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를 이용해 혼자 밥을 먹는 다니엘의 모습.
사실 다니엘의 의수는 기능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도,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도 없다. 식사도 의수에 수저를 끼워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여러 행동을 완벽히 구현한 A급 의수의 가격이 1만 5천 달러인 데 비해, 다니엘의 의수 생산 비용은 단 100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3D 프린터로 모든 부속품을 인쇄하는 데 단 6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능의 아쉬움을 비용과 시간의 경제성으로 대신하는 셈이다.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를 꿈꾼다
‘다니엘 프로젝트’는 다니엘만을 위해 마련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뉴욕 소재의 정밀기계회사인 프리시파트(Precipart)와 인텔(Intel)의 지원을 받아, 낫 임파서블 랩은 태블릿 PC와 유명 3D 프린터 업체 메이커봇(MakerBot)의 프린터를 수단에 가지고 갔다. 목적은 단 하나였다. 현지에서 의수를 만들고 착용하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1 디지털 삼매경에 빠진 교육생들.
2 캠프 사람들은 의수 제작 교육에 동참했다.
3 다니엘에게 3D 모델링을 가르치는 에블린.
다니엘이 의수 착용을 마친 후, 낫 임파서블 랩은 캠프 사람들에게 의수 제작법 교육을 시작했다. 모두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한 터라 초기에는 진통이 많았지만, 결국 그들 스스로 3D 프로그램과 3D 프린터를 가동해 의수를 만들 수 있는 상태를 갖추게 됐다. 또한 다니엘의 생명을 구했던 카테나 박사도 교육 프로그램에 합세하여 의수를 몸에 연결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수단의 난민 캠프에 제2, 제3의 다니엘을 위한 작지만 자발적인 보철기구 연구실(lab)이 만들어진 것이다.
교육생 가운데에는 첫 의수의 주인공 다니엘도 있었다. 두 팔을 잃었고 차라리 죽고 싶다던 어린 소년은 100달러와 6시간이 만들어낸 희망과 의지로 랩에 동참했다. 낫 임파서블 랩은 이름 그대로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을 구현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디자인
에블린은 2014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다니엘 프로젝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인텔의 키노트 강연자로 초청받았다. 그해 CES에는 4K UHD TV부터 산업용으로 쓰이던 SLA방식을 데스크톱 사이즈로 구현해 화제를 모은 3D 프린터와 각종 웨어러블 기기까지, 기술과 디자인이 융합된 최첨단 제품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다니엘 프로젝트’가 만든 100달러짜리 의수만큼 인간에게 절실한 존엄의 가치를 재확인시켜준 사례는 없었다.
1 새로 생긴 의수를 착용한 다니엘과 그의 친구.
2 ‘다니엘 프로젝트’는 ‘한 사람을 도우면 더 많은 이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한 사람을 도우면 더 많은 이를 도울 수 있다’란 낫 임파서블 랩의 모토처럼, 다니엘이라는 소년을 위해 시작된 100달러 의수는 이제 폭탄으로 불구가 된 수단의 난민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있다. 디자인은 3D 프린터의 힘을 빌려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쉼 없이 지키고 있다. 글을 읽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