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반 소비 트렌드 분석: ‘기분’이 결정하는 제품·서비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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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다가올 한 해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 키워드를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선보인 『트렌드 코리아 2026』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호스 파워(HORSE POWER)'다. 이는 2026년이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인 것을 반영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강인한 힘의 상징인 말과 인간의 지혜가 결합된 켄타우로스처럼, 2026년을 '인간과 AI가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동력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 미래의창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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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인 더 루프', '제로 클릭', '레디 코어', '픽셀 라이프' 등 다양한 하위 키워드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필코노미(Feelconomy)'다. 이는 감정을 의미하는 'Feel'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y'가 결합된 신조어로 감정에 기반한 소비 행태를 일컫는다.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기분을 인식하고, 관리하며, 원하는 감정 상태로 전환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를 선택한다.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이처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었던 '감정'을 판별하고 유지하며 전환하는 분야가 앞으로 경제를 이끄는 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글로벌 트렌드 분석 기관 WGSN 역시 '감정'이 소비를 직접적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미래 트렌드 전망 리포트 《2027 미래의 소비자: 감정》을 통해 감정이 왜 소비자 행동을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되었는지, 그리고 브랜드가 이해해야 할 감정의 의미에 대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스토리, 제품, 브랜드가 창출하는 경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감정적인 요소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분석은 데이터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WGSN에 따르면 사회 전반에서 감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을 검색어와 검색량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기후 불안(climate anxiety)' 또는 '환경 불안(eco-anxiety)'과 관련된 구글 검색량이 4,590% 급증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연구에서는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된 고객이 52% 더 높은 가치를 지니며, 구매 빈도와 추천율 또한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감정을 캐릭터화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전 시리즈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에서 감정이 경제적 성공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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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이는 요소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것은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캐릭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0-69세 캐릭터 콘텐츠 이용자 3,500명 중 68.7%가 평소 상품을 구매할 때 캐릭터가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3년 대비 3.5% 늘어난 수치로, 2021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캐릭터 관련 소비에서 1회 최대 지출 가능 금액은 평균 66,169원이며, 연간 최대 지출 가능 횟수는 평균 6.5회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라면 해외 직구는 물론이고 낯선 지역에도 기꺼이 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캐릭터가 가진 강력한 힘이 무한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030대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인 상하이 디즈니랜드
ⓒ 박민정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캐릭터의 위력은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들만 좋아한다고 여겼던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30대 성인들이 편의점을 순례하는 현상은 IP가 가진 감정적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캐릭터 테마파크에 대한 성인 팬들이 열광하는 현상도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1990년대 유행하던 게임기 '다마고치'가 현재에도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IP로 부활한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감정이 성인이 된 이후의 소비로 이어지는 이 현상들에서 소비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소비지들은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지갑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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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돈이 되는 세상은 어떻게 보면 이전에도 존재하던 소비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예전에도 사람들은 주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샀지만 단순히 '마음에 들어서', 또는 '기분이 좋아지니까'라는 이유로 소비를 즐기기도 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꾀하던 '가심비'나 자신을 위한 과시형 소비인 '플렉스' 같은 단어가 등장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필코노미나 감정과 연관된 소비 행태는 이런 단어의 개념에서 훨씬 진화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기분이 좋아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각하고, 그 감정 상태에 따라 소비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소비의 초점이 물질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의 흐름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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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에 따라, 이제 기능 중심이 아닌 감정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브랜드가 고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공감, 진정성, 감정 설계가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기에,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 감정의 결을 함께하는 기업만이 선택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사람들이 열광하는 캐릭터 마케팅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쉬운 길이기는 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은 캐릭터 활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소비자의 감정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친구, 반려동물 등 감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영역을 탐구하고, 실제 소비자와 함께 체험하며 진정한 수요와 감정 기반 소비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경제적인 성공에는 기술, 자본 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정'도 중요해졌다. 앞으로 감정을 얼마나 깊이 공감하고 설계할 수 있는지가 미래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본다.
<참고 자료>
WSGN 미래의 소비자 2027 : ‘위더윌’, 감정 경제 시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캐릭터 이용자 조사
소비자의 ‘기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감정 기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브랜드·공간·제품 디자인 사례를 정리합니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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