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2025 서울패션로드」 프로젝트가 독일의〈iF 디자인 어워드 2026〉에서 본상 수상의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신당역 유휴공간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는 패션과 인공지능(AI),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공공 전시로, 사용되지 않던 지하 공간을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환경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전시 장소는 신당역 10번 출구 인근의 약 150m 길이 지하 통로다. 이 공간은 당초 서울 지하철 10호선 계획에 대비해 조성된 환승 통로였으나, 계획 변경 이후 장기간 활용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유휴공간은 창고나 관리 시설처럼 기능적인 용도로 유지되거나 폐쇄된 채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공간을 단순히 정비하는 대신, 패션과 기술 기반의 콘텐츠 실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최근 도시 디자인 분야에서는 오래된 산업시설이나 유휴공간을 문화 콘텐츠와 연결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비축기지, 서울로7017, 서울라이트 DDP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해왔다. 산업시설이나 기반시설을 철거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문화 자원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당역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흐름 안에서 볼 수 있다. 다만 기존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건축적 재생이나 환경 개선에 가까웠다면, 이번 사례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콘텐츠와 기술을 중심으로 공간의 성격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구조를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빛과 사운드, 영상 연출만으로 공간의 인상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과거 석유비축기지를 다양한 문화를 담는 '문화비축기지'로 재활용(좌), 과거 고가도로를 시민보행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서울로 7017' (우) ©서울시
이번 프로젝트는 쇼메이커스(Showmakers) 스튜디오와 협업해 진행되었으며, 프로젝션 맵핑과 사운드 디자인, AI 생성 이미지를 결합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공간 내부에는 빛의 패턴과 영상이 투사되었고, 동대문 일대의 거리 소음과 지하철 기계음, 테크노 비트 등을 조합한 사운드가 함께 사용되었다. 일반적인 패션 전시가 조용한 실내 공간에서 의상과 오브제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도시의 소음과 움직임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긴 지하 통로 구조를 따라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전시는 특정 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이동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몰입형 환경을 제시한 전시 전경
출처: https://english.seoul.go.kr/seouls-second-skin-fashion-ai-and-light-wins-if-design-award/
전시의 주제는 이었다. 기존의 패션 전시가 의상 자체를 보여주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관람객의 신체 위에 빛과 영상을 투사하는 참여형 형태로 진행되었다. 관람객은 실제 의상을 착용하지 않지만,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패션 경험을 접하게 된다. 패션을 물리적인 제품 중심이 아니라 이미지와 데이터 기반의 경험으로 확장한 셈이다.
프로젝트에는 동대문 기반의 신진 디자이너 6인이 참여하여 각자의 디자인 철학과 작업 스타일을 AI에 학습 시켰고, 이를 기반으로 생성된 이미지와 영상이 관람객의 신체 위에 구현된 것이다.
관람객은 실제 의상을 착용하지 않지만,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패션 경험을 접하게 된다.
출처: https://english.seoul.go.kr/seouls-second-skin-fashion-ai-and-light-wins-if-design-award/
최근 디자인 산업 전반에서는 생성형 AI를 실제 작업 과정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패션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미지 리서치나 패턴 생성, 가상 피팅, 디지털 패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실제 의상이 아닌 디지털 기반의 패션 경험 역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흐름을 공공 전시 형태로 구현한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패션쇼’의 형식 자체를 다르게 해석했다는 점에서도 눈에 띈다. 일반적인 런웨이는 모델과 의상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이미지와 빛을 경험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패션을 보는 방식보다 경험하는 방식에 가깝게 접근한 셈이다. 동시에 지하철역이라는 일상적인 도시 공간 안에서 진행되었다는 점 역시 기존 패션 전시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공간을 새롭게 구축하기보다는 빛과 사운드, 인터렉션 요소를 더하여 장소의 기능과 성격을 바꾼다.
출처: https://english.seoul.go.kr/seouls-second-skin-fashion-ai-and-light-wins-if-design-award/
공공디자인 측면에서도 이번 사례는 흥미롭다. 기존의 공공디자인이 시설 개선이나 환경 정비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콘텐츠와 경험 설계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간을 새롭게 구축하기보다 빛, 사운드, 인터랙션 요소를 통해 장소의 성격 자체를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구조물을 크게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콘텐츠 연출만으로 공간의 분위기와 사용 방식을 변화시켰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도시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시설이 아니라 문화와 기술, 산업이 결합되는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최근 서울시는 DDP 미디어파사드, 서울라이트, 공공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 도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서울패션로드」역시 패션과 AI, 공공 공간을 연결하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과 연결된다.
「서울패션로드」프로젝트는 유휴공간 활용하고 AI 기반 디자인에 경험 중심형 공공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최근 디자인 분야의 흐름이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결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도시 공간이 단순한 이동이나 기능 중심의 장소를 넘어, 기술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생산하는 환경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 참고 사이트 >
- 서울시 영문 홈페이지: https://english.seoul.go.kr/seouls-second-skin-fashion-ai-and-light-wins-if-design-award/
- 서울시 경제소식지: https://news.seoul.go.kr/economy/archives/572173?listPage=2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학사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2023 굿디자인어워드(GD) 심사위원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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