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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라부부'의 인기, 그리고 캐릭터 산업의 미래

요즘 들어 인기 있는 광고와 제품을 보면 '캐릭터'와의 협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리오의 캐릭터를 비롯하여 스누피, 심슨 가족, 잔망루피, 망그러진곰, 해리포터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으며 2D에서 실사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사람들이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친근감'에 있다. 어릴 적부터 즐겨보던 만화나 영화와 같은 콘텐츠에서 봐왔던 캐릭터들이 제품에 적용되면, 그 캐릭터에 대한 향수와 친밀감이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그와 더불어 캐릭터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그래서 각박한 현실 속에서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즐거움을 주는 '무해(無害)한' 것들에 대한 매력에 빠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상에 크진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주며 삶에 활력을 주는 캐릭터들은 현대인들에게 '정서적인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캐릭터는 제품에서 나아가 브랜드에도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함께 커지기 마련이다. 이에 아예 처음부터 캐릭터를 앞세워 브랜드를 홍보하는 경우도 늘었다. 그와 더불어 캐릭터와 관련된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릭터 산업은 이제 전 연령을 아우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박민정 

 

이렇게 캐릭터 붐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두드러지게 화제가 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라부부(Labubu)'다. 이는 중국 최대 규모의 아트토이 제작·유통·판매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인 팝마트(POP MART)의 대표 캐릭터로, 홍콩 디자이너 카싱 렁(龍家昇)이 만들었다. 홍콩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성장했던 디자이너는 어린 시절 읽었던 북유럽 신화에 영감을 받아 '숲속의 요정' 콘셉트로 라부부를 탄생시켰다.

 

토끼를 연상시키는 뾰족한 귀, 아홉 개의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 특징인 라부부는 성별, 나이는 물론이고 국적까지 모호하다. 동양인 디자이너가 서양의 신화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연출되는 듯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는 특정한 국적이나 문화적 배경을 알 수 없는 이 '경계 없음'이 오히려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아닌가 싶다. 개인 각각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에 라부부가 가진 특성은 시대의 분위기에 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라부부의 성공 비결은 캐릭터가 가진 특유의 매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셀럽들의 영향력이 컸다. 블랙핑크 리사, 두아 리파, 리한나 등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이 나서서 가방에 라부부의 키링을 더한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리사는 다양한 종류의 라부부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냈고, 이는 곧 소비로 이어졌다.

 

 



ⓒ 박민정

 

두 번째 인기 요인으로는 차별화된 판매 방식에 있었다. 라부부는 일반적인 캐릭터 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되었다. 상자를 열기 전까지 어떤 디자인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원하는 디자인을 얻기 위해 여러 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정 확률로만 등장하는 '시크릿 에디션'이 있는 점도 한몫했다. 이런 전략 때문에 소비자 한 명당 7.2개를 구매한다고 한다. 또한 반스, 코카콜라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한정판 시리즈를 선보이며 수집욕을 자극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한 점도 인기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의 라부부 검색 화면 

 

한정판이 대부분인 라부부는 '출시되면 일단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의식이 생겨났고. 소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투자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일부 한정판 라부부는 정가의 20-30배에 달하는 리셀가를 기록하며, 투자 가치가 금보다 높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네이버가 운영하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서는 라부부 거래액이 전월 대비하여 121%, 전년 동기 대비하여 7,711%나 증가하며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 유튜브 내 라부부 검색 화면 

 

라부부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치솟으면서 현재는 어디서나 구하기조차 어려운 희소성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매 사이트에서는 한정판 라부부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누구나 갖고 싶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 희소성은 틱톡, 쇼츠, 릴스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플랫폼들에서는 자신이 라부부를 구매한 과정을 공유하거나, 아예 라부부 박스를 언박싱하는 등의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최근에는 라부부 대신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던 캐릭터들로 관심이 옮겨가는 추세다. '크라이베이비','스컬 판다','몰리' 등 팝마트 소속의 다른 캐릭터들 또한 '넥스트 라부부'로 주목받으며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빠르게 품절 사례를 빚고 있는 중이다. 이런 현상에 기존의 만화 캐릭터들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박민정

 

라부부의 성공 사례는 현대인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사람들의 소비는 과거와는 달리 소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감정적인 연결과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희소성을 중심으로 수집 욕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은 해당 산업의 발전을 이끌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캐릭터 산업이 '키덜트'의 취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캐릭터에 대한 열정적인 소비가 늘어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의 확장은 한정된 국가가 아닌 글로벌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캐릭터 개발부터 홍보, 판매까지 모든 부분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전략과 콘텐츠 기획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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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캐릭터 #키덜트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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