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코리아 2025에서 제시한 키워드 중 하나인 ‘무해력(Power of Harmlessness)’은 힘없고 연약한 것이 오히려 새로운 힘을 발휘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해롭지 않은 것에서 위안과 안정감을 찾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예술 분야에서도 나타나며, 작고 귀여운 모티브와 캐릭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여름 작가는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일상을 달콤하게 기록하는 ‘치유의 곰’, ‘아이스크림 속 인생’과 같은 작품으로 우리의 삶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2011년부터 이어온 SWEETCH(Sweet+Switch) 시리즈는 아이스크림, 달고나, 젤리 등 달콤한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아, 투명한 레진 오브제 속에 미니어처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시리즈는 행복한 추억뿐만 아니라 슬프고 힘든 기억까지도 작은 미니어처로 표현해, 일상의 다양한 순간들을 달콤한 디저트 안에 아련하게 저장하고 있다.
작품 시리즈 중 하나인 ‘아이스크림 속 인생’에서는 운동을 하거나 데이트를 즐기고, 빨래를 널거나 다이빙을 하는 등 다양한 일상의 장면들이 담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여기에 ‘달콤한 기억을 한 입’ 베어 문 듯, 아이스크림 오브제에 이빨 자국을 남기거나, 토핑을 흩뿌린 듯한 기법을 활용해 벚꽃이나 눈이 흩날리는 순간을 표현하기도 했다.
2022년 첫 선을 보인 ‘쌍쌍바’ 시리즈는 스윗 메리지(Sweet Marriage), 스윗 메이트(Sweet Mate)라는 타이틀 아래 함께할 때 더욱 빛나는 행복의 순간들을 담아냈다. 두 개의 얼음기둥 속에는 신랑과 신부, 친구, 연인,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어 타인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와 기쁨을 표현한다. 동시에 행복했던 순간이 잊히지 않도록 아이스크림 안에 봉인하고자 하는 작가의 아쉬움과 간절함도 함께 녹아 있다.
2022년에 선보인 작품 ‘하루살기’는 1년의 365일을 상징하는 365마리의 치유의 곰으로 구성되었다. 각 곰은 서로 다른 알약을 몸 안에 품고 있으며, 1부터 365까지 고유 번호를 가지고 있다. 전시 초반에는 365마리가 모두 함께 전시되었지만, 작품이 하나씩 판매되면서 전시 후반으로 갈수록 곰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21년에 공개된 ‘일주일살기’는 요일을 상징하는 7마리의 치유의 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년이 52주라는 점에 착안해 총 52점을 선보였다. 이는 매일의 기억을 달콤하게 저장하며 하루하루를 치유해 주는 듯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2024년에 발표된 치유의 곰 ‘마깨또’는 기존처럼 알약 대신 후시딘, 마데카솔 같은 연고를 품고 있어, 상처를 어루만지고 회복을 돕는 또 다른 치유의 의미를 전한다.
이 외에도 달고나에 다양한 모티브를 새겨 넣고 미니어처를 담아낸 시리즈, 진저맨 쿠키 모양의 틀에 채색된 못을 결합한 작품 등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이여름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기억을 오브제로 재구성하며, 유년 시절 몰래 사 먹던 설탕 뽑기에서 느꼈던 달콤함과 동시에 스며든 불안감을 작품 속에 담아왔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작고 평범한 순간들조차 특별한 위로와 의미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오늘도 기억의 조각들을 달콤하게 기록하고 있다.
참고자료
이여름 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iurum_official/
-성신여자대학교 통계학과 학사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류환경학과 석사 졸업
-트렌드 분석 및 컨설팅 회사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 분석 연구원 및 컨설턴트
(현) 시선인터내셔널 미샤 정보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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