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전통건축의 형태미

김왕직  

명지대학교 교수

건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요인과 인문요인이 있다. 건축물을 만드는 기본적인 목적은 외부의 맹수와 비바람, 더위와 추위와 같은 자연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다. 원시인들은 맹수를 피해 나무위에 올라가 새처럼 생활하기도 했는데 이를 소거(巢居)라고 한다. 추운 지역에서는 난방과 채광이 우선이어서 구들을 발명하였고 더운 지역에서는 통풍과 그늘이 우선이기 때문에 처마가 깊고 원두막처럼 지면으로부터 높이 뜬 고상식(高床式) 건축이 유행하였다. 이처럼 자연환경은 건축의 모습을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 외에도 민족마다의 성격, 생활방식, 경제, 철학, 사회, 역사, 문화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이를 인문요인이라고 한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사찰이 지어졌고 근대기에는 서양에서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교회가 지어졌다. 종교와 전쟁, 경제적 여건 등도 건축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자연환경을 기본적으로 극복하면 다음은 인간의 가치와 미의식에 따라 건축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곧 그 지역의 고유성이고 고유성이 시간적으로 쌓이면 전통성이 된다.

건물에는 표정이 있다. 한국건축은 밝고 명랑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즐거움이 건축과 조형을 하는 하나의 가치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건축의 표정을 일반인들이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건축에 딸린 조형물을 통해 쉽게 표정을 읽어낼 수 있으며 조형물의 표정이 곧 건물의 표정이다. 한국건축은 비대칭을 선호하고 곡선을 사용함으로서 역동적이고 활력적이라는 것 외에 해악과 웃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가치관이다. 경주 괘릉에 가면 능 앞을 지키는 사자상이 있다. 사자가 한국에 들어 온 것은 불교의 영향이다.

사자는 힘과 권위를 상징하지만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말씀, 곧 불법(佛法)을 상징한다. 사자는 주로 사원의 출입문 양쪽에 놓여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사용되었다. 불교가 동쪽으로 전파되면서 동양에서는 사자상이 공통적으로 조형되었다. 그러나 표정은 민족마다 다르며 그 민족의 얼굴과 표정과 닮아 있다. 사자상은 양쪽에 암수가 놓인다. 암수를 놓는 것은 음양사상에 의한 것이다. 어미 주변에는 새끼도 함께 조각된다. 어미가 죽으면 새끼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음양사상과 함께 영원성을 상징한다. 경복궁 근정전 기단 모서리에도 해태상이 암수가 조각되었으며 후원에는 해태상 부부가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의 조각이 있다. 단청에서 꽃문양을 많이 그리는데 만개한 꽃이 있다면

그 옆에는 꽃봉오리가 같이 그려진다. 만개한 꽃이 지면 꽃봉오리가 다시 꽃을 피워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하는 역시 영원성을 상징한 것이다. 추상문양 중에 무시무종무늬도 같은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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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도입부에서 발췌

목차

제1부 디자인 DNA 기초연구

1장 건축의 목표와 가치

1.건강함

2.즐거움

2장 건축의 미의식과 사상

1.비대칭

2.자연조화

3.안정감과 솔직성

4.오행사상

5.풍수사상

3장 건축과 환경

1.통풍과 대류

2.빛과 채광

3.단열과 조습

4장 건축재료와 기술

1.건축재료

2.건축기법

3.건축구조

제2부 대표 디자인

1장 추천 대표디자인

1.수덕사 대웅전 2.부석사

3.불국사석축 4.병산서원

5.윤증고택

2장 대표디자인 평가

3장 대표디자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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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2010,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결과물 중 일부입니다.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은 한국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과 기술 요소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식경제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건축, 가구, 의복, 도자, 인문, 예술 각 분야에서 한국의 고유한 조형 의식의 원형과 정체성이 잘 나타난 한국적 디자인의 대표 사례 141개를 찾아 정리하였고, 연구과정 중 50개 주제로 한국디자인DNA를 소개하는 심화연구 보고서가 작성되었는데, 본 보고서는 그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