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서울 올림픽 선수촌에 세븐일레븐이 1호점을 내면서 국내 편의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3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편의점은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편의점 수는 5만 여개가 넘어섰으며 인구 950명 당 1개꼴로 편의점이 존재하는 '편의점 공화국'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편의점 인프라를 자랑하던 일본을 넘어선 기록이다.
이렇게 수많은 편의점들이 생겨나면서 편의점의 국적 또한 변화했다.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한동안 훼미리마트·미니스톱 등 일본 브랜드가 운영되었지만, 1990년 국내 최초 토종 편의점 브랜드 LG25가 등장하면서 한국 브랜드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가 편의점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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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편의점은 이제 단순한 상점을 넘어 우리 일상에 다양한 도움을 주는 곳으로 발전했다. 24시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높은 접근성은 물론이고, 교통카드 충전부터 현금 인출, 공과금 납부, 물건 배송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배송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우편도 발송할 수 있어 사람들의 편의를 돕는다.
갑작스러운 병증에 대비해 소화제나 해열제 같은 약품도 구비되어 있으며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전기 스쿠터도 충전이 가능해졌다. 편의점 내외부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간단한 식사를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 바쁜 일상 속 잠깐의 휴식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야말로 편의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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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되고 있는 트렌디한 제품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곳도 편의점이다. 탕후루, 지구젤리, 두바이 초콜릿 등과 같은 이색적인 먹거리부터 독특한 신제품까지, 편의점은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인정받으면서 마트보다 편의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편의점을 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현재 사람들의 쇼핑 경향에 걸맞은 모습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까운 곳에서 쇼핑을 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편의점에는 대형 마트 못지 않은 신선 식품은 물론이고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제품이 구비되어 있다. 여기에 할인 이벤트를 활용하면 마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도 가능하다.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을 일컬어 '편장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은 편의점에 최적화되어 가고 있다.

유튜브에서 '한국 편의점 음식' 검색 결과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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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이 일어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편의점이 인기를 얻고 있다. 덕분에 국내 편의점 브랜드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편의점이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힘이 크다. 이를 통해 공유되는 '먹방'이나 '한국 여행' 콘텐츠 중에서 편의점 음식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편의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품이나 제품 간의 꿀조합 소개 콘텐츠를 접한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으로 즐거움을 느낀다.

틱톡에서 '한국 바나나 라테' 검색 결과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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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편의점 조합은 '뚱바'로 불리는 바나나 우유와 커피를 섞어 마시는 '바나나 우유 라테'가 있다. 누구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음료는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맛'으로 소개되며 외국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역으로 따라 해보는 메뉴가 될 정도로 큰 인기에 투썸플레이스에서는 '바나나 샷 아메리카노'와 '바나나 샷 라떼'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설렁탕면에 만두를 넣거나, 불닭볶음면에 치즈를 더하는 레시피도 인기다. 더운 여름날 시원함을 선사해 주는 얼음컵도 외국인들에게 큰 화제가 된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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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CNN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편의점에 대해 조명하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 편의점 수를 조명하며,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또한 CNN은 한국 편의점을 다양한 서비스가 집약된 '원스톱 쇼핑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성공의 요인으로 극도의 편의성, 1인 가구 증가와 인구의 도시 밀집 현상,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결합을 꼽았다. 그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식료품점 관광(Grocery store tourism)' 열풍이 편의점의 인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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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이 편의점 성공 요인으로 꼽은 1인 가구 증가와 도시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편의점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매출액 결과에서 백화점과 편의점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에 일각에서는 편의점 산업이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편의점 업계는 차별화된 매장과 상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성장을 이어갈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편의점이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우리 일상 속 필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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