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커피는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지만, 성장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빨랐다. 커피가 처음 유입된 시점은 19세기 후반으로, 조선 말기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접한 것이 계기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의 커피는 ‘양탕국’이라고 불렀고, 상류층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료였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가 유입되면서 대중화가 시작됐다. 전쟁이 끝나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다방문화가 형성되며 커피는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공간에 놓여진 음료가 되었다. 이때, 설탕과 크림을 넣은 간편하지만 달콤한 커피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에는 ‘스타벅스’가 현재의 커피 문화를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이전에는 다방이나 집에서 커피믹스 가루를 물에 섞어 먹는 형태였다면,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주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문화의 시작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카페라는 곳은 사회적 교류뿐만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인식이 대중화 됐다. 2010년대에는 스페셜티 커피가 확산되며 원두, 로스팅, 추출 방식의 다양화가 인기를 끌었다. 한편, 그 과정에서도 기존의 믹스커피가 카제인나트륨이라는 프림을 섞은것만이 아니라 아메리카노와 같이 달지 않은 커피로 즐길 수 있도록 믹스 커피 또한 당시의 입맛 트렌드에 맞게 변화해왔다. 이러한 카페 문화는 이제 머무는 공간에서의 카페에서, 길에서 지나가다가 사먹는 커피로, 집에서는 여유를 즐기고 하루를 시작하는 커피로 일상 생활에 자리잡았다. 또, 커피의 독특한 점은 같은 음료이나 개인의 취향을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에서의 커피 문화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상징적인 소비에서 기능적 소비로, 이후 공간적 소비를 거쳐 이제는 취향 소비라는 단계로 진화해왔다.

커피믹스의 원조 (출처: 오마이뉴스 https://share.google/JkmS3GxXq1aG18RDs)

오늘날의 카페 (출처: visitgangnam https://share.google/WQDRzk6R6EU50x3uF)
‘카페 천국’ 한국: 다양성과 경쟁이 만든 커피 생태계
이제 우리나라는 ‘카페 천국’ 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에 커피 매장이 많다. 커피 매장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이 시작됐고, 그에 따라 커피 산업에서는 브랜딩과 경험이 매우 다양화 되어 차별화 되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안정적인 브랜드 경험과 ‘머무는 공간’을 제공하는 컨셉으로 하여 고객을 편안한 장소로 오도록 이끌었고,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빠르고 저렴한 테이크아웃 중심의 소비를 중점적으로 한다. 반면 블루보틀은 미니멀한 디자인과 스페셜티 커피 경험을 통해 취향 기반의 소비를 강조하는 브랜드이다.
다시말하면, 다양한 커피 브랜드는 커피를 파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삶을, 고객의 사용 시나리오’로 접근한다. 어떤 곳에서는 오래 머물게 하고, 어떤 곳은 빨리 나가게 하여 회전율이 빠르게 하고, 어떤 곳은 조용히 커피의 맛과 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커피 취향의 다양함이 여기에 있다.

여러 카페 브랜드 (출처: 각 브랜드, 엮음 ©계윤선)
커피 소비 방식의 확장: 마시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것으로
그렇다면 커피 소비자들의 생활은 어떨까? 커피를 소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얼죽아’로 대표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심의 빠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골라 집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그라인딩 하여 커피를 내려먹는 이른바 ‘여유로운 창작’의 형태로도 커피를 소비한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커피 문화가 SNS라는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소개되면서 각자의 커피 소비 취향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즉, 커피는 음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경험의 영역까지도 확장되었다.
또,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관련한 여러가지 재미요소를 추구하기도 한다.
커피 클래스 및 로스팅 체험: 직접 원두를 고르고 로스팅하거나 핸드드립 기술을 배우는 클래스에 참여한다. 커피의 맛과 향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취미 생활의 일환인 것이다.
카페 투어: 개성 강한 인테리어, 독특한 메뉴, 특별한 분위기를 가진 독립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기고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하다. 카페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것이다.
친환경 및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 유기농 원두, 일회용 컵 대신 개인 텀블러 사용 등 환경과 윤리적 가치를 고려한 '착한 커피'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가장 핫한 커피: “이걸 왜 마셔?”에서 “그래서 마셔”로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 것이 유행인가? 이제 커피를 다양하게 즐기는 취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 익숙함보다 호기심이, 이해보다 경험이 앞서는 시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커피 트렌드는 ‘커피에 공기를 넣는’ 음료다. 질소를 주입해 마치 맥주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 마시는 니트로 커피, 공기를 직접 주입할 수 있도록 거품을 많이 낸 에어로카노 또는 클라우드 커피가 있다.
위 커피가 부드러움을 강조했다면, 마시는 자극을 추구하는 ‘탄산 커피’도 있다. 에스프레소에 토닉워터를 섞어 쌉싸름한 커피와 청량한 탄산을 함께 마시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커피다. 가볍고 시원하게 마실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커피 위에 올라가는 것이 독특한 경우도 있다. 커피 위에 피스타치오, 흑임자, 치즈폼 같이 디저트에 있을법한 식재료를 올려 달콤한 맛을 추구하는 커피를 만들기도 한다. 말차 아메리카노와 같은 하이브리드 커피도 인기를 끈다. 커피에 말차를 섞는 과정에서 시각적인 재미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이제 커피는 맛으로만 먹는것 보다 ‘부드럽다, 톡 쏜다, 층이 나뉜다, 사진이 잘 나온다’와 같이 감각을 추구하고, 시각을 자극하는 재미로써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커피 트렌드는 시종일관 변화하고 있다. 빠르게 등장하고 빠르게 소비되며, 또 다른 형태의 커피로 변화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각종 카페에서 판매하는 니트로 커피
(출처: 뉴스핌 https://www.newspim.com/news/view/20170504000117)
우리나라 커피 산업: 새로운 경험의 커피를 빠르게 소비한다
이는 우리나라 커피 산업 구조의 독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많은 카페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살아남기 위해 더욱 새로운 커피를 내놓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에게도 SNS를 통해 공유하고, 또 다른 새로운 커피를 찾으러 탐색하는 생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석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 박사 졸업
-KT 융합기술원 연구소 UX 기획가
(현) 현대자동차 차량 소프트웨어개발 연구소 서비스 기획 및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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