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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Contemporary Arts(한국현대미술의‘보편적 개별성) - 강수미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42. Contemporary Arts(한국현대미술의‘보편적 개별성) 

강수미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본 연구는 한국현대미술(Korean Contemporary Art)을 대상으로, 동시대 우리의 삶/생활세계에서 조직된 특수한 미술의 지형과 예술적․조형적 의식을 탐색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는 반대로,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서 산출된 현대미술, 구체적으로 한국현대미술의 경향과 개별 작가들의 작품이 문화예술의 층위에서 어떠한 지역적 정체성이나 공동체적 의식 및 감각의 변별점을 함유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연구는 요컨대, 한국현대미술과 동시대 한국사회,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상호 작용하는 관계로 전제하는 관점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연구 관점은 특별한 보충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당연시되는 추세이다. 정책 당국이나 민간 영역 모두에서 문화와 예술을 가치와 이윤을 창출하는 ‘산업’의 한 영역으로 육성하는 조류가 거세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과거 그 어느 때와도 비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삶과 예술, 현실사회와 문화예술의 장(場), 공동체의 정체성과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상호 관계로 보고, 양자의 혼성(hybrid)을 긍정적으로 도모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배경이 한편으로, “한국의 디자인 DNA”를 화두로 그것을 “발굴, 정립, 전파”하고자 하는 <한국디자인DNA 발굴사업>(지식경제부, 한국디자 인진흥원)에서, 본 연구가 ‘한국현대미술’을 동시대 생활세계 및 문화예술의 장과 다자적 관계로 고찰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차원에서 이 연구의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동시대 문화예술의 수용자 내지는 향유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모더니즘 시기와는 달리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단순한 생계활동을 넘어 자신의자아실현과 정신적 ․ 감각적 욕망의 충족을 인생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살아간다. 이에 따라 물리적인 노동과 실용적 산업생산물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유무형의 창조 행위, 창조적 과정, 문화예술 창작물을 향유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데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됐다. 우리가 근래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는 미술관, 공연장, 문화센터, 시민학교 등에서 아주 많고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더 이상 관객/감상자라는 수동적 층위에 머물지 않고 참여자/관여 자로서 역할을 하는 다수 대중)을 마주치는 일은 그런 변화의 일면이다. 이렇게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이 능동적이고 대중적으로 문화예술의 창작과 수용 영역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양상은, 필연적으로 그 문화와 예술의 양적/질적 차원의 변화를 동반한다. 특히 현대미술에서 이러한 변화는 작품 ․ 전시 ․ 비평(이론) 등 제반 미술 활동이 보다 대중 문화적이고, 일상적인 차원으로 방향전환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문화예술 향유자 내지는 참여자의 변화에 따른 미술 활동 전반의 변화. 이 점이 우리가 <한국디자인DNA 발굴사업>에서 한국현대미술을 중점 연구 분야로 다뤄야 할 두 번째 배경이다.

서구에서는 1960년대 말을 기점으로, 한국의 경우는 1990년대 초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미술이 관념론 미학과 유미주의를 표방한 모더니즘 시대를 끝내고, 사회 현실과 일상의 다양한 국면, 그리고 대중의 취향에 문호를 개방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시대를 맞이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무엇이든좋다(anything goes)”는 표어를 기치로 내걸 만큼 기존 모더니즘 사회가 금기시했거나, 억압 혹은 배제했던 영역들, 정신들, 표현들, 태도들을 적극적으로 용인했고, 그 금기와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고 했던 문화적 조류다. 1) 미술 또한 이러한 조류에 합류하면서, 모더니즘 미술이 유미주의 미학의 배타적 권내에서 특별한 가치로 고수해왔던 독창성(originality), 진정성 (authenticity),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의 순수성(purity)을 위반하는 예술 실천들을 도모했다. 이러한 행위와 그 미적 결과물을 통칭해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이라 부른다. 이렇게 미술이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실제 질적인 차원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두더라도, 한국현대미술이 급속히 세속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대중 친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또한 미술이 여러 측면에서 복잡 다기해졌음도 주지할 점이다. 이를테면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들의 연령층이 20-30대로 젊어졌으며, 그에 따라 동시대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표현력이 미학적 기준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또 미술의 주도적 경향에서부터 개별 작품들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미술 내적인 탐구보 다는 현실의 가시적 현상이나 개인의 일상과 같은 작은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 일반화됐다. 이렇게 창작 영역에서 한국현대미술의 변화는 앞서 첫 번째 우리의 연구 배경으로 밝힌 동시대 문화예술의 향유자가 변화한 사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그 연구의 중요성을 높인다. 즉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연구는 곧 동시대 한국인의 삶의 조건, 사회의식 및 미의식, 인식과 지각, 세대적 감수성과 표현 경향에 대한 이해인 것이다.

