의 기둥이 기둥이 웅장하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의 정동 1928 아트센터(옛 구세군 중앙회관)
 ⓒ 류인혜 

 

2층 입구부터 앞으로 난 길대로 진입하면 엔틱한 옛 가정이 꾸며진 전시 부스를 만날 수 있다. 1920년대 경성의 한 가정을 배경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 AI가전 기술들과 일룸의 고급스러운 가구가 더해져 다소 생경한 모습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가 설정한 스마트홈은 전통과 첨단기술이 하나가 되어 ‘수고는 적게, 생활은 풍요롭게(Do less, Live more)’라는 기획 내용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삼성의 첨단 인공지능(AI) 기술력을 볼 수 있는데, 일단 ‘3D 맵뷰’를 통해 전시 공간 내 연결된 기기들을 3차원 가상 도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에 휴대전화를 올려놓으면 에어컨, 공기청정기, 조명 등이 자동으로 작동하여 웰컴 모드가 실행돼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 AI가전 제품과 일룸의 가구로 구성한 1920년대 경성의 가정을 배경으로 연출한 전시 부스 ⓒ 류인혜 

 

또한 한편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주방 가전의 진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스포크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을 통해 내부 카메라가 식재료를 자동 인식하여 음식 내역을 제공한다. 또한 촬영된 식재료를 기반으로 레시피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한국의 옛 가정의 모습에서 첨단 기술을 더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로, AI와 스마트싱스 연결 기술을 기반으로 생활의 편의를 향상시켜 줄 수 있는 비스포크 AI 기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AI와 스마트싱스 연결 기술을 기반으로 생활의 편의를 향상시켜 줄 수 있는 비스포크 AI 기기가 연출된 홍보관  ⓒ 류인혜

삼성의 제품 홍보관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두손갤러리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한국의 고미술 작품들을 대중에게 처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대적인 러그 위에 자코모의 소파와 예사롭지 않은 디자인의 자개 테이블, 고미술품과 조화를 이루는 현대 회화가 여러 점 보이면서 공간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다. 눈이 즐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자코모 소파와 어우러지게 놓여있는 자개 테이블은 2023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미술관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한국의 통영 자개 장인과 6명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전통 재료를 탐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제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한국의 통영 자개 장인들과 6명의 현대 공예가들이 콜라보레이션하여 제작한 소형 테이블 |좌: Stefano Giovannoni, 우:  Younghee Cha

은은한 전통 고가구 색상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자코모의 가죽 소파 앞에 큰 존재감을 보이며 조용히 놓여 있는 Elena Salmistraro의 은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상판의 패턴을 자세히 보면 갓의 형태를 원형 회전 디자인으로 재해석하여 기하학적이면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오브제로 탄생시켰다. 테이블이라고 알려주기 전까지는 하나의 예술품 오브제로 느껴질 만큼 색다른 감흥을 주는 디자인이었다. 그 옆의 Marcel Wanders의 은 커다란 검정 조약돌 하나를 가져와서 윗부분을 잘라낸 듯한 단순한 형태의 테이블에 꽃잎 모양으로 빼곡히 장식한 자개의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표현을 통해 장인의 숙련된 손질이 느껴진다. 


독특한 형태와 표현으로 색다른 감흥을 주는 자개 테이블|작품 좌:  Elena Salmistraro, 우:  Marcel Wanders  ⓒ 류인혜

이우환 작가의 그림이 담긴 병풍과 소박한 반달소반, 그리고 강렬한 붉은색 현대식 소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Marco Zanuso Jr 작가의 작품으로, 붉은색 옻칠을 한 호두나무의 상판에는 수십 개의 작은 모양의 자개들이 상감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물방울이나 별과 같은 자연계의 가장 순수한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하나의 빛처럼 반짝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우환 작가의 병풍 그림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붉은색 현대식 소반  Marco Zanuso Jr ⓒ 류인혜


  Marco Zanuso Jr |자개를 물방울이나 별과 같은 자연계의 가장 순수한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하나의 빛처럼 반짝이는 것처럼 표현했다.  ⓒ 류인혜

아담하게 작은 방 한 켠에는 지직화(紙織畵)와 도자기, 조명등 등을 배치해 두었는데 그 중 지직화 2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직화는 종이를 1~2mm 정도의 폭으로 자르고, 가늘고 긴 여러 종류의 색지를 직조하여 부분적으로 선과 채색을 추가한 공예화이다. 대부분 조선 중기에서 후기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외국에 몇 점이 전해지고 있으나 조선의 지직화는 수가 적어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굉장히 얇은 폭의 종이가 교차로 직조되어 있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 표현한 방식이 너무나 새로웠다. 꽃과 새는 종이 위에 덧그려서 일반적으로 보던 그림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나뭇가지나 꽃잎 등이 모자이크처럼 표현된 것은 작품에 재미를 더하기에 충분했다.  


조선 중기에서 후기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색지를 직조하여 새롭게 표현한 지직화(紙織畵) ⓒ 류인혜

생활 속 일상처럼 공예를 즐기고 향유하던 선조들의 풍류와 멋을 전시장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다양한 현대 가구를 공간 안에 함께 배치함으로써 과거와 현대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예가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과 현대와의 조화로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계속 생겨나기를 바란다.    


 

 

류인혜(국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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