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남자복식

 송미경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교수

복식의 디자인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행동의 변화에 따른 결과물 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복식이 입혀지고 유행하였다는 것은 첫째, 기능 둘째 구조 셋째 장식의 측면에서 잘 디자인되어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복식은 이 3가지 측면들이 매우 잘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통일되어 보이는 것으로, 각 측면이 다른 측면들과 분리되면서 서로를 보완해 준다”고 Marian L. Davis는 『Visual Design in Dress』에서 말했다. 이러한 측면 에서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전통 복식에 스며있는 디자인의 DNA는 무엇인지를 추출하여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전통 의복 가운데 남자 복식의 한국 디자인 DNA 추출은 현재 전해오는 고려 시대 복식과 조선시대 남자 복식을 대상으로 하여, 보고서와 도록의 사진을 참고하여 36점의 복식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복식은 기능, 구조, 장식의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의복 남자복식 DNA로 역사성을 들 수 있다. 우리 복식은 삼국시대 이래 남녀의 기본 복식은 곧은 깃[直領]에 앞이 트인 카프탄(caftan) 형이며, 바지와 저고리의 상하의가 분리된 이부식(二部式) 복식에 그 위에 포(袍)를 입는 차림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역사성과 전통성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이어져 발전하는 영속성이다. 이는 비록 이국 적인 복식인 단령이나, 답호, 직령, 철릭 등 많은 복식들이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사회와 문화에 맞는 형태와 구조로 변형되어 착용되어 왔다. 철릭의 상의하 상의 비율과 주름형태의 변화 등도 그 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남자의복 DNA로는 미적 감각을 들 수 있다. 우리 전통복식의 아름다움은 여러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의복의 아름다움 중 기본은 ‘중 첩의 미’라고 생각한다. 아침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한국의 산하처럼, 한국의 복은 여러 벌을 껴입음으로써 상생의 미가 발생한다. 조선시대 평상복 착용 시는 한삼, 저고리, 소창의, 중치막, 창의, 도포, 심의를 겹쳐 입어 착용자의 풍채가 더욱 빛이 난다. 조선시대 전기 관복의 경우를 예를 들면, 한삼, 과두, 철릭, 답호, 단령을 겹쳐 입으면 풍성한 ‘무’의 형태로 인해 관리의 위엄이더 높아진다. 특히 조복이나 제복같은 예복을 입을 때 의(衣)와 중단(中單), 상 (裳) 폐슬(蔽膝), 수(綬)의 자수와 장식, 대대(大帶)와 혁대(革帶), 홀(笏), 혜 (鞋) 등 겹쳐진 색상, 형태 그리고 장신구와 부속물이 조화됨으로써 엄숙하고도 완벽한 아름다움이 갖춰진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재의 소박함과 단순한 형태에서 오는 단순함도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 전통의복 가운데 남자 복식은 단색을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평상복 착용 때 색상이나 옷감에서 오는 단순함은 광다회, 세조대와 같은 남성용장신구로 보충하였다. 조선전기 남성 복식 가운데 면이나 마와 같은 소박한 소재를 사용할 때는 자주색 실을 사용하여 장식으로 보충하였다. 또한 트임의 찢김 방지에 사용하는 작은 ‘무’의 옷감 색상이나 사뜨기용 실, 매듭단추의색상, 옷고름의 색상 등을 눈에 뜨이는 것으로 사용하여 디자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한국 남자 전통의복은 트임이 많아 활동성이 보장되며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율동감은, 착용자는 물론 복식 자체에 생기를 북돋우는 구실을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복식은 중첩의 미라고 하였다. 트임이 없으면 옷을 겹쳐 입어도 둔하게만 보일 것이다. 착용자가 활동할 때 이 트임의 사이로 보이는 옷의 율동성은 한국 남자 복식이 갖는 아름다움 가운데 스쳐지나 갈 수 있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셋째, 한국 남자 전통의복 디자인 DNA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활동성이 부여 되는 기능성이다. 이는 조선전기 남자 상의류와 포류의 진동에 대부분 있는 ‘겨드랑이 삼각무’를 들 수 있다. 겨드랑이 삼각무는 서양의복구성에서 ‘gusset'에 해당되는 것으로 크기는 작지만 활동의 영역을 넓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기능성은 포류나 상의에 있는 트임의 방지에 사용되는 작은 삼각무와 매듭단추 그리고 사뜨기 등도 기능적인 디자인에 넣을 수 있다.

