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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디자인의 정체성과 특징

“한복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입기에는 불편할 것 같다는 한 프랑스 기자의 말이 저를 자극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한복만을 고집하지 않는 대신 한복 고유의 색과 선, 정서를 살린 옷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디자이너 중 하나라고 평하는 이영희가 한 말이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살려 한복을 전 세계에 알린 최초의 장본인이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이름조차도 외국 이름으로 고쳐 우리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염두 해 두지 않고 서양의 패션을 쫓았을 때 한복만을 가지고 우리나라 최고의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정체성을 살리려 하지만 그 형태만 쫓을 뿐 ‘우리의 것을 추구 한다’라는 이미지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한복을 만든다는 그녀조차도 1벌의 한복과 재창조한 4벌의 옷을 해외에 출품했을 때 외국 여배우 중 한 명도 그녀의 옷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한복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영희는 형태가 아닌 한복 고유의 색과 선, 정신을 살린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깨달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서양의 패션을 우리나라의 정신과 접목시키기에 그녀의 한복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고 서양의 패션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반면 진태옥의 경우 뛰어난 미적 감각과 테일러링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요지 야마모토의 아방가드르를 추구하여 그의 아류 정도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제품 디자인의 경우 최근에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노키아가 선점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애니콜이 맹추격할 수 있는 이유는 애니콜이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패션성이 강한 노키아에 비해 실버나 무채색 위주로 색을 사용해 첨단을 달리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 같다. 이때까지 무조건 작게 만들려고 하던 휴대폰을 조금 크게 만들면서 더욱 튼튼하고 믿음이 가는 디자인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른 휴대폰인 싸이언이 카멜레온처럼 여러 색상의 빛을 내는 제품을 내서 디자인의 우수성으로 삼성 애니콜 측에서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니콜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아예 튼튼해 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제품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한 훌륭한 사례가 된다.

그렇다면 고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나라가 내세울 수 있는 문화의 정체성과 이미지는 어떤 것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동양 최대의 장점으로 자연속의 어울림인 ‘자연스러움’이다. 서양에서 절제된 일본의 문화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정원을 꾸밀 때 직선적인 서양의 도로와는 달리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어 좀더 자연을 만끽하면서 걷도록 유도하고, 그 모양 또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연 자체를 정원이라 생각하여 구불구불한 길을 만든다는 것 자체도 인위적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자연스러움은 ‘인위적 가공을 피하는 것’ 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굽은 나무면 급은 나무 그대로 나무결을 최대로 살려서 다듬는데 일본의 정제된 조형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건의 아름다움은 질박하고 투박해 보이는 것에 있지 않은가. 인위적 가공을 피하는 것은 요즘 트렌드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재료자체의 색을 쓰는 것이 페인트로 칠한 것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바닥을 원목으로 깔거나 가전제품을 플라스틱이 아닌 알루미늄 그대로의 실버색을 사용하는 것이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우리나라의 자연스러움은 ‘자연스러움을 통한 조화’ 이다. 조선 미술사의 저자 에카르트는 ‘조선 사람들은 반드시 단순하고 아름다운 선, 색, 형태를 좋아하고 너무 복잡하거나 번쩍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였다. 은은한 색을 사용하여 주위, 혹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정신세계와 문화의 여러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태극도설인 것이다. 물론 태극도설은 중국의 성리학에서 나왔지만 그것의 사상을 따르고 중히 여긴 것은 바로 우리나라이다.(우리나라 극기인 태극기가 좋은 예이다) 만약 그 사상을 일본에서 차용하여 디자인에 적용시킨다면 그것은 일본 디자인의 철학이 되는 것이다. 우리 디자인의 정체성을 빨리 정립하면 할수록 그것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어수룩한 친근감에 있다. 이러한 정체성은 조선시대 서민의 문화가 발달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서민의 문화가 발달하고 정체성이 생겨난 이유는 민본사상을 중시 여겼기 때문인데 민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그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귀족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양반의 형태로 존재하였고 그들은 관료적 성격이 짙다- 귀족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전문 화가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관적인 사상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기만족의 그림이 많고 그것도 그림이 목적이 아닌 시와 그림의 접목 형태가 많다. 그리고 화가를 환쟁이라고 하여 멸시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미적 발달에 장애가 되기는 했지만 서민의 문화인 ‘민화’ 가 발달한 간접적인 영향이 된다. 민화를 심각하고 고단한 일상을 즐겁고 해학적인 분위기로 그려냈다. 이러한 미적 감흥에 의해서 그들은 의도적으로 호랑이의 눈을 사팔뜨기로 그리고 줄 호랑이와 점박이 호랑이를 섞어서 그리기도 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장난스럽고 fun적인 요소, 유머러스가 최대의 필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fun적인 요소가 최대의 장점으로 꼽을 정도이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요소가 놀라운 테크닉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화의 이런 요소는 트렌드에 적합하기 때문에 충분히 차용할 만 하지만 그것이 의도적으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미적 감각과 테크닉을 길러야 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 문화는 여러 형태로 나타났지만 자연스러움의 요소와 어수룩한 친근감이 현대적인 재해석에 무리가 없고 오히려 트렌드에 부합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신을 살려 하루빨리 우리나라 디자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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