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위한 디자인의 마법, 현실이 되다 - 2024년 10월호 안전보건
안전을 위한 디자인의 마법, 현실이 되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자인실
한국디자인진흥원(원장 윤상흠, 이하 디자인진흥원)은 2021년부터 산업단지에서 재해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안전서비스디자인’이라 부르며, 현장의 위험 요소를 찾아내 디자인으로 개선하고, 근로자들이 더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디자인진흥원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든 디자인 사례들을 보자.
글. 박정미 사진. 유익상
"안전서비스디자인은 현장의 위험 요소를 찾아내 디자인으로 개선하고,
근로자들이 더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례 1. 올바른 대피 방향을 알려주는 휴먼풍향계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풍향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뛰어가지만, 이는 때때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대피해야 할 때도 있는데,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피하기가 쉽다. 디자인진흥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관적으로 바람의 방향을 알게 하고, 올바른 대피 경로를 제시하는 풍향계를 디자인했다. 이 풍향계 디자인은 노란 색과 빨간색을 입혀 시인성을 높여 사람들에게 적절한 대피 방향을 쉽게 알린다.
사례 2. 쉽게 찾을 수 있는 미니 소방서
화재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시설을 빠르게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소화전과 소화기의 위치를 금방 알 수 있도록 눈에 잘 띄는 색으로 디자인한 미니 소방서가 등장했다. 이 디자인은 근로자들에게 평상시 소방시설의 위치를 각인시킴으로써 위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미니 소방 서는 위험시설이 많은 발전소에 적용되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례 3. 칼날은 안전하게, 빨간색 자석수거함
광케이블 제조업체에서는 근로자들이 작업 후 사용한 칼날을 아무 데나 두어 자주 베임 사고가 발생했다. 디자인진흥원은 베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겉면이 모두 자석으로 된 원통형 수거함을 제작했다. 근로자들이 칼날을 수거함에 자연스럽게 붙이도록 설계 했다. 이 수거함을 사용하는 작업장에서는 이제 근로자들이 무심코 칼날을 바닥에 버리지 않으며, 베임 사고도 사라졌다. 이 빨간색 자석수거함의 색이 주는 ‘사인’도 안전행동을 유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좌상. 직관적으로 방향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휴먼풍향계
디자인 : 크리에이티브다다, 2022적용 : 한국남부발전(주)
2023 제1회 더나은도시디자인대상 레드어워드(우수상) 수상 우상. 소화전과 소화기의 위치를 색으로 선명하게 표현한 미니 소방서
디자인 : 크리에이티브다다, 2022
적용 : 한국남부발전(주)
하단.
아무 데나 버려지는 칼날로 인한 베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칼날 자석수거함아이디어 기획 : 텐지노그룹
디자인 : 감성플랜, 2022
적용 : 무송지오씨
안전서비스디자인 참여 기업, 사고율 0%
디자인진흥원은 이외에도 다양한 안전디자인을 개발했다. 이들 디자인은 현장에 적용돼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안전서비스디자인 사업에는 근로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디자인진흥원 윤성원 서비스디자인실장은 “근로자들의 참여 덕분에 안전 행동이 강화되고, 사고 발생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 며 “2022~2023년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 중 90%가 만족을 표했고, 사고율도 2년 연속 0%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강조했다.
“사고를 예방하는 데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의 역할이 큽니다. 안전 행동을 이끄는 데는 단순히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와 작업 환경, 그리고 작업자의 행동까지 모두 고려해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안전서비스디자인은 위험한 작업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개선 하고 작업 절차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 근로자들이 위험을 인식 하고 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디자인진흥원은 2022년부터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함께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산업단지 안전 인프라 구축 지원)을 하고 있다. 스마트그린산업단지(2022), 국가산업단지(2023) 등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8개 기업을 지원했다. 2년간 약 52회의 컨설턴트 방문과 106회 이상의 기업 실사를 진행했다. 또 핵심 이슈 224개를 도출하고 468개의 아이디어를 발굴한 결과 108개의 실증 성과를 얻었다. 올해는 민간 부담금을 신규 유치해 실증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남부발전, 한국기술시험원 등과 협력
디자인진흥원은 산업단지공단 외에도 공기업 등 여러 기관과 협력해 안전서비스디자인을 지원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휴먼풍향계나 미니 소방서는 남부발전에 적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기술시험원에는 비상상황 발생 시 대피로 및 소화전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출구 축광 시트를 설치했다. 시험실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안내 사인도 설치 했다. 안내 사인은 고무 자석으로 제작해 유동적으로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접근 가능은 초록색, 불가능은 빨간색으로 칠해 시인성도 높였다.
디자인진흥원은 이렇게 실증된 디자인들이 기업 스스로 가져다 쓸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산업 안전의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윤실장은 “많은 사람이 안전디자인을 단순히 환경을 꾸미는 일로만 생각하지만, 안전디자인은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특히 나이 든 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안전디자인이 더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진흥원의 '색과 안전디자인'
“학교 앞 ‘옐로’, 안전을 부르는 마법의 색”
디자인진흥원 지역디자인혁신실은 초등학교 통학로에 옐로 카펫 존 설치 등 색으로 안전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지원 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까지 경남 양산시 물금초 인근 안전 마을 만들기를 도왔다.
디자인진흥원은 옐로카펫 존뿐만 아니라 통학로 일대에 색과 사인물, 픽토그램 등을 적용해 안전 인식을 높이고 안전 행동을 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지원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문 통학로 개선 안전 시설물 설치
- 후문에 옐로카펫 캐릭터 설치
- 후문 통학로에 미끄럼 방지 바닥 도막 시공
- 건널목 벽면 도색 및 벽화 시공
-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안내 사인물 설치
- 후문 어린이 안전 쉼터 마련
- 정문 '옐로카펫 존' 벽화 디자인
특히 어린이보호구역내 통행 차량 우회전 주의 표시를 실사 출력한 파란색 패트필름으로 하고 펜스 안내문을 노란색 사인물로 교체해 눈에 확 띄도록 했다. 디자인진흥원 측은 정문이 도로에서 20m 이상 안쪽에 위치하고 인도 폭이 좁아 위험 요소가 많았던 물금초의 학생과 인근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사진) 물금초 후문 건널목에 옐로카펫을 보강하고 양쪽에 캐릭터를 설치해 인지성을 더욱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