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정말 덥다. 그냥 더운 정도가 아니다. 햇빛은 폭력처럼 내리꽂히고, 도로는 열기로 꿈틀거린다. 지구 어느 한편에서는 이례적으로 온도가 낮고, 어느 지역에서는 갑자기 엄청난 양의 강수가 내리기도 한다. 게다가 이 폭염은 예전처럼 며칠 버티면 끝나는게 아니다. 더 길어지고,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더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이 만든 지구 온난화에 인간이 지쳐가는 중이다. 이제는 날씨가 계절을 뛰어넘어 재난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특히 매년 여름, 병원에 실려오는 온열 질환자가 늘어나고, 그 피해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특히나 열섬 현상이 있는 도시에서는 더 취약할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도시들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지금 이 더위를 사람들에게 덜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도심 한복판에서도 숨통 트이게 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각 도시에서는 기술과 감각, 환경과 감정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형 쿨링 디자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 도시형 쿨링 인프라 만들기
서울숲을 지나다보면 문득 시원해지는 순간이 있다. 비밀은 ‘쿨링포그’. 아주 가느다란 물안개가 공기를 감싸며 체감온도를 슬쩍 낮춰준다. 게다가 스마트하다. 온도와 습도를 감지해서 딱 필요한 순간에만 작동한다.

서울숲 쿨링포그 (출처: https://www.news1.kr/photos/7384423)
정류장이나 횡단보도 앞에는 요즘 자동으로 펴졌다 접혔다 하는 스마트 그늘막도 종종 보인다. 그늘 하나로 온도는 물론, 기다리는 시간이 버틸만한 시간이 된다.

스마트 그늘막 (출처: https://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6934.html)
이건 그저 장비 설치가 아니라 사람의 흐름에 맞춰 시원함을 배치한 도시의 공감 디자인이다.
2. 도시공간을 재해석한 쿨링 디자인, 그늘은 수직으로도 자랄 수 있다.
도시에는 나무를 심을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 그래서 건물 위, 건물 옆과 같이 도시의 표면을 식히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기를 활용해 옥상을 녹지화 하는 것이다. 이끼는 무겁지도 않고 필요한 물의 양도 적으면서도 실내 온도를 2~3도 낮춰주는 똑똑한 선택이다.
또는 외벽에 벽면녹화 모듈을 붙여서 시각적으로도 예쁘고, 기능적으로 미세먼지도 잡고, 열도 차단할 수 있다. 입체적으로 도시를 감싸는 그늘의 확장판이라고 할수 있다.

그린하우스 (출처: https://kr.123rf.com/photo_77355978)

목재로 덮인 건물 외벽과 옥상에 식물을 식재한 건물 (출처: https://internidecor.com/71/?bmode=view&idx=11039995)

도심속 옥상 정원 (출처: https://internidecor.com/71/?bmode=view&idx=11039995)
또, 이끼와 같은 녹지화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의 색을 어두운 색 대신 밝은색으로 바꾸는 전략도 효과적이다. 즉, 쿨루프(cool roof)와 쿨월(cool wall)로 바꿔 나가야 한다.
도시 곳곳에 짙은색 건물 외벽과 아스팔트 도로가 햇빛을 흡수하여 해가 진 이후에도 열을 방출하여 도시의 온도를 올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밝은색 외벽으로 바꾸면,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건물 외벽이 열을 방출하는 모습 (출처: 쿠키뉴스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507280150)
3. 보행자를 위한 쿨링 서비스
길을 걷다가 더위에 지칠때 시원한 공간을 마련하여 쉴 수 있게 하는 무더위쉼터가 있다. 에어컨이 잘 나오는 도서관, 마을회관, 편의점, 은행 등을 쉼터로 지정해서 언제든 더위를 피해 쉬러 올 수 있게 했다. 강원도에는 1500곳 넘게 지정했고, 전북 고창군에는 누구나 생수 한병 꺼내 마실 수 있도록 ‘양심 냉장고’가 있는 쉼터도 있다.
또, 보행자가 아닌 이동 노동자를 위한 쉼터 또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배려의 공간이다.

포항 상공회의소 무더위 쉼터 (출처: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2588)

전주 덕진구 플랫폼노동자 쉼터 (출처: https://images.app.goo.gl/WxL5Ct16oNeTzcRq5)
4. 기후 회복력 디자인과 도시 전략
폭염도 예측할 수 있다면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즉, 디자인 과제로써 접근할 수 있다. 서울시는 AI 기반 시스템으로 폭염 위험 지역과 취약계층 지역을 미리 파악한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 쿨링 쉼터를 먼저 배치하고 있다. 즉, 데이터와 공감이 합쳐 만들어지는 스마트하고 따뜻한 도시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행정동별 폭염 위험성 지도 (출처: 뉴스트리, UNIST 연구팀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311010001)
공사현장도 놓치지 않는다. LH와 호반건설은 이동식 에어컨, 제빙기, 그늘막을 설치하고, 정부는 폭염 휴식 규정을 아예 법으로 정했다.

건설 현장에 마련한 제빙기 (출처: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507090032)
하천을 개방하여 물길의 흐름이 도시 내에서 바람을 만들 수 있는 역할도 한다. 바람길을 형성하는 도시 하천이 온도를 낮추는데 한몫 한다는 뜻이다.

성내천 바람길 (출처: 쿠키뉴스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507280150)
우리는 점점 더 더운 세상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 스스로가 숨쉴 수 있도록 회복력을 키워야 하며, 지혜로운 도시 디자인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 모든 노력은 결국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함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석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 박사 졸업
-KT 융합기술원 연구소 UX 기획가
(현) 현대자동차 차량 소프트웨어개발 연구소 서비스 기획 및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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