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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가?

“디자인이란 뭘까?” 언젠가 술자리에서 교수님께서 이러한 질문을 하셨다. 교수님의 질문에 따라 친구들은 한 명씩 차례로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만 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를 하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내 머릴 더 복잡하게 하는 친구도 있었다. 난 그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더 이상 내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워하지 않게 되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디자인이 무엇인지가 정말로 궁금해 졌고, 이러한 연유로 해서 나에게 있어 디자인이란 공부해야 할 분야가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의문이 생긴 것이다. 모두 각기 나름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당시의 나도 분명 나만의 방식으로 디자인을 정의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정의는 아직까지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몇 군데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디자인에 대한 설명은 짧다. 디자인의 유래라고 하는 ‘데시그나레’의 뜻은 경계선을 긋거나, 구획을 나누어 묘사하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여전히 디자인의 뜻도 ‘선을 긋다, 도안, 설계’로 선을 긋는 행위로 표현되고 있다. 글쎄, 지금 디자인이 단지 선을 긋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물론 백과 사전을 뒤져보면 좀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반면 다른 분야들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들 그럴듯한 정의가 나온다. 적어도 디자인처럼 옛 이야기를 나열하는 식은 아니다.

얼마 전부터 디자인이 신문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몇 천 개나 되는 디자인 관련기사들을 하나씩 분류해 나가는 작업은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특히 나를 자극하는 것은 내 관점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기사들이다. 디자인을 ‘마술’과도 같이 묘사하는 기사들이 있다. 마치 마술사가 지팡이를 휘두르면 새로운 뭔가가 생기듯,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디자이너만 거치면 쓰러져 가던 회사도 수입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디자인이 힘들이지 않고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왜 디자인 활동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묘사되는 것일까? 내가 아는 디자인은 몇 일 밤낮을 고민한다고 해도 쉽사리 답이 나오지가 않는 것이다. 이는 소위 디자인 문제가 Wicked Problem(사악한 문제)이고, 동시에 디자인이 놓인 환경이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령, 디자인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답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디자인 활동이 쉽게 이루어 진다고 묘사되는 것은 낮은 투자비용으로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 투자에 대한 가치측정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시키기 위한 한 방편으로 디자이너들은 마치 영감을 얻어 작업을 하는 예술가처럼 큰 어려움 없이 결과물을 내놓는 척을 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활동들은 결과적으로는 디자인을 알려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지 모르나, 오히려 디자인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또 한가지 디자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디자인을 단지 껍데기를 바꾸는 행위라고 단정짓는데 있다.

디자인 활동에는 분명 형태를 바꾸는 활동도 포함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미지를 조정하는 과정의 하나로 형태, 또는 색이나 소재 등을 바꾸는 것이다. 디자인은 이러한 제품 스타일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identity에서부터 새 기술과 생산공정 개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작업이 아니다. 시장조사 라던지, 사용성 평가 등을 통해 시장동향과 소비자기호를 파악하는 활동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솔직히 나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으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답답하다.

하지만, 그러한 일반인들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무시하기에는 성급함이 있다. 물론 우리는 전문가이고 그들은 비 전문가일지라도, 그들은 다수이고 그들의 생각이 사회와 문화 자체이다. 즉,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사회적 통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외형 바꾸기를 통해 큰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라고 되어있다. 실상이 어떻든 말이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디자인을 변화시키고 이끄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 디자이너들이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지금 형성된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디자이너들이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의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멋지게 바꿀 사람들도 우리라는 것이다.

나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디자인이 그 어떤 분야보다도 멋지고 매력적이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은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들을 조합하여 창조적 행위를 통해 실용적이고 매력적인 결과물은 내놓는다. 또한 이를 통해 사회, 경제, 문화발전에 기여하기까지 한다. 이제 모든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결과물은 내놓는지 솔직해져서 우리가 얼마나 큰 노력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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