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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Accidentally Wes Anderson): 일상을 벗어나, 일단 해보세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del, 2014)> 영화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영화 감독이다. 미국의 한 부부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인상 깊게 보고 영화 장면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감성이 담긴 장소를 찾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Accidentally Wes Anderson, 이하 AWA)은 이름처럼 우연히 마주한 아름다운 장소를 큐레이팅하여 인스타그램의 많은 팔로워들이 ‘모험가’로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다. 웨스 앤더슨(Wes Anderson)감독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대칭적인 구조의 공간, 강렬한 무늬, 파스텔 느낌의 부드럽고 은은한 색감 등 일상 속 장면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모험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을 생기게 한다. 

며칠 전 서울 중구에 위치하고 있는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린 <우연히 웨스 앤더슨 2>전시는 일상을 벗어나 새로움을 찾고 그 속에서 선택하게 되는 수많은 일들 속에서 발견과 배움이 있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Welcome Back, Adventures. (또 만나네요, 모험가 여러분)


처음 전시장을 들어서면 중앙에 호텔 컨시어지 컨셉의 커다란 부스를 만나게 된다. 컨시어지 영상 속 한 남자가 새로운 여행의 시작을 알리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del, 2014)>에서 사건의 중심 역할을 하는 호텔의 컨시어지 장면이 연상 된다. 영상 속 남성 옆에는 벨이 하나 놓여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몇 초 뒤에 카드 하나가 나온다. 아무 문구가 없는 녹색 카드 하나가 나오는데, 이것의 정체는 전시 말미에 알게 된다.     

 

호텔 컨시어지 컨셉으로 계획하여 중앙으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다. ⓒ류인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del, 2014)>의 영화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출처: https://melbourneblogger.blogspot.com/2014/12/the-grand-budapest-hotel-film-review.html  

 

은은한 파스텔 톤의 카펫과 채도가 낮은 도장 색상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에 들어왔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작품의 배열마저도 대칭으로 배치하여 흐트러짐 없는 정돈된 분위기에서 전시 관람을 시작하게 된다.

편안한 배경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건축물들을 하나씩 보고 있자니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이다. 이렇게 전세계 아름다운 곳들이 많은데 컴퓨터 앞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예술적인 작업을 해 본 적 없던 여행가 부부가 이토록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하고 멋진 결과물을 만들었다니 참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연신 들었다.



작품의 배열이나 인테리어 구성이 대칭을 이루어 차분하고 정돈된 인상을 준다. ⓒ류인혜 

 

일상을 벗어나, 일단 해보세요. (Out of Comport 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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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면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처음 방문하는 곳일 경우 더욱 혼란스럽고 결정하기가 어려워진다. 그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AWA는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그저 내가 가는 길이 옳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길이라고 안내한다. 

 

전시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이정표 사진을 전시장 두 벽 가득히 배치해 두었다. 이정표는 각기 모양도 다르고 만든 재료도 다르지만 여행객에게 길 안내를 함과 동시에 지금 위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발을 내딛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가 마치 여행을 떠나는 입장이 된 것 마냥 여행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들을 보니 마음이 설렌다. 

 


여행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류인혜 


과감하게, 자신감을 가져보세요. (Be Bold)

이번 섹션에서는 앞선 대칭적인 구조의 건축물 이외에 예기치 못한 것들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 그리고 일상 속 색다른 환경을 발견할 수 있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뱃머리를 연상하게 하는 대형 구조물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포토존이 되기에 충분했다. 라운드형 가벽에 장엄한 자연의 모습을 투사하여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여행객이 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놓은 장치였다. 아래 바닥을 모두 거울로 마감하여 영상이 넓게 확장되는 효과도 노렸다. 이 영상을 통해 광활한 남극의 풍경들과 형형색색으로 발광하는 오로라도 만날 수 있다. 


뱃머리 구조물에 올라타 항해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포토존  ⓒ류인혜

상상, 그 순간을 즐겨요. (Imagine&Enjoy)

다음 공간을 들어서면 중앙부에 RED, YELLOW, BLUE, GREEN 네 가지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놓여있다. 색상을 주된 테마로 구성하여 사진 풍경과 건물들이 모두 네 가지 벽 색상에 맞춰 배치되어 있다. 예사로 보게 될 수도 있는 장면들을 이렇게 사진으로 기록하고 한 곳에 모아 놓으니 그 어느 것 하나 예술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곳곳에는 다양한 체험 요소도 놓치지 않고 있는데,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영상 화면 속에 돋보기를 갖다 대면 숨겨져 있던 건축의 요소(창살이나 창문)가 등장했다. 다소 뻔할 수 있으나 내가 바라보고 있는 화면 너머의 또 다른 무언가를 찾도록 도와주는 장치 같았다.


공간별로 색상을 컨셉으로 나누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류인혜


각 방마다 영상 이미지 너머의 보이지 않는 요소를 찾아보게 만들어 놓은 체험 요소가 있다.  
ⓒ류인혜

색상 별로 나뉜 방 속 영상에 저마다 한 개씩 체험의 요소를 넣어두고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행동을 유도하였다. 전시장 곳곳에는 사진 작품 외에 크게 벽 한 켠을 차지하는 사진 인쇄물을 배치하여 자유롭게 배경삼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세요. (Cherish Your Memories)

전시 초반 호텔 컨시어지에서 받았던 녹색 카드의 정체를 확인할 시간이 되었다. 전시장에 비치된 UV광 손전등으로 카드를 비추면 보이지 않았던 메세지가 보이게 된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였다.” 
당장 어디론가 계획없이 떠날 수는 없는 몸이 되었지만, 가급적이면 나와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의미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멀리 떠나는 경험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문구였다. 저마다 여행과 관련한 다른 문구를 받고 생각에 잠기거나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분명 울림을 주는 문구였음에는 틀림없다.


 컨시어지에서 받았던 녹색 카드에 UV광 손전등을 비추면 메세지를 얻게 된다.  ⓒ류인혜

1시간 남짓 관람을 하면서 전시 구성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상설 전시장이 되어도 문제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벽 마감이나 집기들의 완성도가 높았다. 작품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한 벽 색상, 부분적으로 계획한 바닥 카펫, 컨셉에 따른 높은 채도의 벽 색상, 전시 중간마다 지루하지 않게 고려한 체험 요소와 영상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시였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사람들에게 낯선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을 심어주어서 한편으로 고맙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으나 당장 몸과 마음이 묶여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자극이 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2: 모험은 계속된다
장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14 그랜드센트럴 3F)
기간: 2024.10.18~2025.04.13
시간: 10:00~19:00 (입장마감 18:00)
주차 가능
류인혜(국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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