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이란 뭘까?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공공’이란 단어가 너무 광범위하다. 미술작품이 놓이는 장소? 미술작품의 소유권? 작품 제작의 주체? 알 수 없다.
1995년 등장한 ‘뉴장르 공공미술’은 수잔 레이시가 <지형그리기:뉴장르 공공미술>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일반적인 공공미술과 형식, 의도면에서 구분되는 뉴장르 공공미술은 회화나 조각 작품을 넘어 공공장소에서 행해지는 퍼포먼스와 설치, 개념미술 등 좀더 확장된 의미의 공공미술이다. 감상 위주의 공공미술에 대한 반성 위에 등장해 예술의 사회적 관심을 회복하고 공공의 참여를 유도한다. 음악, 공연 등 인접장르를 끌어들여, 작가는 한발짝 물러서 공공과 미술의 중개자가 된다.
서울시 효자동에 위치한 서울 농학교의 담벼락은 뉴장르 공공미술이다.
<수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는 이 작품은 작가 배영환의 기획으로 서울 농학교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300×300(mm) 크기의 타일 300개에 학생들의 그림과 함께, 수화로 표현된 한글 자음, 모음, 숫자, 알파벳이 그려져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놓여지는 단순한 공공미술의 결과물이 아니라 참여자에게 예술교육의 기회를 주고 실생활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공공미술의 과정을 중시했다. 이것이 바로 뉴장르 공공미술이다.
'담'은 경계선이다. 담벼락에 그려진 수화를 통해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통해 그들과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 타일 위에 쓰여진 농아들의 글귀를 보니,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을 우리가 변견을 가지고 바라본 것이 아닌가 새삼 부끄러워진다.
tip/ <수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기획한 작가 배영환은 <거리에서>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거리에서>는 '노숙자 수첩'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는데, 작고 빨간 수첩 안에는 서울에 위치한 무료 배급소나 보건소 등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배영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술가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