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저드의 미니멀리즘: 예술·가구·공간을 연결하는 디자인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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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의 공간은 본질적으로 평면 위에 올라간 물감보다 더 강력하고 특정적일 수 있다.'
‘Actual space is intrinsically more powerful and specific than paint on a flat surface.’
- 1964년 발표한 에세이 「특수한 사물(Specific Objects)」-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93) ©Judd Foundation/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Laura Wilson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Hyundai Card Storage)에서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의 가구 전시가 국내 최초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디자인 가구를 비롯해 저드 재단의 판화 및 드로잉 소장품 등 약 10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그는 재료의 물성, 공간 .형태의 질서, 조립 방식의 정직성을 중요시하던 작가이자 디자이너로, 1970년대부터 디자인과 가구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예술과 생활의 통합’을 실천하였다. 가구는 반드시 사용성과 유용성을 지녀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침대, 책상, 의자, 선반 등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던 대표적인 작가이다.
도널드 저드는 뉴욕에서 추상표현주의를 잇는 세대의 화가로 출발했지만, 회화의 한계에 환멸을 느꼈다. 그는 1965년에 발표한 에세이「특수한 사물(Specific Objects)」에서 “회화의 가장 큰 문제는 벽에 평평하게 걸린 직사각형의 평면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작품은 식별 가능한 특정 이미지를 나타내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태와 반복적 구조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그는 회화적 감각을 끝까지 유지하며, 색채와 반사 표면을 활용해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저드는 단순한 기본 형태에 강렬한 색감이나 반사 재질을 더하여 더욱 임팩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었다. ©류인혜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가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장식적이거나 불필요한 조형 요소를 최소화하여 기능과 형태가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리고 합판이나 스틸, 알루미늄, 황동 등 재료 자체 그대로의 색과 질감이 미니멀리즘적 아름다움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구의 조립 방식이나 구조, 결합 방식 등이 그대로 보이도록 설계하여 정직한 가구 제작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는 가구를 예술로 취급하지 않았지만 모든 가구는 조각과 같은 형태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제작해 온 합판 의자 시리즈로, 저드 특유의 직교적 형태와 장식없이 목재 판을 그대로 사용한 단순한 조립 방식을 볼 수 있다. ©류인혜
전시장은 실제 저드의 작업 공간과 생활 공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구성되었으며, 관람객은 그의 삶과 예술이 맞닿은 지점을 전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험할 기회를 가진다. 1970~1990년대 사이에 제작한 나무와 금속, 합판 소재의 가구 38점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중 30여 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또한 판화와 드로잉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실크스크린과 그가 주로 작업했던 목판화 작품을 통해 도널드 저드가 회화와 입체 작업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형태와 색채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드로잉 작품을 통해 그가 가구를 제작하기 전에 고민했던 다양한 재료와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어 완성된 가구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드로잉 작품을 통해 그가 가구를 제작하기 전에 고민했던 다양한 재료와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어 완성된 가구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류인혜
도널드 저드의 작품은 겉으로 보면 단순한 형태의 반복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디자이너가 주목할 만한 여러 원칙이 담겨 있다. 그는 장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형태와 재료, 공간과의 관계를 중시했다. 즉, 시각적으로 최소한의 요소만 남기되 그 요소들이 서로 어떤 비율과 간격으로 관계를 맺어야 가장 명확하게 인지가 되는지를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단순함이 오히려 더 강한 존재감을 갖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지금처럼 디자인에 너무 많은 색상과 기능, 메시지를 더하여 복잡해지는 시대에, 저드의 디자인 방식은 큰 울림을 준다. 이러한 작품 태도는 제품, 공간,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 어느 분야에서나 유효하다. 결국 그의 작품 세계는 복잡한 시대일수록 디자인에 무엇을 빼고 더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 전시 정보 >
Donald Judd: Furniture
전시 기간: 2025년 11월 26일(목) - 2026년 4월 26일(일)
전시 장소: 현대카드 스토리지(Hyundai Card Storage)
관람 시간: 화~토요일 낮 12시~오후 9시, 일요일 공휴일 낮 12시~오후 6시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학사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2023 굿디자인어워드(GD) 심사위원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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