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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을 소비하는 시대, 일상속 불교문화

불교, 종교를 넘어 감각으로

예전에는 절, 사찰, 불교라는 단어에서 “옛날”이라는 의미를 더 많이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는 불교를 좀더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반드시 절을 다니고, 교리를 공부해야하는 종교로써만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잠시 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로써의 삶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빠른 속도, 과도한 정보, 관계 속에서의 피로감, 자기계발과 성과 위주의 경쟁사회 속에서 압박감에서 벗어나 덜어내고, 비우고, 고요함을 온전히 느끼는 데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단순히 종교에 대한 관심으로써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피로감이 만들어낸 감각적인 반응으로써 접근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제 많은 정보를 쉽게, 의도하지 않아도 일종의 ‘주입’을 당하곤 한다. 이러한 사회에 지친 이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공간,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 공간과 시간에 머물며 쉬어가는 니즈가 오히려 뚜렷해진 것이다. ‘무언가를 더 채워야 한다’가 아닌, ‘비워도 된다’는 마음가짐을 말이다. 

마음 챙김과 템플스테이의 인기

또,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불교문화에 가까워지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쉼’을 찾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보면 ‘정신 건강, 마음건강’을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이들은 정신적 안정과 회복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명상, 루틴, 디지털 디톡스, 오히려 느린 생활 방식을 일상 속에서 찾고자 한다. 불교 문화가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템플스테이 역시 이 같은 트렌드 안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산속 사찰의 고요한 풍경, 정갈한 공양, 새벽 예불, 느린 시간은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으로써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사찰에 머무는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엄격한 수행이 아니라,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말수를 줄이고,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는 경험 자체를 즐기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산 속에서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복잡한 삶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리셋존’으로써 안도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File:국제선센터2.jpg

템플스테이 (출처: https://share.google/JkoTntkyo0lx23ZJF)

놓아버리기로 알아가는 마음 관리” < 지역 < 종합 < 기사본문 - 현대불교

명상 (출처: 현대불교,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9339)

디지털로 번역되는 불교 문화

그렇다고 불교문화를 예전처럼 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명상 앱, 릴스와 같은 콘텐츠, 108배 챌린지, 사찰 브이로그, 스님들의 강연과 짧은 조언을 담은 영상과 같이 여러가지 온라인 방식의 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언어가 아닌, 짧고 직관적이고,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메시지로 전달함으로써 불교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그에 따라 “마음 내려놓기”, “오늘 하루를 버티는 힘”, “내 안을 정리하는 시간” 등 일종의 일상 속의 챌린지를 하는 등 불교에서 파생된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어졌다. 

불교 미감의 재발견

디자인 관점에서 흥미로운 점은 불교 문화가 하나의 시각적 취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청의 색, 탱화의 구도, 연꽃과 구름 문양, 염주의 반복 구조, 목재와 돌, 한지와 먹의 물성은 모두 감각적인 디자인 감각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전통적으로 불교 미술은 장엄함과 상징성을 키워드로 하여 발전해왔지만, 이제 일상 생활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친근한 방식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큰 조형물이 아닌, 작은 오브제 또는 장신구와 같은 일상 생활 물품 속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감각으로써 테마가 형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적암 [ 安寂庵] |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19호. 정면 6칸, 측면 3칸의 익공계(翼工系) 팔작지붕의 … | Flickr

단청 (출처: https://share.google/xD3l6FEyb1QfYbgtg)

굿즈가 된 고요함

불교 굿즈의 대중화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즉, 염주 팔찌, 인센스, 작은 불상 오브제, 연꽃 모티브 액세서리, 사찰 문양을 적용한 파우치와 노트, 불교적 문구를 활용한 티셔츠와 포스터는 이제 전통 종교 상품을 넘어 취향 소비재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은 종교적인 ‘믿음’으로써가 아닌 감각적인 ‘무드’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 불교 굿즈는 경건함의 표식이라기보다 차분한 감각, 절제된 미감, 나만의 정신적 루틴을 시각화하는 도구인 것이다. 그러면서 불교적 상징성인 웅장함 또는 다소 권위적일 수 있는 무게감이 보다 가벼워지면서 균형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굿즈 맛집’으로 만든 국보 반가사유상 피규어 시리즈. 특히 MZ세대의 호응이 컸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출처: 현대불교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4969)

불교 굿즈 | 검색 : 선물하기

싱잉봉이라 불리는 명상 종 (출처: 카카오톡선물하기 https://share.google/TTitBTcv5rD4EsXSE)

귀엽고 친근한 불교 캐릭터

불교와 관련된 캐릭터와 이모티콘도 불교문화에 가까워지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스님 캐릭터, 수행하는 동물 캐릭터, 귀엽게 단순화된 연꽃과 목탁 등이 불교를 훨씬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요즘 문화로서, 너무 무겁지 않게, 귀엽고 위트 있는 이미지를 가미하여 불교적 메시지를 부담없이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대중화에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불교 전문 굿즈 브랜드 '붓띠'의 온라인 스토어 메인 화면. 불교미술을 전공한 정아현 대표가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불교 문화의 캐릭터화 및 굿즈 (출처: 대한불교,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4969)

불교 스며든 콘텐츠로 일반에 다가갈 것” < 신행 < 수행·신행 < 기사본문 - 불교신문

불교캐릭터 부다캣 (출처: 불교신문,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894)

디자인 트렌드로 읽는 불교 문화

현재의 불교 문화 소비는 크게 세 가지 디자인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고요함의 미학’이다. 낮은 채도의 백색, 회색, 흙빛, 먹색, 자연을 연상시키는 녹색과 청색 계열은 안정감을 준다. 형태적으로는 단순하고 여백이 많으며, 재료는 나무, 돌, 한지, 무광 텍스처처럼 자연과 친근하면서 촉각의 요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위 미니멀리즘과 느림의 미학이 융합된 감각을 온전히 느끼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정의해 본다. 

둘째는 ‘전통 모티브’ 형상이다. 연꽃, 단청, 탱화, 목탁, 사찰 건축의 선과 색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타이포그래피, 패션, 그래픽 디자인에 스며들고 있다.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셋째는 ‘마음 챙김을 위한 공간 디자인’이다. 작은 향, 낮은 가구, 미니 정원, 차분한 조명, 정리된 선반, 조용한 소리와 향을 집 안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요소들이 추가되고 있다. 공간에서 더 나아가 환경 디자인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재해석과 고요함의 시대

결국, 요즘의 불교문화 트렌드는 종교가 아닌 감각과 감성,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의미, 그에 따라오는 디자인 문화의 변모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종교나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사찰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고, 굿즈를 사면서도 명상을 하고, 도시에 돌아와서도 명상을 하는 등 일상 속에 스며든 하나의 활동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브랜드와 디자이너라면, 불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교 문화의 고요함, 절제, 비움, 따뜻한 위로와 같은 감각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섬세하게 번역하는 역할로 볼 수 있다.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경험, 공간, 상품, 촉각, 텍스트, 디지털 기기와 어우러져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요즘 불교문화에 끌리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현대적’이다. 너무 많은 자극 속에서 덜어내고, 잠시 침묵하고 싶은, 숨가쁜 호흡에서 안정을 되찾고 싶은 니즈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산속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사찰이 아닌, 책상 위의 향, 나만의 일상속 공간, 주말에 잠깐 방문하는 템플스테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갖는 명상 시간과 같이 일상에 더욱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자.

계윤선(국내)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 석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 박사 졸업
-KT 융합기술원 연구소 UX 기획가
(현) 현대자동차 차량 소프트웨어개발 연구소 서비스 기획 및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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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일상속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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