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담는 공간, 나를 닮은 집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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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현상이다. 좋아하는 음악, 자주 찾는 카페, 독특한 취미 활동 등은 그 사람의 개성과 독창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MZ세대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경험을 중시하며, 이러한 가치관은 공간 인테리어나 수집품에도 뚜렷하게 반영된다. 이들은 최신 기술과 편의 시설을 갖춘 현대적인 주거 환경을 선호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이러한 경향은 대림문화재단 디뮤지엄(D MUSEUM)이 개관 10주년 기념전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작가의 회화 작품, 조각, 가구, 수집품 등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70여 명 국내외 작가의 300여 점의 작품을 각기 다른 컨셉의 다섯 가지 공간으로 나누어 그들의 취향이 응축된 가구와 회화, 조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집을 꾸미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취미와 휴식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 공간에 대한 욕구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합적인 기능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집'에 새로운 역할들이 부여되고 무한한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거주자의 행복을 실현하는 '홈(home)'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집의 공간 구성을 살펴보며, 개인의 개성과 독창성이 담긴 공간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계획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중앙부 조경 식재 이미지 ©D MUSEUM
전시는 M2(Split House), M3(Terrace House), M4(Duplex House)로 칭하는 총 3개의 공간으로 구성하여, 5가지 타입으로 나뉜 가상 인물의 집을 방문하는 컨셉으로 진행된다.
M2(Split House)에서는 영상 감독으로 활동하는 20대 아들과 50대의 소믈리에 엄마의 공간으로 입구를 분리하여 그들의 취향에 맞게 선정된 작품, 가구, 수집품 등을 볼 수 있다.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을 설정하여 인테리어부터 피규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폭넓은 작품들을 전시해 두었다.
(좌)한옥 기왓장을 활용하여 세련되면서도 전통적인 조경 이미지 (우)소믈리에인 엄마의 직업을 전통적으로 구현한 마루 공간 이미지 |©류인혜
몇 달 뒤 사라질 기획 전시장으로 연출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집을 구현해 놓았다. 마치 유명한 컬렉터의 집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거실, 안방, 화장실, 옷장, 부엌 등 모든 공간이 완벽하게 꾸며져 있었다. 특히 소믈리에인 엄마의 공간은 전통적인 마루를 현대적으로 재현하여 프라이빗하면서도 개방감이 드는 아늑한 공간을 연출했다.
이 공간에는 박서보 작가의 묘법 시리즈와 김환기 작가의 작품 같은 보기 드문 걸작들이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녹아들어 있었다. 전체적인 미감은 '현대식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듯, 격자 창살과 은은한 한지 마감이 조화를 이루며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작품과 인테리어의 완벽한 조화만으로도 감탄이 끊이지 않았는데, 여기에 유명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공간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이고 있었다.
소믈리에 직업을 가진 50대 엄마의 취향이 담긴 작품과 공간 인테리어 ©D MUSEUM
영상 감독으로 일하는 20대 아들의 취향이 담긴 작품과 공간 인테리어 ©D MUSEUM
M3(Terrace House)에는 ‘자연과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가진 30대 플랜티스트 아내와 요리사 남편의 생기 넘치고 개성 가득한 인테리어 소품과 작품들로 가득하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높은 층고와 밝은 테라스, 그리고 확 트인 거실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넓은 거실은 계단으로 단차를 주어 공간의 깊이를 더했으며, 벽면에는 대담하고 개성이 넘치는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곳은 부부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간으로,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큰 창과 넓은 테라스, 높은 층고, 그리고 개성 가득한 작품으로 둘러싸인 30대 부부의 집을 들여다본다. ©D MUSEUM
침실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의 전이 공간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포트레 이마지네르(Portraits imaginaire) > 작품이 공간의 중심을 잡고 있다. ‘상상의 초상화’ 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1969년 피카소 말년에 그린 작품으로, 독특한 예술적 시각과 상상력을 통해 즉흥적으로 그린 초상화로 유명하다.
피카소 작품 특유의 추상적이고 표현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인물의 얼굴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여 강렬한 독창성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M3(Terrace House)에 거주하는 30대 부부의 취향과 창의적인 직업적 배경을 짐작하게 만든다. 작품 하나하나가 공간을 압도하며, 부부의 개성과 미적 감각이 스며든 삶의 흔적을 보여준다.
파블로 피카소, , 1969, 대림문화재단 소장 ©D MUSEUM
다이닝 룸에는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과 현대적인 추상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보여주는 서세옥의 작품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군집된 인간 형상을 단순화된 선과 점으로 묘사하는 서세옥의 작품은 공간에 깊이와 감각을 더하며, 그이 예술적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와 조화를 이루는 로마넬리 부부의 아트 퍼니처와 도예 오브제는 다이닝 룸을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공간으로 완성한다. 가구와 오브제는 실용성을 넘어 예술 작품처럼 배치되어, 공간의 품격을 높이며 서세옥의 작품과 함께 강렬한 미적 하모니를 연출한다.
다이닝 룸에는 서세옥 작가의 작품, 로마넬리 부부의 가구로 개인의 취향을 드러냄과 동시에 공간의 품격을 더했다. ©류인혜
M4(Duplex House)는 40대 갤러리스트의 집으로, 흡사 갤러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넓고 높은 천고 아래, 시선을 압도하는 조형물과 작품들이 가득 놓여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갤러리스트의 취향을 반영하듯,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의 깔끔한 공간에 감각적인 가구로 포인트를 주어 세련된 미감을 완성했다. 작품과 가구의 조화는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예술적 감성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실의 중심을 차지하는 하비에르 카예하(Javier Calleja)의 작품이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D MUSEUM
넓은 거실 창가 앞에는 최근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하비에르 카예하(Javier Calleja)의 작품이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는, 과장된 큰 눈을 가진 어린아이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귀여움과 동시에 초현실적인 느낌이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갤러리스트의 집답게 단순하면서도 곳곳에 포인트를 더할 수 있는 작은 피규어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세련된 감각을 더한다. 이외에도 알렉산더 칼더, 요시키 무라마츠, 백남준, 하로시, 하비에르 카예하, 코이치 사토, 장 푸르베, 폴 헤닝센, 핀 율의 작품 등 신진 작가에서 거장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안목을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전시는 각기 다른 개성과 취향, 그리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탐구한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나의 이상적인 집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공감이 들거나, 혹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초호화 주택을 마주한 듯한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며, 결국 내 마음에 평안을 주는 집이야할로 최고의 안식처가 아닐까. 개개인의 ‘취향’은 고유하며,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이 전시는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캔버스라는 점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이러한 다채로운 해석과 감상을 통해, 자신의 집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앞서 소개한 5명의 가상의 집과는 또 다른 형태의 삶과 취향이 반영된 사례로, 올해 큰 주목을 받았던 개그우먼 이영자의 ‘세컨드하우스’가 떠오른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머릿속 그림을 현실로 그려낸 집을 완성했다. 도시에서의 3일은 알차게 일하며 보내고, 시골에서의 4일을 편히 쉴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집은 그녀의 로망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하는 이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개인의 이상과 안식이 구현된 공간이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집을 간접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은,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 삶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인 ‘홈(home)’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닌, 나 자신을 드러내고 삶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점이 아닐까.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
- 기간: 2024년 11월 15일 - 2025년 5월 18일
- 운영: 화·수·목 11:00-18:00|금·토·일 11:00-19:00
- 장소: 디 뮤지엄(D MUSEUM)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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