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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지나도 좋은 디자인,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의 특별 전시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가 열리고 있다. 2019년 하반기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미나 페르호넨 - 미나가와 아키라 츠즈쿠>전의 순회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브랜드의 깊은 철학과 디자인 여정을 소개하며, 일상 속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미나 페르호넨의 다양한 제품과 더불어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좌) <미나 페르호넨-미나가와 아키라 츠즈쿠> 전시 포스터  https://mina-tsuzuku.jp/

 (우)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전시 포스터 https://ddp.or.kr/index.html?menuno=240

 

 

 

“입는 사람도, 제공하는(만드는) 사람도 행복한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사용자와 제작자 모두가 좋아야 합니다.”


- 미나 페르호넨 창업주 미나가와 아키라 -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이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는 데에는 미나가와 아키라의 오래된 깊은 디자인 철학이 대중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작자와 사용자 모두의 가치 생산을 핵심으로 삼아 생산의 의미, 디자인과 사회의 관계를 고려하여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래된 물건이라도 쓰임에 문제가 없다면 가치 있는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100년이 지나도 버리지 않고 나만의 추억이 담겨있는 따뜻하고 편안한 옷을 만들고자 하는 철학과 장인 정신이 담겨있는 것이다.

 

2019년 하반기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 제목 ‘츠즈쿠(つづく)’는 ‘계속한다’ 라는 의미 그대로 브랜드의 시간적인 연속성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연결하다, 순환하다, 손잡는다’ 등의 물건이나 사람이 연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생성의 에너지를 상기시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다년간 착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일상복과 다양한 제품을 통해 일본 각지의 원단 산지와 깊은 관계성을 가지면서, 오리지날에서부터 새로운 제품으로 나아가는 독자적인 제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미나 페르호넨의 기본 디자인은 원형 점 문양의 ‘탬버린(tambourine)’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모양과 크기가 다른 점 25개를 자수로 놓아 만든 원형의 도안이다. 단순히 원이 나열되어 보이지만 하나의 원을 완성하는데 9분 37초가 걸리고 이 패턴이 적용된 원단 한 롤에는 6,760개의 탬버린이 배열된다고 한다. 탬버린 원단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가나가와 레이스 공장의 사토 토시히로는 “도트와 도트 사이의 간격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도트의 크기가 다르다면, 이 원단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라고 말했다. 이러한 ‘느린 디자인’ 작업에도 불구하고 노스페이스, 이딸라, 컨버스, 레페토, 프리츠 한센 등 세계적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여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미나 페르호넨의 대표적인 '탬버린(tambourine)' 원형 점 패턴. 단순하지만 엄청난 공과 시간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원단으로 가방, 파우치, 신발 등을 만든다.

또한 창업주 미나가와 아키라는 손으로 직접 원단 도안을 그리고, 일본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슬로우 패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이 선망받고 있는 이 시대에 그는 남다른 철학으로 '만드는 기쁨'과 '향유하는 기쁨'을 모두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의 근간이 되는 ‘100년이 지나도 좋은 옷’ 을 생산하는 방식은 고객들이 오래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좋은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품질이 떨어지지 않게 공장 설비를 유지하여 긴밀히 이어나가는 것이 주요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오래 사용해서 낡거나 체형이 바뀌어 입지 못하게 되면 리폼 전담팀을 통해 고객이 옷을 리폼해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수선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여 새로운 디자인으로 고쳐준다.

