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는 소비할 수 있는 정보량이 예전보다 많아졌기에 가능해졌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매일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TV나 신문보다 더 빠르고 폭넓은 정보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춰 큐레이션 된 콘텐츠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이용자는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이용자가 플랫폼에 의견을 남기고, 아예 콘텐츠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과거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분야의 정보까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요즘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는 지도(Map)를 활용한 서비스다. 과거의 지도 서비스는 앱 개발사나 플랫폼 기업이 제작하고 이용자들은 이를 사용하는 데 그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이나 브랜드가 취향이나 경험, 특정 테마를 바탕으로 직접 기획한 지도를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맵'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들은 맛집, 여행지, 전시, 데이트 코스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다른 이용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데이터를 더해 지도를 함께 완성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로 꼽힌다.
거지맵 홈페이지
ⓒ https://거지맵.com/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서비스는 '거지맵'이다. 이는 높아지는 물가에 한 끼 식사 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보다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얇아진 지갑 사정을 반영한 실용적인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의외로 주변에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지면서 빠르게 이용자가 늘어났다. 여기에 자영업자들에게는 별도의 비용 없이 가게를 알릴 수 있는 홍보 수단으로도 주목받으면서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 내 '급해' 앱 소개 화면
ⓒ https://apps.apple.com/kr/app/급해/id1482602320
실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지도 서비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중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화장실 지도 서비스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게 필요할 때 주변 시설을 즉시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영 시간과 남녀 공용 여부, 장애인용 화장실 유무 등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급해' 앱은 화장실 정보뿐 아니라 비상벨 위치와 경찰·경비업체 연계 여부까지 제공해 안전 정보 서비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러브버그맵 홈페이지
ⓒ https://러브버그.com/
특정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지도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지도 서비스가 탄생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이용자들이 발견 장소를 직접 등록해 완성하는 참여형 서비스로, 지역별 출몰 현황과 통계까지 확인할 수 있어 실질적인 정보 제공 서비스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몇 달 전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의 이동 경로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늑구맵'과도 닮아 있다. 이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등록하고, 그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 덕분에 참여율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전국에 있는 야외 장사를 하는 식당을 알려주는 '야장맵', 반려견과 함께 있기 좋은 곳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집사맵', 전국의 목욕탕 정보를 제공하는 '모두의 사우나' 등과 같은 다양한 테마형 지도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사람들에게 유용한 일상의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위성사진 속에서 알파벳 모양의 지형을 찾아 이름을 만들어 주는 '유어 네임 인 랜드셋(Your Name in Landsat)'이나 뉴욕시 전체를 거대한 픽셀아트로 구현한 '아이소메트릭 NYC(Isometric NYC)'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지도 서비스는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지도에 놀이와 예술, 참여의 요소를 더하며 새로운 콘텐츠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 https://www.pexels.com/ko-kr/photo/34753/
이처럼 개성 있는 지도 서비스가 빠르게 등장하는 배경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의 확산이 있다. 과거에는 지도 서비스를 제작하기 위해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여러 전문 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개인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며칠 만에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AI가 그저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넘어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창작 도구로 활용되면서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이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등록하고 수정하며 함께 지도를 완성하는 참여형 구조도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앞서 소개한 여러 지도 서비스 역시 이용자들의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개인의 생활 정보가 공유되고, 누군가의 경험이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길을 안내하던 도구로만 여겨졌던 지도는 기술의 발전과 이용자의 참여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취향과 경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모이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지도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의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디지털 문화의 공간으로 진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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