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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Blue

우울하고 퇴폐적인 블루-

블루를 서양에서는 우울한 색이라고 하였다. 색깔을 보는 시각은 미묘하게 각 나라, 문화마다 다르지만 그 색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는 비슷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동양의 중심국가인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섬나라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이중성을 띠는 나라이다. 그래서 일본은 서양에 대해 일찍 개방해서인지 혹은 섬나라라는 고립된 영역에서 자기만의 문화를 만들어가서 인지 동양의 밝고 명상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왜곡되고 말초적인 분위기를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블루를 보는 그들의 시각은 다소 우울하다. 하지만 서양의 우울함과는 다르다.
서양의 우울함은 인간의 슬픔과 비애. 빠리의 연인들이 겪는 이별의 우울함을 상징하지만 일본은 인생의 우울함과 인간의 퇴폐적인 모습을 그려낼 때 블루를 이용한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의 <하나비>에서 말 그대로 불꽃놀이를 뜻하는데 "하나[花]"는 삶과 사랑을, "비[火]"는 폭력과 죽음을 상징한다. 삶과 죽음은 인간의 본능이고 그것이 사랑과 폭력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화면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블루의 색깔로 표현하여 감독은 `기타노 블루` 라고도 불리는 영상 미학을 만들어 낸다. 화면을 어느 특정 색깔, 특히 블루의 색으로 담은 영화는 많다.
하지만 다케시는 이 영화로 인해 황금 사자상을 받을 만큼 훌륭히 표현했고 많은 일본인이 이 영화에 공감한다. 어쨌든 이 영화의 이미지와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블루라는 색의 내면화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서양인들이 블루라는 색채로 영화를 만든다면 빠리에서 두 연인이 새벽을 같이 지내고 헤어질 때의 어스름한, 좀더 인간적인 영상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세상의 퇴폐적 우울함을 담고 있는 비인간적이고 왜곡된 화면을 보여준다.
퇴폐적이지만 일본 블루 특유의 우울함은 종종 블랙에 가까운 어두 침침한 파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일본인은 옷에 블루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흰색 천을 빨강, 곤색 순으로 몇 번이고 물들여서 검은색을 만들어 냈다. 일본인은 우리 나라와는 달리 옷에 검정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것은 자주 빛을 띄거나 소름 끼칠 정도의 청색의 차가움을 가진 깊이 있는 검정이었다. 그리고 그 색을 표현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세이 미야께이다.
요지 야마모토와 이세이 미야께는 일본 패션 디자이너의 두 거장으로 일본의 전통, 더 앞서나가 동양의 사상을 서양의 옷에 접목시켰다. 둘 다 일본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갔는데 요지 야마모토의 블랙은 세기말을 나타내는 듯한 음산한 분위기의 블랙이라면 이세이 미야께는 좀더 일본의 정체성에 가까운 블랙이다.

물론 요지모토도 일본의 블랙을 사용하긴 했지만 세기말적인 음산함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미야께의 블랙은 우울하고 퇴폐적이며 청색 빛이 소름 끼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블랙은 요지모토처럼 약간의 달콤함도 없는 퇴폐적이고 냉정한 우울함이 느껴지는 블랙이다.
야쿠자의 문신 또한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면 청색의 문신이 의미 깊게 느껴질 것이다. 야쿠자의 문신에서 남을 위협하는 과시적인 모습 보다는 갈 때까지 간 듯한 야쿠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삶 자체가 어두운 인생의 우울함과 퇴폐적인 모습을 상징하는 일본의 블루와 이미 닮아 있는 것이다.



기품 혹은 집단주의의 곤색- 곤색이란 말은 검은빛이 도는 파란색으로 잘못된 일본식 표현이다.
여기서 잘못된 일본식 표현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곤색이 얼마나 많이 쓰였으면 다른 색도 아닌 곤색이란 말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남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본의 곤색에 대한 선호도는 알 수 없으나 넓은 범위에서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Navy Blue는 일하는 사람들의 색이라 하여 유니폼에 많이 쓰이는데 일본인은 특히 유니폼을 많이 쓰고 또 유니폼에 곤색을 많이 이용한다.
유니폼은 그 집단의 주의와 사상을 통일하고 작업과 행동을 규정하는 효과를 노려서 이것을 착장하는 것에 의해 그 집단의 일원인 것을 자각하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옷은 장중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듯한 무게감이 있고 화려해서는 안되며 정형화 된 이상적인 색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일본의 유니폼은 아마 교복일 것이다. 근대화 시대의 일본 교복을 생각해 본다면 남학생은 검정색이고 여학생은 곤색이었다.(기모노의 남성용 옷도 검정색이었다)
그리고 일본의 안내원은 백색과 곤색으로 통일하여 청순한 여자다움을 표현했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걸의 유니폼도 베이지 색과 Blue Grey를 사용한다. 증권 회사와 스튜어디스의 유니폼도 곤색은 빠지지 않는 색이다.
광범위한 곤색의 이용은 집단주의 성격을 지닌 일본의 문화와 맞아 떨어진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아 교복과 유니폼은 거의 Navy Blue를 사용하지만 일본의 의미와 큰 차이가 있다.

기모노는 갈색, 주홍색, 빨간색, 흰색, 검정색. 보라색을 사용했는데 청색을 선호하지 않았는지 채도 높은 파랑은 별로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블루 계열은 채도가 낮은 보라색이나 블루 빛나는 블랙, 진한 자주를 사용하였는데 15~16C에 상류 부인이 걸치는 옷에서 나이를 먹으면 붉은 색에서 청색 계통으로 변화된다. 물론 여기서의 청색은 군청이나 어두운 자주를 나타낸다.

그리고 사무라이도 특성상 일본이 만들어 낸 곤색에 가까운 검정색 옷을 입어야만 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절도 있고 기품을 행하여야 하는 신분이기 때문에 옷의 색깔의 이미지가 더욱 유니폼의 기능과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이러한 기품을 나타내는 곤색이 사무라이의 우울한 블루의 생애처럼 무감각하게 죽여야 하고 죽어야만 하는 이중성을 가진 색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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