또한 미나 페르호넨 제품은 낭비 없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옷을 만들 때 나오는 자투리 천을 활용한다. 패치워크 방식으로 만드는 ‘piece’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매번 나오는 자투리 천의 모양이 같더라도 배치 방식이나 조합을 달리하여 개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살아가면서 접하는 여러가지 상황 속 기억, 찰나, 이야기 등을 그만의 색깔과 방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한다. https://mina-tsuzuku.jp/textilestory/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30년 간 만든 각양각색의 직물 패턴의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아름다움에 눈길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다채로운 개성', '100년을 잇는 정성', '기억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11개의 전시 공간을 거닐며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 여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자연에서 착안한 유기적인 곡선이 담긴 수많은 패턴들에 시선을 사로잡히게 되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날아가는 새와 흩날리는 꽃잎들, 일렁이는 강 물결, 고요한 숲 속을 거니는 동물들, 따스한 여름날 일렁이는 아지랑이같이 조합된 여러 모양과 색깔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패턴을 만든 사람들의 어릴 적 기억과 연결되어 특별한 풍경을 보게 되고 전시 관람 내내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물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 ‘만드는 이와 사용하는 이의 진정성 있는 태도’ 등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을 재조명하여 '진정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각 전시 공간마다 자연에서 따 온 ‘씨앗’, ‘싹’, ‘숲’ 등의 자연에서 비롯된 따스한 이름들을 붙여 미나 페르호넨이 추구하는 자연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30년 간 만든 미나 페르호넨의 아름다운 패턴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Norio Kidera

두 번째 섹션에 들어서면,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았음에도 옷 하나하나 얼마나 섬세하고 많은 공을 들여 만들었는지 가까이서 보고 실감할 수 있도록 수많은 옷들이 공간 주변을 감싸고 있다. 수십 년 된 옷인데도 어느 것 하나 촌스럽거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문양이나 패턴, 옷의 유기적인 곡선으로 인해 옷이 주는 따스함이 어떤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자연물에서 착안한 유기적인 곡선의 옷 라인과 패턴으로 인해 편안하고 따스한 감정이 든다. ⓒ류인혜


옷의 반복적인 패턴의 변주로 인해 생동감마저 든다. ⓒ류인혜

하나의 패턴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창작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미나가와 아키라는 수작업으로 패턴을 연구하고 그려내는데, 단순히 손 드로잉만이 아니라 그가 사용하는 방식은 꽤나 다양하다. 펜이나 물감 만을 사용하여 계획적으로 그려내는 도안이 있는가 하면, 종이를  잘라서 모자이크 방식으로 이어 붙이거나 도장으로 찍어내는 등의 우연성에 기대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안을 추구하는 경향도 보였다.   

​모양이나 형태가 아닌,
기운 같은 것을 그려보고 싶다.
I want to draw not appearances or shapes,
but the things that can be felt.

손의 흔적은 기계적인 작업과 달리,
호흡과 의식으로 눈과 손, 마음의 떨림을 주워 담은 것이다.
Hand's traces are not machine-like precision,
but breath and mind selecting tremors of eye, hand, and emotion.


​수많은 삼각형 색종이를 교차해가면서 반짝이는 물결을 표현했다. 진정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도안이 아닐 수 없다. 노동의 숭고함에 대한 확인이다. 
ⓒ류인혜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공예 작가들과 협업한 의자, 가구, 조각보 모시발 등의 작품도 선보이며,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 철학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특히 창립자인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의 드로잉, 회화, 태피스트리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따스한 색감의 노란 벽으로 가득 찬 공간에는 한국 공예 작가들과 협업한 의자, 가구, 조각보 모시발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Hyeonki Yoon

텍스타일의 초석이 되는 손수 그린 스케치,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슬로우 패션 디자인, 버리는 천 없이 물건을 새롭게 재탄생 시키는 작업 방식,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장인과의 협업의 과정을 거쳐 끊임없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치 있고 애착이 깊은 나만의 물건을 통해, 개인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고 순환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인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기본 패턴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면서 폭넓은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Norio Kidera

전시 제목에 담긴 ‘기억의 순환’ 처럼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녹여낸 오랜 시간의 가치를 깨닫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흘러가는 나의 기억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표현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훗날 또 다른 가치 있는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minä perhonen design journey: the circle of memory

 

· 전시 장소: 디자인 플라자 DDP 전시 1관 (B2F)

· 전시 기간: 2024.09.12 – 2025.02.06(연중무휴)

· 개관 시간: 10:00 – 20:00 (*관람 종료 1시간 전 입장 마감)

· 주최·주관 (주)이음해시태그





류인혜(국내)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학사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2023 굿디자인어워드(GD) 심사위원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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