셋째, 20세기 후반부터 세계가 글로벌 사회(global society)로 진입하면서 산업경제(하부구조)와 문화(상부구조),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경계가 희미해지고, 다국적/다자적 생산 ․ 다국적/다자적 소비 ․ 다문화화 ․ 탈지역화 ․ 다원화가 현실에서 전면적으로 진행된 정황 또한 우리가 참고로 삼을 연구배경이다. 동시대 미술에서 글로벌리즘의 영향은 우선, 내셔널리즘에 입각한 자국의 배타적 미술이 더 이상 세계 미술계의 관심과 동의를 이끌어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내셔널리즘이나 배타성은 ‘관계들의 망(network)’ 그 자체인 글로벌리즘 시대에 한 국가가, 그민족이, 그 문화가 스스로 소외되거나, 그 관계에서 아예 존재를 확인할 수없는 입장에 처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21세기 들어 세계 미술계의아젠다는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기(Think globally, Act locally)’이다. 이제 미술은 특정 국가의 특정 민족성과 지역성이라는물리적/지리적/의식적 경계를 넘어 다양한 지역의 문화 예술 활동이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또한 기존에 서구 유럽과 영미 권역을 중심으로 한 미술이 아니라, 근대 역사에서 상대적 변방으로 치부됐던 지역들의 미술이 세계 미술계의 주목과 긍정적 가치평가를 끌어내고 각광 받는 곳이다. 이렇게 글로벌 문화와 탈 중심화 된 예술의 조류 속에서, 한국현대미술은 미국, 독일, 영국, 일본, 중국, 인도, 터키, 그리고 중동 국가들 등 다양한 지역 미술과적극적으로 관계 맺으며 보다 새롭고, 유연하며, 풍요로운 지각 경험과 미의 식을 조직해나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미술이 가진 특유의 정체 성, 이를테면 한국의 지역적 특성(locality)이나 역사적으로 형성된 공동체적 의식과 감각의 중요성이 반박 당하거나 소거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영역들은오히려 글로벌리즘이 중시하는 지역적 원천이자 특수성으로 과거보다 더 존중하고 육성할 부분이 되었다. 왜냐하면 미술에서 글로벌리즘의 보편적 가치는 각 지역의 고유한 예술 활동과 그 산물이 문화예술의 전 지구적 교류 속에서 상호 관계하는 쪽으로 지향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연구는 글로벌리즘이라는 시대적 배경 또는 당대 조건에서 한국현대 미술이 어떠한 지역성과 문화 정체성을 담지하고 발전시켜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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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도입부에서 발췌

 

 

목차

 

제1부 연구개요

1장 연구배경

2장 연구 목적과 방법

3장 연구내용

제2부 세계와 한국현대미술의 지형: 보편적 개별성을 찾아서

1장 글로벌리즘과 차이

2장 한국 미학의 역동성, 세대적 감수성의 내용

제3부 대표디자인: 한국현대미술작품의‘보편적 개별성’

1장 추천 대표디자인

2장 대표디자인 선정 및 평가

3장 한국현대미술의 지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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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2010,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결과물 중 일부입니다.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은 한국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과 기술 요소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식경제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건축, 가구, 의복, 도자, 인문, 예술 각 분야에서 한국의 고유한 조형 의식의 원형과 정체성이 잘 나타난 한국적 디자인의 대표 사례 141개를 찾아 정리하였고, 연구과정 중 50개 주제로 한국디자인DNA를 소개하는 심화연구 보고서가 작성되었는데, 본 보고서는 그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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