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AWC엔터테인먼트라는 소속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5인조 신인 걸그룹 '에이아이돌(AI-DOL)'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리더 이연을 비롯해 모아, 성현, 희재, 수아 등 멤버들이 공개되며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8월 28일로 데뷔일이 공개되었으며, 팬덤명을 정하기 위한 댓글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강남역과 광화문, 남대문, 명동 등 서울 주요 지역 디지털 스크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이들의 모습은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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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신곡 음원 '아이워시(I WASH)'의 티저 영상이 선공개되었다. 음원은 인스타그램 인기 상승 오디오 1위에 올랐고 안무 영상은 릴스 인기 순위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안무 영상은 가수 최예나, 안무가 효진초이, 코미디언 이선민 등 유명 인사들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그룹에 대한 관심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높아졌다.
그리고 지난 8월 28일, 마침내 이 걸그룹의 진짜 정체가 밝혀졌다. 이들은 실제 연예 기획사가 아닌, LG전자가 자사의 올인원 세탁건조기 신제품의 매력을 젊은 소비자들에게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가상의 아이돌 그룹이었다. 세탁·건조의 전 과정을 AI로 최적화하는 'AI 워시콤보(AI Wash Combo)'의 특징에서 착안해 노래와 춤, 비주얼 등 다방면의 역량을 갖춘 완성형 아이돌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기획사의 이름인 AWC 또한 AI 워시콤보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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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와 퓨처리즘이 공존하는 에이아이돌의 스타일에는 LG전자의 코어 테크와 AI 기술의 첨단성이 담겨있다. 멤버별 개성과 캐릭터 역시 제품의 주요 특장점과 연결되어 있다. 이연의 여제처럼 당당한 포스의 올라운더 기질은 '올인원 대용량'을, 모아의 신비로운 매력의 완벽주의자 성향은 'AI 타임센싱'을 상징한다. 성현의 타협 없는 퍼포먼스와 걸크러쉬 분위기는 'AI 세탁·건조'를, 희재의 맑고 청량한 이미지의 비주얼은 '미니멀 플랫 디자인'을 나타낸다. 멤버들의 소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수아의 다정다감한 성격은 '미니워시'의 특징을 반영했다.
오성택 LG전자 한국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상무)은 "세탁기는 모든 세대에게 이미 익숙한 필수 가전이라 최신 제품의 차별성을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신선한 충격파가 필요했다"라며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낯선 재미를 선사할 수 있도록 광고 전략 및 크리에이티브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아이돌은 오는 9월 말까지 디지털 채널을 통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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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마케팅 시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상 인플루언서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몇 해 전에는 '래아(Reah)’를 선보인 바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구현된 가상 인플루언서인 래아는 CES 2021에서 열린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 연설자로 나서며 대중 앞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싱어송라이터 겸 DJ’라고 본인을 소개한 래아는 뮤지션의 꿈을 키워가는 일상을 가감 없이 공유했고, 점차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나갔다.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뮤지션 데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가수 데뷔 준비에 돌입하기도 했다. 래아는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 윤종신이 직접 노래와 목소리를 프로듀싱하는 '버추얼 휴먼 뮤지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래아는 "단순히 음악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비주얼 아트, 패션 등 다양한 요소를 접목해, 모두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 주목받던 트렌드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전략은 소비자가 기업과 브랜드를 보다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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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또한 시대의 트렌드와 긴밀한 접점을 만드는 마케팅으로 오랫동안 주목받아왔다. 최근에는 축구선수 손흥민,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을 모델로 기용하고 팬심을 겨냥한 한정판 에디션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BTS 리더 RM을 삼성 아트 TV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발탁해 삼성 TV와 예술의 조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슈가는 갤럭시의 브랜드 사운드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재구성한 버전을 공개하며 브랜드의 역사와 의미를 음악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스타 마케팅의 역사는 깊다. 이효리를 필두로 원더걸스, 2NE1, 애프터스쿨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휴대전화 모델로 발탁해 제품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더 나아가 가인, 현아 등 인기 걸그룹 멤버들로 구성한 프로젝트 그룹 '4Tomorrow'를 결성하고, 음원과 뮤직비디오 공개와 더불어 길거리 콘서트를 진행하며 제품 광고를 넘어선 대규모 브랜드 캠페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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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애니모션’, ’애니클럽’, ’애니스타’, ’애니밴드'로 이어지는 음악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도 회자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곡인 '아몰레드 송'은 햅틱 아몰레드 폰의 자체발광 기술을 담은 가사가 특징 음원으로 당시 인기 스타였던 손담비와 애프터스쿨이 참여해 큰 관심을 모았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반복되는 후크송의 매력에 제품의 특징을 표현한 '자체발광 댄스'까지 더해지면서, 이 곡은 휴대전화 광고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멜론 연간 차트에서 87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스타·아이돌을 기용하고, 이들의 춤과 노래, 매력을 브랜드의 홍보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소비자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음악은 반복적으로 듣고 따라 부르는 과정에서 브랜드와 제품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몰레드송이 회자된다는 점은 이러한 음악 마케팅이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브랜드의 경험을 남기는 역할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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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LG전자의 에이아이돌 역시 단순히 신제품을 알리기 위한 광고 모델을 넘어서 소비자에게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이자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세탁기라는 제품에 아이돌이라는 낯선 요소를 결합한 시도는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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