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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제도나 마카, 에어브러쉬가 사라진 요즈음은 하루 종일 시력과 정자수의 감소를 감내하며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이 디자인인 걸까?
제가 요즘 출강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예상외로 어쩌면 예상대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멋있게 혹은 이쁘게 꾸미는 것’이라고 대답했고 서너 명의 학생들이 ‘디자인은 삶이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의 문화적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한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디자인을 순수하게 심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듯하네요.
그다지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실천 할 미래의 디자이너로서는 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조금 부족한 듯 느껴졌습니다. 단지 멋있고 이쁘다는 감정은 소비자를 위해 의도된 것일 뿐, 디자이너라면 소비자가 원하는 멋있고 이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디자인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그렇기에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디자이너의 역할이나 입장을 생각할 때, 학생들의 관점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더 많은 생각들을 나름대로 가질 수 있을 텐데... 사실, 학생들의 사정을 알기에 탓할 수만도 없었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뛰게 될 그리고 지금도 뛰면서 밤늦게 시간을 내어 공부하는 디자이너들에겐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느끼고,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 하면서 대기업이나 외국의 디자인 환경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저 남들처럼 무엇인지 모를 막연한 ‘멋있는 것’이 되도록 꾸미기 위해 이전의 것들을 카피하는 것을 강요당할 뿐, 괜히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자신에게 그리 득이 될게 없으니까요.
그리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삶 속에서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디자인이란 그저 나름대로 지내오면서 거기에 알맞게 혹은 멋있게 만들려고 하다보니 우연히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저 열심히 멋있게 만들다보면 언젠가 퍼뜩 떠오르는 영감으로 뛰어난 그 무엇이 만들어질지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라는 물음에 단지 멋있고 이쁜, 내 감정이 끌리는 무엇이라는 애매한 표현 외에는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면... 그건 디자이너라기 보다는 장식가 혹은 장인이겠죠.
포스트모던, 프렉탈, 사이버스페이스나 유비쿼터스 등등 수많은 현상과 이야기들은 단지 유행일 뿐일까? 태극무극이니 노마디즘이니 하는 것은 논문을 빛내기 위해 몇 줄 집어넣을 때 외에는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기에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습니다. 사실 배워봤자 속담 한 줄 깊이 깨닫고 자신의 삶으로 녹여내는 것과 다를 바도 없으니, 괜히 머리만 아픈데, 포토샵으로 새로운 효과나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게 낫죠.

무엇이 맞다 그르다를 말할 수 없으니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처음 디자인을 공부할 때, 디자인이란 ‘인간을 위한 도구’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대했었고, 빅터 파파넥의 관점만이 진정한 디자인이라고 믿었었습니다. 제가 접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으니까요. 이젠 인간이라는 존재, 문명이라는 현상이 단순히 어떤 어떤 주의나 주장으로 치우쳐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그걸 공부할 시간동안 저도 일러스트레이터나 더욱 숙달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이란 설명되지 않는다.’나 ‘정답은 없다.’고 주장하는 그 말 속에도 이미 정답 혹은 진실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과 자신이 믿는 진실이 들어있습니다. 어떤 것을 결정하고 실천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선택을 전제하는 메타적인 현상에서는 벗어날 수 없겠죠. 춘원 이광수가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신민’이라고 아무리 외쳤어도, 자신의 글과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나 일본어가 아닌, 한글을 계속해서 사용해야 했듯이...
문화라는 것, 맥락이나 역사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내가 벗어날 수 없는 나의 존재에 대한 근원이고, 기억이니까요. 어차피 그저 살아가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만들어갈 뿐, 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모습, 그 자체만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바로 그 자신이고, 디자인은 그 모습들을 흔적으로 남겨놓게 됩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유행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디자인이라고 생각되어도, 디자인을 기억한다는 것, 기억하기에 만들어지는 디자인은 그 어떤 것도 아닌 나 자신, 그리고 나를 나로서 있게 하는 우리만의 디자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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