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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몸'을 통한 감각의 재구성

‘지각 예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개인전《더 리턴(The Return)》이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3개층 전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17년 만에 열린 이번 개인전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장소 특정적 몰입형 설치 연작 ‘웨지워크(Wedgework)’의 신작인 ‘더 웨지(The Wedge)’를 비롯해 ‘글라스워크(Glasswork)’ 연작 4점 등 대형 설치 5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판화, 조각,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로든 크레이터(Roden Crater)’ 과정을 담은 사진 등 20여 점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화산 분화구 안에 24개의 관측 공간과 6개의 터널을 구축하는 작업으로, 육안으로 천문 현상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을 이미지 형태로 전시하고 있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개인전《더 리턴(The Return)》©류인혜

 

94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캘리포니아 라이트 앤 스페이스(Light and Space) 운동의 핵심 인물이다. 이 운동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전개된 미술 운동으로, 빛, 공간, 인식(perception)을 중심으로 한 실험적인 작업을 특징으로 한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빛과 공간이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지각 예술(perceptual art)'이라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회화에서의 순수한 감각이라는 개념에 영향을 받아, 초기에는 '빛을 구성하는 것'과 '빛으로 그리는 것'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에 집중하며 색과 공간, 인지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발전시켰다. 

 


<글라스워크(Glasswork)> 연작, James Turrell, Elemental, 2021 ©James Turrell 


이번《더 리턴(The Return)》전시에는 어두운 공간 안에서 투사된 빛의 평면들이 교차하며 마치 빛이 실체를 지닌 것처럼 공간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웨지워크(Wedgework) 설치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사각 곡선 형태, 원형, 다이아몬드 형태의 유리 설치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 유리 시리즈는 외부 표면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평면이 마치 무한한 깊이를 지닌 듯한 착시를 만들어내며, 무한 반복한다. 색상의 변주를 통해 공간의 분위기가 변화하여 다른 공간을 마주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James Turrell, After Effect, 2022 ©James Turrell, PACE GALLERY



앞선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과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예술가적 의식과 관람객 체험 중심의 접근 방식에서 깊이 상통하는 작가의 전시도 현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바로 공간과 몸의 관계를 사유하고 육체를 초월하는 감각 경험을 유도하는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이다.

 

최근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안토니 곰리의 협업으로  라는 이름의 건축물을 지었다. ‘대지’의 의미와 동시에 ‘현재에 몰입하다’ 라는 뜻을 함축한 의미를 지닌 이 건축물은, 자연과 교감하며 관계맺는 안식처를 제공하고자 했다.  는 내부 직경 25m, 천고 7.2m, 직경 2.4m의 원형 천창을 갖춘 돔 형태의 공간이다. 안과 밖의 뚜렷한 구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는 이 건축물의 내부로 들어서면, 돔 형태의 내부에 흡사 판테온이 연상되는 원형 천창이 뚫려있고,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햇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관람객은 자신이 건축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예술 사이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또한 반원형 입구를 통해 불어오는 바람과 자연의 소리를 통해 단순히 감상자가 아니라 공간의 소리에 참여하게 되면서 내면의 몰입과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로우면서도 편안한 공간이다. 

 


판테온을 연상시키는 안토 타다오와 안토니 곰리의 합작 건축물 <GROUND> ©MUSEUM SAN


고요한 전시장 내부에서 온전히 '작품과 나' 사이에서 공간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둥근 원형 천장의 구조로 인해 약간의 소음에도 소리가 울리는 효과가 난다. 
©류인혜

<감각의 재구성: 제임스 터렐과 안토니 곰리, 그리고 공간 경험의 예술>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과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는 공간, 빛, 물질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람객의 감각을 확장을 이끌어주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조형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과 관람객, 공간이 하나의 경험적 장면으로 융합되는 현대 예술의 흐름을 대표한다.
 

1. 공간을 매체로 확장한 빛의 예술

그들의 더 이상 2D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벽, 천장, 바닥, 조명 등 공간 전체를 예술의 재료로 활용해, 빛과 색, 자연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적이고 몰입적인 환경을 구축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공간은 더 이상 '작품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가 된다.

안토니 곰리 역시 인간의 몸을 조형의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것을 고정된 대상이 아닌 공간 속에 존재하는 감각적 매개체로 다룬다. 

 

2. 관람객의 경험 중시

터렐과 곰리는 공통적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시점’이 아닌, 작품 안에서 ‘체험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터렐은 자연광, 색채, 구조물을 통해 감각적 혼란과 지각의 확장을 유도하고, 곰리는 자신의 몸을 본뜬 형상과 주변 공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관람자 스스로 존재를 자각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단순히 감상자를 작품 앞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와 공간, 작품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상호작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며, 오늘날 관객 경험(UX)’중심의 전시 기획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3. 비물질적 요소에 대한 인식의 확장

구체적인 형태보다는 비물질적 요소(빛, 온도, 질감, 공간감, 바람, 소리 등)를 통해 관람객의 심리적, 신체적 반응을 유도한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어두운 공간 안에서 투사된 빛의 평면들이 교차하며 마치 빛이 실체를 지닌 것처럼 인식되며, 공간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확장되는 듯한 황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 특징은 주로 비물질적이고 단순하며, 시각적으로도 미니멀한 형태를 지닌다. 하지만 보는 사람의 위치, 움직임, 시간에 따라 시각적인 경험은 계속 변화하는 재미가 있다. 

어떤 순간에는 빛이 마치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지고, 관람객을 혼탁한 물질 속에 가둔 듯한 인상을 주며, 전시장의 네모난 육곽까지도 지워버린다. 맞은 편 벽은 벽처럼 보이지 않고, 구분되지 않는 공허한 공간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시각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이며, 현실과 시각 사이의 불일치를 강조하려는 목적이 있다.

안토니 곰리 역시 재료, 질량, 공간, 빛 등에 대한 섬세한 조율을 통해 자신의 몸과 빛, 시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의도한다. 그의 조각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몸과 세계, 시간과 존재의 관계를 새롭게 감각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처럼 터렐은 ‘빛’을 통해 우리의 감각을 넓히고, 곰리는 ‘몸’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느끼게 만든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두 작가 모두 관람객의 ‘직접적인 경험’을 중심에 두는 예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그들의 작품 안에서 관람자는 단순히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 속에 들어가 머무르고, 몸으로 느끼며,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존재가 된다. 결국 두 작가는 형태를 통해 세상을 보여주기보다, 무형의 공간을 창조하여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참고 자료>

페이스 갤러리 홈페이지: https://www.pacegallery.com/exhibitions/james-turrell-the-return/

뮤지엄 산 홈페이지: https://www.museumsan.org/museumsan/gormley/about.jsp?m=13&s=2

 


 

 

 

류인혜(국내)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학사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2023 굿디자인어워드(GD) 심사위원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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