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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바꾸는 디자인] 메모장의 진화

생활을 바꾸는 디자인

메모장의 진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10여 년 전만 해도, 모든 메모는 당연히 ‘종이’ 위에 해야 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연말연시가 되면 교보문고 같은 곳의 매대에 크리스마스카드, 연하장과 더불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상품이 수첩과 다이어리였다. 요모조모 따져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라 집에 돌아온 후 친인척과 지인들의 생일이나 휴가 일정, 한 해의 계획과 꿈 등을 적는 건 신년을 맞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때만큼은 글씨도 차분하고 정성스럽게 정자체로 썼다.

다이어리를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은 역시 디자인이었다. 몰스킨 제품은 날짜와 시간이 기재되지 않은 ‘텅 빈 자유’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몇 시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속박 없이 일정과 메모를 자유롭게 짜고 적어보라는 권유 같은 것이 느껴졌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몰스킨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선택됐다. 월별 달력과 일지, 시간대는 물론이고 오늘의 우선업무와 예정일정, 기록사항까지 표시돼, 이 ‘종이 비서’와 함께하면 결실 있는 하루와 1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양지사의 다이어리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 히트 모델인 ‘솔라(Solar)’ 수첩은 와이셔츠 윗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크기에 간결한 디자인, 아메리카노 한 잔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양지사(오른쪽)와 몰스킨의 노트. 지금도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최고의 스테디셀러이자 메모의 아이콘이다.



종이 수첩의 아이콘, 몰스킨의 실험


그랬던 메모의 행태와 수단이 최근 10여 년 새 디지털로 급격하게 바뀌는 모습이다.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여러 ‘선수’가 있는데, 가장 놀라운 주자를 꼽자면 단연 몰스킨이다. 약 200여 년 전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 유서 깊은 브랜드는 아날로그 노트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데, 작년에 스마트펜 ‘라이브스크라이브(Livescribe)’와 함께 ‘라이브스크라이브 노트북’을 선보였다.

특수 다이어리인 ‘라이브스크라이브(Livescribe)’에 전용 펜인 ‘라이브스크라이브 스마트펜’으로 메모를 하면 스마트 기기나 태블릿 PC에 저장되는 시스템으로, 펜에 내장된 블루투스 기능과 노트 필기 자동 인식 센서가 이 같은 프로세스를 가능케 한다. 사전에 필요한 작업은 하나. 스마트 기기에서 미리 전용 애플리케이션만 내려받으면 된다.

수첩에 한 메모를 굳이 스마트 기기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느냐 물을 수 있지만 ‘디지털 창고’에 들어간 파일이 보관과 분류, 검색 면에서 효율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직 성패 여부를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확실한 성과 한 가지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몰스킨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수첩이 아니라, 미래의 트렌드와도 제법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는 것!

 

디지털 기술과 시스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한 브랜드 중 하나가 몰스킨이다. 이 오래된 ‘수첩 명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양쪽 모두를 공략하며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광학식 필기 펜, N2


디지털과 관련된 변화와 혁신의 발신지는 실리콘밸리일 것 같지만, 국내에도 디지털 전용 펜과 노트를 선보이는 곳이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점으로 이루어진 좌표 기술인 엔코드(nCODE)를 활용하여 각종 기기와 장치를 개발해온 네오랩 컨버전스가 그 주인공으로, 최근 스마트펜 ‘N2’를 출시했다.

 

네오랩 컨버전스에서 선보인 네오스마트펜 N2. 디지털 변환 외에도 필기 시 녹음, 작업 내용 순서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전용 노트와 전용 앱을 통해 필기한 메모를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하는 시스템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해당 메모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을 끈 상태에서는 펜 내부에 필기 내용이 자동 저장된다. 노트에 있는 이메일 아이콘을 펜으로 체크하면 지정된 이메일 주소로 메모 내용이 바로 전송되며 태그 기능도 지원한다.