복식 자체가 기능적인 디자인의 옷은 배자와 방령 등이 있다. 배자는 어깨는고정되어 있고, 진동 아래를 형성하는 방법은 시대와 취향에 따라 매우 다양한방법이 있다. 전장후단형의 배자와 방령은 최소한의 평면구성으로 입체적인 공간으로 디자인을 변화시킨 미니멀리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넷째, 한국 남자 전통의복 디자인 DNA로 들 수 있는 것은 복식의 구조와 관련된 것이다. 기능적인 디자인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 구조적인 디자인이다.

겨드랑이 삼각무와 구별되는 다른 기능의 무는, 길의 좌우에 달리는 섶과 무이 다. 섶과 무는 모두 활동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추가하는 구조이다. 이 섶과 무의 디자인과 구성법에 따라 활동성도 보장이 되며, 외관도 달라진다.

남자복식의 형태에서 기능성과 더불어 옷의 구조가 변형 가능한 가변성을 들수 있다. 조선시대의 철릭이나 방령의 소매의 탈착으로 인해 옷 자체가 transformer로서 바뀐다. 필요에 따라 한 쪽 소매를 뗄 수 있고, 양쪽 소매를뗄 수도 있다. 이 소매를 떼고 붙일 때도 쌍밀이 단추를 이용할 수 있고, 바느질을 할 수도 있고, 고름과 같은 가는 끈을 사용할 수도 있다. 착용자와 디자인하는 사람의 필요와 감각에 따라 옷 전체가 변형 가능하다.

복식의 구조에 따라, 옷고름의 길이와 너비, 깃너비, 동정너비와 길이, 형태가변화한다.

비대칭 삼각무가 달린 적삼의 경우를 비롯하여 한국 전통의복은 옷의 구성이 과학적이다. 이러한 점은 옷을 마름질할 때 패턴의 구성에서 드러나는데, 어떠한 옷이든 옷감의 낭비를 최소한으로 하는 합리적인 방법이 사용된다.

다섯째, 한국 남자 전통의복 디자인 DNA로 들 수 있는 것은 복식에 스며들어 있는 정신을 표현하고 있는 점이다. 관리의 예복은 옷 자체로 국가의 기강과권위 및 복식의 용도를 나타내고 있다. 유학자가 입는 심의나 난삼 또한 복식에 유학의 이념을 옷으로 풀어 해석하여 착용자가 이 옷을 입음으로써 학문자체를 구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조선시대 남자복식에서 겉감은 화려한 옷감을 사용하지 않고, 안감에는 문양이 있는 옷감을 사용한 경우에도 해당할 수 있다. 관리복은 착용자의 지위와 착용 용도와 목적에 맞게 엄격하게구별되어 왔지만, 평상복은 착용자가 도에 벗어나지 않게 절제하여 착용하였 다. 이점은 조선시대 말기 고종(高宗) 대에 두루마기의 착용에서 대동(大同)이 라는 혁신적인 정신으로 도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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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도입부에서 발췌

목차

제1부 연구개요

제2부 디자인DNA 기초연구

제3부 대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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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2010,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결과물 중 일부입니다.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은 한국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과 기술 요소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식경제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건축, 가구, 의복, 도자, 인문, 예술 각 분야에서 한국의 고유한 조형 의식의 원형과 정체성이 잘 나타난 한국적 디자인의 대표 사례 141개를 찾아 정리하였고, 연구과정 중 50개 주제로 한국디자인DNA를 소개하는 심화연구 보고서가 작성되었는데, 본 보고서는 그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