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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Modern Arts(한국근대미술에 있어 전일주의와 그 특성 연구) - 조경진

41. Modern Arts(한국근대미술에 있어 전일주의와 그 특성 연구) 

조경진 

   

근대라는 시기는 무엇보다 문화의 각 영역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특징지울 수 있으며, 이는 곧 분화(differentiation)의 논리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분화는 인간과 문화의 세 영역 간의 분화를 말하는 것인데, 예컨대, 이성과 합리성이 주도하는 과학의 영역, 선의지와 도덕 감정에 의한 도덕의 영역, 감성이 주도하는 미적인 영역 간의 분화가 그것이다.

이러한 분화의 논리는 각 영역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문화의 진보가 보장된다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실제로 과학적 인식과 기술력은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합리성의 기획에 의해 근대인들의 생활세계는 고도로 합리화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삶의 중요한 일부분인 비합 리적인 요소들이 과학적 합리화의 길을 걷거나 타자화되면서 삶의 구조도 왜곡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각 영역의 분화를 보장하는 것이 근대의 기획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오히려 합리성이 모든 영역에 과도하게 침투하며 삶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신체에 비해 정신이 우위에 서며, 감성에 비해 이성이 우위에 서는 기형적 구조가 나타나는가 하면, 인간중심의 무분별한 개발은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반면, 탈근대 라고도 불리는 오늘날의 세계는 근대의 합리성을 이어받으면서도 동시에 근대적 세계가 과도하게 합리적인 것으로 환원해 버렸던 타자적 요소들을 복권시키고 그것들을 삶의 중요한 요소들로 다시금 끌어안으려고 한다. 현대라는 것이 이 근대성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의미의 합리성을 찾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는 끝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세계가 항상 마주해야할 현재이다.

미술이나 디자인의 영역에 있어 근대성이라는 것도 근대의 큰 기획의 일부로서 분화의 한 영역의 전문화를 담당했고, 자기입법(self-legislation)의 강령 아래 예술 영역 고유의 자율적 형식과 언어를 발전시켜 왔다. 근대의 예술적 영역이 삶과 그 삶의 물질적 구조를 합리화하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 나, 삶과 분리된 채 일어난 감성의 왜곡된 합리화는 보편성에 특수성과 다양성을 환원함으로써 오히려 삶의 형식을 획일화하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이에 반해 탈근대의 미술과 디자인은 삶의 다양성과 비합리성, 복잡성의 영역을 껴안으면서 삶을 디자인의 환원적 기획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술과 디자인이 삶의 다양성에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현대, 혹은 오늘날의 세계가 반성하며 해결해야할 문제들의 대다수가 근대의 프로그램으로부터 직접적으로 파생된 것이라는 점에서 미래 역시 이 근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키느냐에 많은 부분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근대를 마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단순히 조형적인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삶, 역사, 자연, 문화 전반의 영역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전망을 필요로 한다. 근대적 디자인이 자율성을 위해 전통과 단절하면서 탈역사적이고 탈맥락적인 보편 성을 추구했다면, 오늘날의 세계는 특수성과 보편성, 통일성과 다양성을 아우 르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디자인은 특수성을 통해 보편성을 획득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오늘날 디자 인에 대한 인식들은 대체로 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순한 조형활동이거나 아이디 어나 정보의 효과적 전달, 그리고 기능적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사회 역사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총체적 활동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디자인에게서 우리는 사회적 상황과 문화에 대한 안목을 요구하며, 아울러 디자인이 현대인의 삶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있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전망을 요청한다.

