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산율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질 만큼 낮은 수준이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즉 합계출산율은 0.75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년의 0.72명보다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저출산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의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전문가들은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주거비·양육비 등과 관련된 경제적 부담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1·2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결혼 및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나며 생긴 현상이다. 이렇게 생겨난 빈자리를 반려동물이 채우면서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실제로 유모차보다 반려견을 위한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한 명의 자녀에게 더 많은 자원과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 결과 키즈산업의 규모는 축소되는 대신 고급화·프리미엄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백화점 키즈 상품군과 고가 아동복 시장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한국의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의 성장률은 지난 5년간 연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중국, 터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키즈산업의 규모는 2002년 8조 원에서 2023년 약 50조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 데이터 서비스업체 피치북(PitchBook)은 올해 산업의 규모가 60조 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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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가 발간한 〈저출생 시대 속 골드키즈가 이끄는 키즈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키즈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부모뿐만 아니라 양가 조부모, 삼촌·이모 등 온 가족이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텐 포켓(Ten Pocket)' 소비 현상이 확산되면서 '골드키즈(Gold Kids)', 'VIB(Very Important Baby)'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 아이에 대한 지극 정성을 쏟는 이런 현상에 대해 중국의 '소황제(小皇帝)' 세대를 연상하게 할 정도라고 지적한다.
키즈 산업 관련 기업들은 아이들의 부모인 MZ 세대를 새로운 소비주체로 주목하며, 이들의 가치관과 소비 패턴에 맞춘 차별화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아이를 위한 소비가 단순한 필요를 넘어 가치 소비로 전환되면서 프리미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중이다. 동시에 키즈테크(Kids Tech)를 활용한 교육·돌봄·금융 플랫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이런 흐름 속에서 키즈산업의 트렌드로 '프리미엄화', '키즈테크', '캐릭터 IP(지식재산권)', '글로벌 진출'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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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키즈 시장이 발전하면서 그 분야도 세분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유아용품, 완구, 의류 등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헬스케어·엔터테인먼트·금융·여행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백화점 내 프리미엄 키즈카페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머물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고급 원료를 사용하는 유기농 키즈 화장품, 빅데이터와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온라인 영어 학습 서비스 등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와 함께 고급스럽고 즐거운 휴식을 즐기려는 부모가 늘면서, '키캉스(키즈+호텔+바캉스)' 상품이나 캐릭터 테마 객실을 운영하는 호텔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출산 시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을 보관하는 '제대혈 은행'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제대혈이 향후 아이가 겪을 수 있는 각종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제대혈 은행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육아 박람회 등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고객층을 넓혀가는 중이다.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다칠 위험이 높은 아이를 위해 어린이 보험을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제 키즈 산업은 의식주를 넘어 건강과 여가, 웰니스까지 아우르는 종합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 한 명이 한 가정의 소비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자 작은 경제 단위로 자리 잡으며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 및 개인의 소비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소비의 고급화와 감정의 개인화가 점차 심화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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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키즈 시장의 상황은 한국 사회의 가족관과 소비문화를 복합적으로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산업이 누리고 있는 활황의 이면에는 '보여주기'와 '비교'에 익숙한 한국적 소비 성향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좋은 것을 경험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여기에 육아에 전념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 역시 아이에게 집중된 정성과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적게 낳더라도 최선을 다해 키우자'라는 인식이 키즈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앞으로도 키즈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성장이 그저 소비의 확장만이 아닌, 가족의 행복과 아이의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저출생 시대 속 골드키즈가 이끄는 키즈산업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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