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가 넘는 미국인이 난독증의 영향으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할 정도로 난독증은 영미권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증상이어서, 최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난독증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2014년 1월 뉴저지주 의회가 세계 최초로 난독증 법안을 상정했다. “교육청에 등록된 모든 학생은 난독증을 포함한 읽기 장애 유무에 대한 선별 검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법안 내용은 난독증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터닝 포인트로 기억될 것이다.
아무리 선천적인 질환이라 해도 문자를 제대로 익히는 만 6세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상태가 훨씬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37만 명이 넘는 초등학생이 난독증을 앓고 있다는 BBC의 보도처럼 난독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왠만한 규모의 대학마다 난독증 센터를 갖춰 미처 난독증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성인이 된 학생에게 이를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단독 시험장과 상대적으로 긴 시험 시간, 도서관 대출 기한 연장 등의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난독증으로 고통받는 학생 입장에서는 무척 고무적인 배려다.
난독증과 디자인이 만날 때
난독증에 의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던 디자인이 난독증 치료에 있어 흥미로운 방법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난독증은 크게 ‘표층적 난독증’과 ‘음운성 난독증’으로 분류된다. 난독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소리지만, 소리와 시각이 함께 관여되는 부분이 적게는 30%부터 많게는 절반에 이르기 때문에, 단어의 시각적 형태 인식과 밀접한 표층성 난독증은 글자의 겉모습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모든 텍스트는 결국 기호를 통해 우리에게 흡수되고, 그 기호는 글자를 통해 현신한다. 서체는 글자에 특유의 형태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서체를 조율하는 방법에 따라 난독증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지녔다.
보통 글자의 여러 형태를 선택하는 옵션인 서체 디자인이 난독증 환자의 일상에 큰 변화를 발휘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척 흥미롭지 않은가. 난독증과 서체 디자인을 연결시키는 시도는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영미권에서 어느 정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21세기에 접어들어 ‘난독증’을 다룬 영미권 디자인 연구 내용은 아래 3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나타스하 프렌스의 ‘리드 레귤러’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2003년,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나타스하 프렌스(Natascha Frensch)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석사 논문으로 리드 레귤러(Read regular)라는 난독증 서체를 만들었다. 실제 유통되지는 않았지만 프렌스는 자신의 연구에서 난독증의 3가지 특징을 정의했다.
첫번째로 텍스트의 중심이 씻겨나가 보이는 현상(Wash-Out Effect), 두번째로 텍스트의 여백이 두드러져 강물처럼 보이는 현상(River Effect), 마지막으로 글자가 회전하며 겹쳐보이는 현상(Swirl Effec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