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혼자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떠나는 일은 이제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 여기에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AI가 등장하며 초개인화 시대는 더욱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사람보다 AI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더 편하게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혼자 있는 것이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외로움과 고립감까지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감정은 정신적인 피로를 키우며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신체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현대인들은 '혼자 있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이긴 어려운' 모순적인 상황 속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취미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이다. 최근 화제를 모은 '경찰과 도둑', '감자튀김 모임' 같은 독특한 커뮤니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다. 거창한 목적보다는 가볍게 연결되고 싶은 욕구와 잠시라도 외로움을 덜어내고 싶은 마음이 이러한 모임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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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어드민 나이트(Admin Night)'가 새로운 문화로 유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행정·업무'를 뜻하는 영어 단어 'Administrative'와 밤을 의미하는 'Night'가 결합된 단어다. 이는 주로 저녁과 밤 시간에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여 각자가 미뤄두었던 일을 처리하는 모임을 뜻한다. 카드·구독 내역 정리, 공과금 납부, 밀린 이메일 확인, 파일 정리, 공부처럼 혼자 있을 때에는 쉽게 미루게 되는 일들을 함께 모여 해결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저널리스트 크리스 콜린(Chris Colin)이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을 통해 소개하며 알려졌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친구나 지인끼리 시간을 보내며 업무를 처리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같은 목적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밤 시간을 공유하는 모습도 흔해지고 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각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 같은 일들을 묵묵히 하는 풍경은 친분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모임 문화와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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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민 나이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별도의 비용이나 복잡한 준비 없이 정해진 시간에 모여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저마다 할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모였기에 누군가와 억지로 대화를 나누거나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부담도 적다. 화려하게 차려입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저녁 시간에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기에,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술 없이도 모여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함께 있지만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느슨한 연결감 속에서 높은 집중력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어드민 나이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바디 더블링(Body Doubling)' 효과와도 관련이 있다. 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사람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된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일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활용하면 다른 사람의 업무 처리 방식을 참조하거나 혼자 있을 때 생기는 산만함을 줄일 수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람과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점은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한 단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드민 나이트' 모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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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과 사교 활동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점은 효율과 실용성을 중요시 여기는 현재 젊은 세대의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그래서 카페와 독립서점, 공유 오피스는 물론이고, 최근엔 위스키 바처럼 색다른 공간에서도 어드민 나이트가 열리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서 전국 각지로 확산되면서 하나의 새로운 모임 문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이 문화가 한국식으로 변형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드민 나이트라는 표현 대신 '각자 할 거 하는 모임'을 줄인 '각할모'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와 같이 거창한 목적이나 깊은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정리하며 느슨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오늘날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면서도, 완전히 혼자이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외로움을 덜어주면서도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어드민 나이트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로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혼자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에서 안정을 느낀다. 어드민 나이트의 유행은 효율성과 외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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