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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오퍼레이터와 디렉터의 경계

생활 속에서 종종 무심결에 스쳐지나가는 일러스트레이션들을 보면서 가끔은 ‘아’하고 감탄하게 될 때가 있지요. 동화책이나 백과사전 그리고 신문이나 잡지 등... 그리고 이제는 웹 사이트에서도 그러한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 차디찬 웹 사이트의 날카로움 속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깁니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는 일러스트 이미지들은, 아마도 기계적인 사진의 이미지를 벗어나 좀더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혹은 웹 사이트만의 크리에이티브를 가지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저희 사이트는 보다 인간적이고, 패션너블하며, 격조가 높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위해 존재하게 되는지도 모르지만, 그 사이트만의 이미지를 개성있게, 살아 숨쉬는 것처럼 표현해 내는 것은 틀림없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러스트를 직접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그러한 크리에이티브의 자유가 주어지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오퍼레이터로서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물론 일러스트 작업은 상업성을 생각하고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순수한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 한다기보다는 클라이언트의 생각과 개성을 표출해 주는 것을 전재로 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한국에서 일러스트시장이 작다는 것도, 일러스트를 하나의 아트로 인정해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나 그 밖의 것들도 생각을 해야 되겠지요. 특히나 출판계가 아닌 경우는 조금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대다수의 인식은 일러스트를, 단순히 사이트를 데코레이션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그림 몇 장 쥐어주고 ‘이런 식으로 우리 것을 그려주세요’라는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아니오, 이런것보다는 저렇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를 말하는 것조차 왜 이리 힘든 일인지...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프로라는 이름을 내걸고 작업을 한다면 클라이언트의 제안을 수용하면서도 거기에 조언을 하고, 필요하다면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요. (이제 겨우 어시스턴트로 일러스트의 세계에 입문하는 입장에서는 주제 넘는 소리이기도 하겠지만요.)
물론 때에 따라서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오퍼레이터로 작업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일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기획을 가지고 접근하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도 잘되어지고, 작업량이 많아도 상당히 편안하고 작업이 쉽다는 느낌을 가지고 제작을 하게 되고, 하나라도 더 배웠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작업물에 기획과 의도가 명확하지 않고 단순히 보고 맘에 들어야 한다는 식이라면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너무 일방적으로 일이 진행이 되는 측면도 생겨 작업을 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지치더군요. 결국 작업결과물도 시원치 않은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아무리 말로 설명을 한다고는 해도 클라이언트가 바라는 그 무엇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그것을 재현해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니까요.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퍼레이터와 디렉터의 역할을 넘나들며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성공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껴지더군요. 어떠한 프로젝트가 주어지더라도 프로젝트에 직접 뛰어들어 작업물의 목적과 기획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고, 일러스트의 입장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단순히, ‘아직 정확한 컨셉은 없는데... 같이 만들어 가며 하죠’라는 클라이언트의 말과 함께, 마치 삽질하는 듯이 그려지고 버려지는 시안비도 없는 시안들... 그리고 ‘네, 다시 그려서 보여드릴게요.’라는 말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게 되면 왠지 허무해지는 느낌... 물론 일러스트레이터가 프로젝트의 관련분야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면 아예 할 말이 없겠지만...

이제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조절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를 데코레이션을 위한 오퍼레이터가 아닌 파트너로서 인식할 수 있게 전반적인 사회의 의식을 바꾸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단순히 화료 때문에 이것저것 그려야 하는(사실 대부분이 그렇게 되지만...) 상황 속에서, 작업을 하는 환경마저 출판계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디렉터의 역할을 주장하는 것은 우스울 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서 작업을 해 나간다면,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 생명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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