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상자로 재탄생한 63빌딩, 센터 퐁피두 한화(Centre Pompidou Hanwha)
분야
등록일
작성자
조회수426
파리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기관인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가 서울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했다. 새롭게 문을 연 센터 퐁피두 한화(Centre Pompidou Hanwha)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개관식을 열며 서울 미술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프랑스 퐁피두 센터와 한화문화재단의 4년간 파트너십을 통해 설립된 이 공간은, 단순한 해외 분관을 넘어 한국과 프랑스, 더 나아가 국제 미술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을 지향한다.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설계를 맡아, 63빌딩의 옛 아쿠아리움 별관을 ‘빛의 상자(Box of Light)’라는 컨셉의 4층 규모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3,000㎡가 넘는 전시 공간이 새롭게 조성되었으며, 약 1,600㎡ 규모의 주요 전시 홀 두 개를 중심으로 교육 공간과 공공 프로그램 공간이 함께 마련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적으로 볼 때 기존 구조에 새로운 매스(mass)를 덧붙이기보다는 내부를 절개하고 비워 공간을 재구성하는 ‘architecture of subtraction(덜어내는 건축)’ 개념을 채택했다. 이는 공간을 채우는 대신 비워냄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설계 언어이기도 하다. 즉 기존 건물 내부의 슬라브(slab)를 일부 비워내서 중앙에 보이드(void)공간이 생기고, 수직으로 관통하는 라이트웰(lightwell)을 만든 것이다. 특히 중앙부에 형성된 보이드와 라이트웰은 여러 층을 시각적으로 연결하며, 폐쇄적이던 기존 공간을 개방적이고 유연한 전시 공간으로 전환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하게 되었다.
반투명한 이중 유리 외피는 한국 전통 기와 지붕의 곡선을 참조했으며, 수평으로 길게 이어지는 빛의 띠는 63빌딩의 강한 수직성과 대비를 이루며 새로운 인상을 만든다.
출처: https://www.designboom.com/architecture/centre-pompidou-hanwha-seoul-jean-michel-wilmotte-box-light/
또한 흥미로운 점은 퐁피두 한화가 파리 본관의 조형 언어를 직접적으로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리 퐁피두가 구조와 설비를 외부로 드러내며 급진적인 시각적 파사드를 보여줬다면, 서울은 오히려 덜어내기와 절제된 표면을 통해 보다 섬세한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파격적인 구조와 파사드의 파리 퐁비두 센터 ©Centre Pompidou
낮에는 자연광이 전시장 깊숙이 스며들고, 밤에는 건물 전체가 서울의 스카이라인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도록 설계되었다. 반투명한 이중 유리 외피는 한국 전통 기와 지붕의 곡선을 참조했으며, 수평으로 길게 이어지는 빛의 띠는 63빌딩의 강한 수직성과 대비를 이루며 새로운 인상을 만든다. 이러한 설계는 미술관을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빛과 움직임, 체류의 경험이 가능한 곳으로 확장시킨다.

낮에는 자연광이 전시장 깊숙이 스며들고, 밤에는 건물 전체가 서울의 스카이라인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도록 설계되었다. ©ArchDaily
개관전《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은 퐁피두 컬렉션에서 선별한 40여 명 작가의 90여 점 작품을 통해, 1907년부터 1927년까지 파리에서 전개된 큐비즘의 발전 과정을 조망한다. 총 8개의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큐비즘이 원근법, 공간, 재현의 개념을 분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20세기 시각문화에 가져온 변화를 보여준다.
전시에는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후안 그리스, 페르낭 레제, 소니아 들로네의 작품이 포함되며,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알베르 글레즈, 아메데 오장팡, 나탈리아 곤차로바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특히 피카소가 발레 공연을 위해 제작한 대형 무대 커튼의 국내 최초 공개는 이번 전시의 주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전시장 중앙부에는 두 개의 층을 터서 대형 회화 작품이나 주목할만한 단독 작품을 배치하기에 적합하다. ©Centre Pompidou Hanwha
출처: https://www.designboom.com/architecture/centre-pompidou-hanwha-seoul-jean-michel-wilmotte-box-light/
높은 천장의 전시장에서 라운드형 가벽으로 볼륨감을 주어 공간의 리듬감을 드러낸다. ©Centre Pompidou Hanwha
별도 섹션인 는 큐비즘을 유럽 내부의 미술 운동으로 한정하지 않고, 한국 근대성의 형성과 연결해서 해석한다. 회화, 아카이브 자료, 미디어 설치, 커미션 영상 작업을 통해 1920년대 이후 파리를 통해 유입된 아방가르드 사조가 한국의 시각예술, 문학, 무용,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한다.
퐁피두 한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공간과 전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개관전이 큐비즘을 통해 익숙한 시각 체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면, 미술관 역시 기존 건물을 비우고 다시 구성하는 방식으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제안한다. 이곳에서는 건축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 감상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다.
<참고 사이트>
- Designboom: https://www.designboom.com/architecture/centre-pompidou-hanwha-seoul-jean-michel-wilmotte-box-light/
- Archdaily: https://www.archdaily.com/1040817/centre-pompidou-expands-to-seoul-with-hanwha-center-by-wilmotte-and-associes?
ad_source=search&ad_medium=projects_tab&ad_source=search&ad_medium=search_result_all
- 퐁피두 한화 홈페이지: https://www.centrepompidou.fr/en/centre-pompidou/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학사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2023 굿디자인어워드(GD) 심사위원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디자이너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의 내용은 designdb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