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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의 색을 입은 공예의 향연

올해 서울역이 개장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문화역서울284에서는《공예행: 골골샅샅, 면면촌촌(Craft Journey, all over the place, everywhere)》기획전시를 1월 15일부터 3월 30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 방방곡곡 숨어있는 공예의 가치를 옛 서울역이라는 장소성에 맞춰 '여행'에 빗대어 풀어낸 전시이다.

KTX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2004년 3월 기존 서울역 옆에 현대적인 새로운 서울역사가 완공되면서 구서울역은 이후 문화재로 지정되어 현재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시각 예술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전시들이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격년으로 열고 있는 '타이포잔치'가 대표적이다. 《타이포잔치: 문자와 문학, (2013)》, 《타이포잔치 2015: 문자와 도시, (2015》》, 《타이포잔치 2017: 문자와 몸, (2017)》, 《타이포잔치 2019: 문자와 사물, (2019)》, 《타이포잔치 2021: 문자와 생명, (2021)》, 《타이포잔치 2023: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2023)》등 문자와 다양한 매체와의 접근을 통해 그래픽의 영역을 확장시켜나가고 관람객들에게 폭넓은 사유를 돕는다.

또한, 이번 전시와 같이 전통과 공예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 그와 더불어 지역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문화적 창의성을 조명하는 전시도 오랫동안 기획해오고 있다. 2023 공예주간 특별전시《반짝반짝 작은손, (2023)》,《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 (2023)》,《사물을 대하는 태도, (2022)》등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해에 7~8개의 크고 작은 전시를 진행하면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넓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전시할 수 있는 방식을 매번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지역성이 담긴 전통공예의 가치와 오늘날 새롭게 창조되는 변화에 따른 공예의 재해석을 조망하고 있다. 기차의 목적지를 ‘-행’으로 표기하는 것처럼 창작 매개인 손을 통해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낸 공예가 29명의 공예품 총 68점을 만나게 될 여행을 의미한다. 중앙홀에서 3층 대합실까지 7개의 공간에서 펼쳐지며, 각 지역과 시대의 감성과 철학, 삶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여정을 선사한다.

 

중앙홀에는 <푸른 여명, 하얀 대지>를 주제로 두 개의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염색장 정관채 작가의 <여백의 쪽빛>과 이헌정 작가의 <만찬>이 그것이다.

여행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전남 나주의 샛골에서 생산된 무명천에 무형유산 염색장이 물들인 쪽빛, 그리고 쪽빛을 닮은 푸른 새벽의 고요함에서 깨어나 

하얀 대지를 여행하는 공예가는먼 길을 돌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전통의 향기가 현대의 바람과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 속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표현한 것이자 전시의 상징적인 곳으로 제시된다.

 

중앙홀에 위치하여 관람객을 맞이하는 정관채 <여백의 쪽빛>, 이헌정 <만찬> 작품 | 출처: https://heypop.kr/n/117953/

 


천연 쪽빛 염색의 대가, 정관채 염색장 KBS 방송 장면 |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XoNqOPd8tI

 

1, 2층 대합실에 자리한 <서편의 바람> 섹션에서는 서해안과 전라도 지역의 온난하고 습한 기후의 영향으로 섬유질이 많은 식물인 왕골, 대나무, 닥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바구니, 돗자리, 방석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통 직조 방식을 공예가의 시선으로 재탄생한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운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환경문제를 고려하여 만든 폐섬유 작품이 하나의 예술 조형물처럼 눈길을 끈다.

 

<서편의 바람> 섹션에서 펼쳐지는 바구니, 돗자리 등의 다양한 실생활품 전시 | 출처: https://heypop.kr/n/117953/

 

부인 대합실 방에는 <신촌리의 윤슬>을 표현한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주시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 신촌리는 해녀들의 주 활동 지역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고용석 작가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에서 물질하던 어머니를 그리며, 푸른 빛의 윤슬과 바다의 일렁이는 너울을 표현한 백자를 여러 점 배치했다. 관람객의 눈높이 시선에 맞추어 높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푸른 빛깔을 담은 비정형의 도자기를 보니 나도 덩달아 감정이 너울치는 느낌이 든다. 고용석 작가는 조선백자의 색감과 형태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함께 맑은 제주 바다의 빛을 표현했다고 한다. <너울> 시리즈는 깎거나 자르지 않고 오롯이 점토가 지니는 물성을 이용하여 원형 기물의 형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고용석 작가 <신촌리의 윤슬> 작품 | ©류인혜

 

<남가람 물가에 앉아> 섹션에는 소반을 주제로 작업하는 공예 작가와 사방탁자를 현대 감각에 맞게 재해석한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인 유진경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남가람은 진주 남강의 순우리말로, 진주의 남강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옛 선인들을 그리며 목가구가 발달한 지역성을 보여주듯 격자형 구조의 튼튼한 원목틀에 작품을 불규칙하게 배치한 연출이 눈에 띈다.

 


<남가람 물가에 앉아> 에서 보여주는 현대적 감각의 소반 작품 | ©류인혜

대통령과 영부인의 대기 장소였던 귀빈실은 서울역사 내에서 단연 눈에 띄게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공간이다. <팔영산의 달빛> 을 주제로 고흥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 속에 떠오른 둥근 달을 닮은 달항아리 네 점을 배치했다. 형태가 다양한만큼 작품의 좌대 형태와 배치 방식도 달리하여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한 강렬한 레트 카펫과 커튼으로 지배당한 공간 안에서 하얗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시각적인 연출 방식도 참신했다.


강렬한 레드로 장식된 귀빈실에 위치한 <팔영산의 달빛> 달항아리 작품 네 점의 설치 장면 | ©류인혜

김수현 작가는 고흥 분청사기의 가장 대표적인 덤벙기법과 더불어 철화 및 은채 기법을 사용하여 바람을 타며 구름에 휘감기는 달 속의 달을 표현하였고, 김진규 작가는 표면에 기하학적 문양의 도장을 찍어 독특한 질감을 가진 달항아리를 완성했다. 강준영 작가는 항아리와 기호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사회에 맞게 재구성하는 시도를 보여주며, 최보람 작가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통적인 도예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했다.

강릉 자수는 강릉의 사대부 여성들 사이에서 문인화적 감각을 반영하여 발전한 독창적인 자수이다. 단순한 공예를 넘어서 예술적인 표현이 강한 회화적 자수라는 점이 조선시대 일반적인 자수와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빌처럼 상부에 달아서 전시한 이상영 작가의 <조우_소우주 Vll>는 색색의 자수들이 서로 연결되어 독특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수없이 교차되는 한옥 지붕의 기와 패턴을 노랑, 빨강, 파랑 등의 색실로 만들어 오랜 전통을 세련된 스타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창가 근처에 설치하여 햇살을 듬뿍 머금으니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인다. 자연과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자수를 놓았던 신사임당처럼 세련된 스타일의 자수를 통해 시대의 이상향을 제시한다.


이상영 <조우_소우주 Vll> 출처: https://heypop.kr/n/117953/

류인혜(국내)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학사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2023 굿디자인어워드(GD) 심사위원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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