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시장의 변화와 현재 트렌드: 동묘에서 성수, 그리고 부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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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구제시장은 단순히 ‘중고 패션’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실용 위주의 소비에서 출발한 구제시장은, 이제는 취향과 철학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서울의 동묘와 성수, 그리고 부산의 남포동 일대가 있다.
동묘, 보물찾기의 시작점
서울 동묘 구제시장은 오래전부터 중장년층의 생활형 시장으로 존재해왔다. 군복, 원조물자, 오래된 의류들이 거리 곳곳에 널려 있고, 현금으로 흥정하며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Z세대와 밀레니얼들이 ‘빈티지’의 매력을 발견하고 동묘로 모여들면서, 이곳은 다시금 활기를 띠게 되었다.
SNS와 유튜브의 영향으로 ‘동묘 패션 하울’, ‘동묘 스타일링’ 영상이 유행을 타며, 동묘는 단순히 저렴한 옷을 찾는 장소를 넘어 ‘힙한 성지’로 부상했다. 길거리의 옷더미 속에서 보석 같은 아이템을 찾아내는 디깅(digging)의 재미,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의 발견은 동묘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되었다.
뿐만아니라 TV 매체 등에서 유명인들이 동묘에 찾아가 패션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고 ‘구제 패션’에 대한 호응도도 높아졌다.





동묘 구제시장 거리 (출처: https://images.app.goo.gl/fAorwhTGyMLVuQz66)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동묘 시장(출처: https://images.app.goo.gl/MmJBe7hsZMgsEVno8)
성수, 빈티지의 재해석
동묘가 빈티지 문화의 대중화 포인트였다면, 성수는 그 다음 단계인 ‘큐레이션과 재해석’의 중심지다. 과거 공장지대였던 성수는 현재 고감도 편집숍, 셀렉트 빈티지숍, 리워크(rework) 브랜드들이 입점하며 감각적인 소비공간으로 거듭났다. 이곳의 구제 아이템은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작품’으로 다뤄진다.
대표적인 숍들은 고급 셀렉션과 시즌별 큐레이션을 통해 정제된 빈티지 경험을 제공한다. 팝업스토어, 전시, 브랜드 협업 등과 결합된 이 경험은 구제 소비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만들고 있으며, 이는 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 있는 소비’ 흐름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주요 빈티지샵 몇군데만 들어가봐도 옛날 구제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주코빈티지 (https://blog.naver.com/goj11/223443711321)
밀리언아카이브 (Million Archive): 2017년부터 운영된 창고형 빈티지 숍으로, 다양한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며, 시즌별 기획전을 통해 특별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곳
블루웨어 (Bluewear): 클래식부터 스트리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빈티지 의류를 제공하며, 넓은 피팅룸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한 쇼핑이 가능한 공간
빈티지애플스 (Vintage Apples):서울숲과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다양한 빈티지 의류와 소품을 판매하는 감각적인 숍
에어빈티지 (Air Vintage): 노스페이스, 아미, 메종키츠네 등 다양한 브랜드의 빈티지 의류를 취급하며, 스트리트 패션을 선호하는 Z세대에게 인기 있는 곳



브론즈윅 성수 (https://blog.naver.com/goj11/223443711321)


EQL 성수 (출처: https://blog.naver.com/goj11/223443711321)
동묘시장은 아날로그 시대의 구제시장이었다면, 성수의 구제시장은 현시대에 맞춰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게를 홍보하고 아이템을 소개한느 등 젊은이들의 소비패턴에 맞게 진화하였다.
부산, 항구 도시의 빈티지 감성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구제 문화는 각기 다른 결을 가진 채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일본과의 지리적 인접성, 항구 도시라는 배경 덕분에 독특한 빈티지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남포동과 부평 깡통시장 일대에는 일본, 미군에서 유입된 아메카지 스타일의 의류들이 주를 이루며, 서울보다 조용하고 정제된 빈티지 경험을 제공한다.
부산의 빈티지숍들은 서울보다 DIY 감성과 커스터마이징 문화가 강하고, 지역 로컬 셀러들이 운영하는 숍들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전포, 해운대, 서면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지역에도 점차 감성 편집숍들이 늘고 있어, 구제 문화는 이제 지역성과 취향을 함께 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남포동 구제시장 (출처: https://images.app.goo.gl/p4pBpC2MiehE6nZh7)
새로운 소비, 빈티지는 철학이다
서울의 동묘와 성수를 기점으로 시작된 구제시장의 재조명은, 이제 지역 고유의 색을 입고 전국 각지로 확장되고 있다. 대구의 예술 골목과 함께 어우러진 빈티지 숍들, 광주의 합리적인 감성 숍, 전주의 전통과 함께 숨 쉬는 아날로그 감성의 구제숍, 제주도의 자연과 서핑 문화가 더해진 빈티지 아이템들까지—구제시장은 도시마다 다른 풍경과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옛 것의 재사용’이 아닌,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고, 지역과 문화를 연결하는 창의적 소비의 방식’으로서 구제문화가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빈티지는 더욱 정교하게 큐레이션되고, 더 많은 도시와 플랫폼을 통해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구제는 패션을 넘어, 세대를 잇고 지역을 연결하며, ‘우리 시대의 미감’을 담아내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오늘날 구제시장은 단순히 ‘저렴함’이나 ‘재활용’의 의미를 넘어선다. 소비자들은 그 속에서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천하며, ‘문화적 경험’을 소비하고 있다. 동묘는 보물찾기의 재미를, 성수는 감각적 큐레이션을, 부산은 개성 있는 로컬 감성을 보여주며, 구제 문화는 도시마다 다른 결로 성장 중이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리셀 플랫폼과 브랜드 협업, 아트페어와 전시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으며, 구제는 이제 패션을 넘어선 하나의 생활양식, 라이프스타일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석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 박사 졸업
-KT 융합기술원 연구소 UX 기획가
(현) 현대자동차 차량 소프트웨어개발 연구소 서비스 기획 및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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