현대는 바로 자신을 낳은 과거, 즉 근대와 어떻게 대결하느냐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현대의 디자인이 세계적 보편성과 민족적 혹은 집단적 특수성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디자인이 역사적이고 문화 적인 맥락과 분리불가능하다는 점들이 바로 이 시대의 디자인이 근대의 문화와 사유체계, 가치관, 세계관 등이 조형적 산물 속에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근대미술을 다시금 돌아봐야 할 이유인 것이다. 특히 우리의 근대와 근대미술은 우리 것에 대한 자각적 의식을 어느 때보다 더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하나의 고유한 시각문화로 창조했다는 점에서 민족적 특수성에 대한 질문을 오늘날 우리에 앞서 던지고 있으며, 그 나름의 산물들을 내놓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수립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근대미술이 될 것이다. 근대미술을 살펴보는 일의 의미가 단순히 지나가버린 양식을 회고하는데 있는 것은 아니 다. 한 시대의 미술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의 태도나 사유 체계,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인식 등이 총체적으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미술작품을본다는 것은 곧 미술작품 표면의 시각적 형식 내지 보는 방식의 특수성을 통해 그러한 시대적 특수성이 어떻게 투사되어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의 연속성과 동일성의 측면을 고려할 때, 근대인들의 봄의 방식이나 시각적 형식의 독특한 체제화 방식은 전통의 원형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근대미술을 이해한다고 했을 때, 그 이해의 의미는다음과 같은 것이다. 근대미술에 투영되어 있는 근대인이 처한 특수한 삶의 조건들(물질적, 정신적, 내적, 외적)과 그 조건에 대응하고 있는 봄의 방식 (way of seeing)의 고유한 특성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전통적인 우리의봄의 방식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근대미술을 이 시대에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근대미술 전반을 아우르는 논의들이 대부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문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근대미술의 기점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근대미술에서 한국성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전자의 경우, 시간적 개념으로서 ‘근대’와 가치개념으로서 ‘근대성’ 사이의 혼선, 문화패러다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며, 후자의 경우, 문화 전반의한국적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로서 강제적이고 타율적인 근대화 절차, 서구 문화의 급격한 유입에서 오는 전통과의 단절 문제 등으로 인해 정체성을 전통으 로부터 온전히 수립하지 못했던 우리 민족의 경우 더욱 중요한 것이 된다.

본고는 근대미술의 기점에 관한 논의 1) 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그 동안의 논의들을 대개 수용하되, 필자는 여기서 그 폭을 최대한 넓혀 잡으려고 할 것이다. 대략 영ㆍ정조의 문예부흥기로 거슬러 올라가 겸재와 단원의 진경풍속화나 산수화가 등장할 무렵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는 한편, 민중미 술이 개화되고, 구상계열이 복원되면서 미술이 다원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를 현대미술로 보고, 그 이전 즉 1970년대의 단색조회화까지근대미술에 편입시키고자 한다. 물론 이렇게 근대미술의 영역을 넓게 잡는 것에 아무런 근거가 없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여기서 이 기점과 영역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다만 이 기간 동안의 미술이 자연 및 사물에 대한 태도, 제작의 태도, 표상체계, 주관과 객관의 관계성 등에서 본질적인근친성이 있다는 것과 1970년의 단색조회화가 한국적 전통을 현대적인(시기 적으로는 현대이나 가치와 사유체계, 그리고 시각적 형식에 있어서는 근대적 인) 방식으로 자기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 착안해 이 양식의 특성이 소급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점을 근대의 기점으로 설정했다는 것만은 말해두기로 한다.

앞서 서술한 바대로 근대미술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논한다는 것은 곧 전통과의 연속성과 차이를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결될수밖에 없다. 한국미술 전반에 나타나는 특성이나 원리와 그 근본적 뿌리를같이하면서도 동시에 근대라는 시기가 주는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서는 근대미술에서 한국성을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본고는 그 목적상 근대 미술의 차별성이나 특수성보다는 연속성에 더 무게를 둘 것이지만, 그럼에도 특수성의 문제를 도외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체성과 관련해 근대미술에서 한국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방법적 전망을 얻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는 전망 없이는 허다한 개인적 양식들과 각각의 시기마다 달라지는 시대적 양식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구의 목적상 어느 정도의 일반화나 환원은 용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필자는 한국의 근대미술을 전통미술과의 연속성 속에서 일원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적 개념으로서 ‘전일주의’ 라는 것을 들고 이를 통해 한국의 근대미술을 조망할 것이다. 따라서 본고의 목적을 더 구체화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 전일주의라는 원리내지 이념이 한국의 근대미술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발현되는지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데 있을 것이다.

