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권에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매장이 있다. 바로 주인이나 직원 없이 운영되고 있는 '무인(無人)점포'다. 상주 인력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 매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비교적 낮은 창업 비용과 인건비 절감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카드가 2020년부터 2025년 초까지 전국 무인 매장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인점포의 수는 무려 31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가맹점 수가 약 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그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고 할 수 있다.

ⓒ 박민정
이러한 확산은 단순히 비용 절감이라는 공급자 중심의 논리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반대로 소비자의 변화된 인식과 행동 양식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매장 직원과의 대화 없이도 자연스럽게 소비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졌다.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과 결제는 더 이상 낯선 경험이 아니라 일상적인 선택이 되었으며, CCTV가 설치된 공간 역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전환 위에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이라는 현실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무인점포는 상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박민정
무인점포 초기에는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매장이 주를 이루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취급 품목과 서비스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반려동물 용품, 문구류, 밀키트, 과일·채소 같은 신선식품은 물론이고 전자담배와 같은 상품까지 무인 환경에서 판매되는 사례가 등장했다. 직원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소매 판매를 넘어 카페, 공부방, 빨래방, 복권방, 프린트숍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OUCH_TO_GO_in_JR_Takanawa_Gateway_Station.jpg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편의점 업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낮에는 직원이 근무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형 매장이나 전 시간대 무인으로 운영되는 완전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는 수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GS25, CU,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브랜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무인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특히 야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인 편의점은 확실히 매력적인 모델이지만, 주류·담배 판매 규제와 고객 응대의 한계, 이로 인한 매출 감소 가능성 등 현실적인 제약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래서 완전한 대체 모델이라기보다는 외곽 지역이나 야간 매출이 적은 특정 상권에 적합한 보완적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 박민정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을 기반으로 수가 늘어가고 있는 무인점포는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방문자가 물건을 손쉽게 훔치는 절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매장에 직원이 없이 CCTV로만 방문자의 행동을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비롯한다. 이런 제약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범죄를 제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를 노린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법적 인식이 충분히 자리 잡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일종의 유혹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무인점포 내에서 발생한 청소년 범죄 사례가 언론을 통해 종종 알려지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 문제가 단발성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이슈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급작스러운 매장 수 증가는 무인점포의 구조적 한계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빠른 확산 속도에 비해 정교한 상권 분석이나 차별화 전략이 부족하다 보니 개별 점포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무인 운영이라는 특성상 재고 관리와 기기 유지 보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운영의 안정성 또한 저하되고 있다. 초보 창업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기기 관리 비용과 재고 운영의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압박으로 다가오는 요소 중 하나다. 결국 경쟁 심화와 매출 부진 속에서도 임대료, 전기료 등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적자 누적으로 인한 폐업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 박민정
여러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무인점포는 하나의 상점 형태로서 앞으로도 우리 일상과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인 소비 침체 속에서 매출 감소를 체감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인점포의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접근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절도 같은 범죄에 대해서는 기술적 대응과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보안 시스템, 이용자 인증 절차 강화, 그리고 청소년 대상의 교육과 사회적 인식 개선 등 다층적인 해결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무인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효율성뿐만 아니라 신뢰와 책임을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의 내용은 designdb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