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기업 애플은 매번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 아이패드, 블루투스 이어폰 등 우리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 온 애플의 시작은 어땠을까? 궁금한 점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몇 분 안에 알아낼 수 있지만, 현재의 거대 기업을 탄생시킨 획기적인 기술과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 박민정
이런 갈망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부산 서면에 위치한 ‘애플컴퓨터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애플 마니아인 엄대흠 대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그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인 스티브 잡스에 매료되어 애플 총판업체에서 근무하며 수백 대의 애플 제품을 직접 수집했다. 매킨토시 출시 30주년이자 대표가 매킨토시를 처음 접한 지 24년이 되던 2014년에 부산 중앙동 문화의 거리에 박물관을 개관하며 애플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엄 대표는 박물관 운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거나 직접 전시를 기획하며 애플의 역사를 기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킨텍스 '스티브 잡스 크리에이티브전', 국립부산과학관 '디지털 플래닛' 전에 협찬을 했으며 '애플 뮤지엄을 훔치다', '영화 속 매킨토시' 전 등 다수의 전시를 개최했다. 이어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등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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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에 박물관이 중앙동에서 서면으로 확장 이전하며 더욱 다양한 애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대표는 "혼자 준비하다 보니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라면서도, "미래에는 뉴욕 맨해튼 애플스토어처럼 멋진 애플 컴퓨터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방문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그의 노력에 공감한 애플 마니아들이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박물관을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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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1층에서부터 애플과 컴퓨터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관람은 현장 입장도 가능하지만, 예약자가 우선 입장할 수 있다. 또한,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평일에는 오후 2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진행된다. 수십 년 동안 애플 제품을 수집하고 사랑해 온 박물관 대표가 진행하는 해설은 관람을 더욱 특별한 경험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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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티켓 판매소와 스토어 및 애플 제품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3층에는 ‘잡스 체험관’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출시된 애플 컴퓨터를 직접 만져보고 각 시대의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다. 시대별, 분류별로 정리된 매킨토시와 다양한 컴퓨터 액세서리를 마주하고, 직접 사용해 보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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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곳에는 1976년에 스티브 워즈니악이 설계하고 손으로 직접 만들었던 애플 I도 있다. 비록 복제품이지만, 글로벌 기업 애플의 시작을 알린 역사적인 작품인 만큼 반드시 눈여겨볼 만한 전시물이다. 또한, 컴퓨터뿐만 아니라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다양한 제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지난 40년간의 기술 발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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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맥(Mac)이라 불리는 매킨토시(Macintosh)는 1984년 1월에 처음 출시되었다.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이라 평가받는 스티브 잡스가 주도한 프로젝트로 탄생한 이 컴퓨터는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IBM PC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이 매킨토시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는 이유는, 오늘날 모든 컴퓨터와 운영체제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마우스 및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 등의 개념을 최초로 탑재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기본적인 형태를 매킨토시가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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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애플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과 경험을 강조하며 시대를 앞서 나갔다. 이런 애플의 철학은 이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되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왔다. 박물관에서 전시된 애플의 역사를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애플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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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전시물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도비 포토샵 1.0 버전이었다. 흑백 도트로 이루어진 화면이었지만, 현재의 포토샵과 기본적인 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와 더불어 포토샵이 그래픽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되었던 포토샵 5.0 이후에 선보였던 5.5 버전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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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초상화와 명언이 함께 전시된 잡스 체험관은 자연스럽게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 자료관으로 들어서면 애플이 출시한 제품의 매뉴얼, CD, DVD, 박스뿐만 아니라 애플 관련 잡지, 서적, 굿즈 등이 가득 전시되어 있다. 특히 벽면을 가득 채운 파워맥 G3부터 G5까지의 내부 보드들은 애플이 걸어온 기술적 발전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애플이 시대를 앞서가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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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크기는 작지만 곳곳에 애플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 시간이 흘러가는지 모르고 관람하게 된다. 애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박물관은 은혜로운 정보들을 제공한다. 애플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 그리고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의 발전 과정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박물관이다.
애플 컴퓨터 뮤지엄
부산 부산진구 새싹로 48, 반도빌딩 2-3층
051-468-0096
11시 -18시 / 매주 월요일 설, 추석 연휴 휴관
도슨트(해설) : 평일 14시 / 주말 11시, 16시에 진행
입장권 10,000원 / 가족권(3-4인 기준) : 20,000원
http://www.applemuseum.co.kr/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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