18세기로부터 시작해 1970년대에 이르러 그 정점에 다다른 한국근대미술을 통틀어 일관되게 한국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김복영이 한국미술문화의 전반의 원리로서 제기한 ‘전일주의(all-over totalism)’의 근대적 맥락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일주의는 김원용이말했던, 한국적 자연주의나 고유섭이 말했던 구수한 큰 맛, 무기교의 기교,대범성, 혹은 이후 연구자들에게서 제기된 농현미 등의 형식적 특징이나 제작태도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서 이 모든 특질을 가장 심층에서 생성하고 견인하는 기능자이자 일종의 원형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김복영에 따르면, 전일주 의는 전체란 모든 부분들을 감싸 안으면서도 그것들에 앞서기 보다는 그것들의 와중에 내재하는 것”으로 보는 정신 내지는 원리이다. 요컨대, 전일주의는 “전체와 부분을 동일시하고 하나로 이해하는 정신이다” 2) 이 정신이 한국인의 집합의식의 원형으로 작동한다고 한다면, 달리 말해 이 전일주의가 바깥의 경험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할 때, 그 시각적 형식을 곧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견인자라면, 근대미술에서 한국성을 찾는 작업은 곧 전일주의가 근대적 특수성 속에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 절차의 특수성을 다뤄주면 되는 것이다.

필자는 방법적 개념으로서 이 전일주의 특성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그전일성이 갖는 시각성을 비표상적 이면시로 규정하는 한편, 그 시각적 형식을 원융적 형식과 일탈과 여백의 역동적 게슈탈트로 규정한다. 이를 통해 이러한 시각성과 시각적 형식이 한국 근대미술의 표본적 작가들에게서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검증하고자 할 것이다. 그 표본작가들에는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이응노 등이 포함되며, 근대미술에서 한국성의 한 전형을 이루었다고평가받는 70년대의 단색조회화도 더불어 분석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근대미술 이라는 영역에 속하는 작가나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 때문에 본고에서 다루는 영역은 대체로 서양화나 회화작업에 한정되어 있다. 이는 대체로 근대미 술에서 회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대표성이 있다는 것 때문이며, 동시에 지면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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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도입부에서 발췌

 

 

목차

 

제1부 서 론

제2부 본 론

1장 한국근대미술과 한국적 정체성

1.사적 개관을 통한 정체성의 예비적 모색

1-1.한국근대미술의 여명기

1-2.해방이후의 본격모더니즘과 추상미술

2.방법적 개념으로서 전일주의

2-1.예비적 개념규정

2-2.한국미에 관한 논의와 전일주의

2장 전일성의 시각성 및 형식적 구조

1. 전일적 시각 : 비표상적 이면시

2. 전일주의의 기표적 형식

2-1.부분과 전체의 조화로서의 원융적 형식

2-2.일탈과 여백의 역동적 게슈탈트

3장. 전일성의 사례화 및 검증

1.표본작가: 김환기, 이중섭, 이응노, 박수근

1-1.김환기

1-2.이중섭

1-3.이응노

1-4.박수근

2.70년대 단색조 회화의 한국성

2-1.자아와 물질과의 전일적 합일

2-2.서구 미니멀리즘과의 차별화

제3부 결 론

제4부 대표디자인 및 선정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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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2010,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결과물 중 일부입니다.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은 한국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과 기술 요소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식경제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건축, 가구, 의복, 도자, 인문, 예술 각 분야에서 한국의 고유한 조형 의식의 원형과 정체성이 잘 나타난 한국적 디자인의 대표 사례 141개를 찾아 정리하였고, 연구과정 중 50개 주제로 한국디자인DNA를 소개하는 심화연구 보고서가 작성되었는데, 본 보고서는 그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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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자인 #DNA #한국디자인DNA #K디자인 #정체성 #모던아트 #조경진 #근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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