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위가 끝나고 따스한 봄날을 거쳐 여름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날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의 비중이 높아지고, 실내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연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잘 조성된 공원이나 정원, 야외 공간을 찾는다. 단순한 산책이나 휴식을 넘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일상의 피로를 해소하고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중요한 여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일상 속에서의 회복과 전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도심 내 공원과 녹지 공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생활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도심내 공원 녹지를 입체적이고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녹색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심각한 기후위기 대응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은 공원을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도시 생태계를 회복하고 시민의 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적극적인 생활공간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공공녹지의 품질 향상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실현되어야 할 과제이다.

<공원의 긍정적인 기능>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출처: https://hrcopinion.co.kr/archives/
도시의 삶이 점점 복잡해지고, 자연을 소비하고 체험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공원에 대한 정의 역시 재고될 필요가 있다.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성된 공공의 녹지 공간’ 의 의미와 더불어 다양한 주체가 창의적으로 조성한 일시적인 공간이라 하더라도 시민이 그 안에서 자연과 접속하고 감각을 환기하며 일상을 잠시 벗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현대 도심의 공원 또는 정원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공간의 물리적인 특성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벌어지는 '경험'과 '관계'에 주목할 때, 우리는 더욱 유연하고 개방적인 시각으로 도시 속 자연 공간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프랑스 하이 주얼리 메종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에 동화 속 봄의 정원을 선보이며, 브랜드가 해석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구현해냈다. 이 공간은 조형적 완성도는 물론, 주변 자연 환경과 다양한 구조물이 어우러져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과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Alexandre Benjamin Navet)의 협업으로 서울 잠실 월드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Spring is Blooming' 행사 포스터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익숙한 공간을 경험하고,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고, 상상의 나래에서 아이들이 뛰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보적인 에너지를 지닌 서울을 방문하는 모두가, 일상 속 공간인 잠실 월드파크에서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Alexandre Benjamin Navet) -
해당 행사는 ‘Spring is Blooming’ 이라는 주제로, 프랑스 아티스트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Alexandre Benjamin Navet)와 협업하여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Spring is Blooming’ 행사는 이미 뉴욕, 도쿄, 상해,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로, 한국에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에서 도심 속 예술 정원을 구현해냈다.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Alexandre Benjamin Navet)는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를 아우르며 생기 넘치는 드로잉을 바탕으로 생생한 컬러와 감각을 더하여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의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드로잉을 통해 단순한 전시를 넘어 마치 동화 속 상상의 세계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울창한 숲 속에서 잠시 길을 잃은 듯한 상상 속의 산책을 통해, 관람객이 자연의 고요함에 몰입하여 신선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Spring is Blooming(스프링 이즈 블루밍)' 프로젝트의 협업 아티스트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약 2,000㎡(약 610평) 규모의 월드파크 야외 공간에는 꽃으로 장식한 아치와 잠깐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그네, 형형색색의 벤치, 정원 그네와 분수 등이 설치되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누구나 쉽게 방문하여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야외 광장이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수채화와 색연필 드로잉을 결합하여 다채로운 질감을 시도하였고, 푸른 이끼색과 생동감 넘치는 초록, 햇살 같은 노랑, 연한 보라, 연분홍 등으로 따뜻한 봄날의 색상 팔레트를 구성하였다.

Springtime playground, 2025년 초 홍콩 Tai Kwun’s Plaza에서 열린 도심 속 정원 프로젝트
현대 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양식 속에서 자연과의 접점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전통적인 공원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녹지 공간 뿐만 아니라, 예술과 디자인, 브랜드의 창의적 시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도심 정원까지, 이 모든 공간은 도시민의 일상에 쉼과 영감을 불어넣는 소중한 자원이다. 앞으로 도시의 녹지 공간은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더욱 다양하고 융통성 있게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후 위기 시대에도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와 풍요로운 인간 경험을 함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학사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2023 굿디자인어워드(GD) 심사위원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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