 

 

새로운 기술이 어설픈 디자인을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네오랩 컨버전스의 디자인은 뛰어나다. 알루미늄 삼각기둥 몸체에 버튼부와 충전부가 매끈하게 연결된 모습. 몸통 두께는 11.5mm로 지금까지 나온 광학스마트펜 중 가장 얇아서, 여느 스마트 펜과 비교해 쓱쓱 ‘경쾌한’ 메모를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2015년 iF 디자인 어워드 제품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이런 ‘노트’는 없었다, 에버노트


에버노트는 디지털 메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사용법과 활용법,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네이버에 개설돼 있고, 관련 책도 여러 권일 만큼 사용자도 추천자도 많다. 몰스킨, 네오랩 컨버전스 등과 협업해 저마다의 메모를 호환성 좋은 금고처럼 자동 보관해준다.

 

모든 메모와 그림은 태그를 걸어 에버노트에 편리하게 저장할 수 있다.

 

‘노트’와 ‘노트북’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이 똑똑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첫 번째 단계다. 노트는 한 장 한 장의 시트 개념이고 노트북은 일종의 폴더 개념으로 노트에 쓰고 노트북에 분류, 저장하는 구조. 사진도 글과 똑같은 방식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태그 기능이 있어 적정한 키워드를 꼬리표처럼 달아놓으면 빠른 검색이 가능하다.

아웃룩 메일 시스템과의 연동도 인상적이다. 에버노트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메일 상단 오른쪽에 녹색 코끼리 아이콘이 자동 생성돼 스티커처럼 붙는다. 향후 쓸모가 있는 메일이다 싶으면 바로 에버노트에 저장하면 된다. 에버노트의 BI인 코끼리 두상이 늘 눈에 보이는 덕분에 더 자주, 더 습관적으로 분류를 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다 보면 메모의 중심이 기록에서 편집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게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세계의 수많은 디지털 메모 리더들은 개인의 기록을 더 쉽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묶고 분류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하며 그 세를 넓히고 있다.

 

 

에버노트의 모토는 ‘모든 업무를 한 곳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메일 계정 등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사진과 기록을 통합 관리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 본사가 있으며 창립자는 필 리빈(Phil Libin)이다.



메모, 그 영원한 즐거움


이처럼 다양한 메모 방식이 출현하는 건 현대인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메모를 하기 때문이다. 개인 블로그와 SNS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은 이전의 그 어떤 인류보다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사진을 분류하고, 정보를 갈무리한다. 디지털 기술은 이런 일을 더욱 쉽고, 체계적이며, 재미있는 작업으로 바꾸어 놓는다.

누구나 거대한 디지털 창고의 주인이 될 수 있는데 그들을 위해 이 디지털 메모 공간은 수백, 수천 개의 ‘서랍’을 제공하며 기록과 편집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메모가 낙서와 다른 점은 쓸모가 있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효용을 위해 사람들이 메모를 계속하는 한, 메모장의 형태와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디지털에 의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여전히 수첩이나 다이어리가, 연필이나 만년필이 더 편하고 매력적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계속 자신만의 방법으로 메모를 하면 된다. 메모는 더 나은 나를 위한 가장 소박하고 의미 있는 선물이며, 그 오롯한 즐거움의 방법은 사실 무엇이든 상관없다.

 

발행일 : 2015. 05. 07.

 

출처

  • 정성갑

    건축과 현대미술, 디자인을 키워드로 다양한 글과 기사를 쓰고 있다. 2008년부터 월간 <럭셔리>의 피처 디렉터로 활동하며, 문화 관련 기사와 트렌드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손맛과 장인정신 느껴지는 공예품,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산품 모두를 좋아한다. 일상에 이야기와 감정을 더하는 것이 디자인의 힘 이라 생각한다.

  • 제공 한국디자인진흥원

    유형의 사물에서 무형의 경험까지,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디자인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본 연재는 네이버캐스트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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