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구분하고, 눈으로 보는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아폴로산업
출처 : 월간 안전보건, 2025년 2월호 안전보건공단
안전디자인 적용 기업 : 아폴로산업(대표 이용대, 이재경)
서비스디자인컨설팅 : 텐지노그룹(대표 오영미)
디자인개발 : 비저블엑스(대표 김태균)
48년 업력을 자랑하는 국내 플라스틱 사출 및 금형 제조업체 ㈜아폴로산업 (대표 이용대, 이재경).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 위치한 이 회사가 최근 몰라보게 달라졌다. 미로 같던 공장 내부에 컬러풀한 안전색과 사인(SIGN)을 도입해 각종 표시 등이 도로의 신호등처럼 직관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주차장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차량과 보행자 길도 확실히 구분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했다. 이 뿐 아니라 온 공장의 안전표지판도 통일했다. 이러한 변화는 2024년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하는 ‘산업단지 내 제조기업의 안전한 환경을 지원하는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 (산업단지 안전 인프라 구축 지원)’ 대상에 선정돼 안전 디자인을 도입한 결과다.
글. 박정미 사진. 유익상
아폴로산업은 공장 건물 1~3층은 작업공간으로, 4층 옥상은 기숙사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25년 동안 증개축을 반복해 미로처럼 얽힌 복잡한 구조로 변했다. 이는 비상시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재경 대표는 “오랜 업력만큼 공장 내부 동선이 많이 복잡해졌고, 작업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비상시 대응 능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공장도 노후화되고 작업자들의 대피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 성이 있었다”며 “회사는 ESG 경영을 실천하면서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사고 예방에는 한계가 있었다” 고 설명했다.
불안했던 안전 구조
아폴로산업은 안전 디자인을 도입하기 전, 특히 화재 등 비상 상황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명확한 비상 대피 동선이 없어 화재 발생 시 근로자들의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평소에 생활하는 통로로 몰릴 우려도 있었다.
공장 외부도 마찬가지였다. 주차장의 보행자와 차량 동선이 뒤섞여 사고 위험이 컸다. 안전표지도 노후화로 인해 중요한 안전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외에 다국적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 정보가 부족해 언어 장벽으로 인한 안전 사각지대도 존재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폴로산업은 색과 디자인을 활용한 혁신적인 안전시스템을 도입했다.
비상 대피 시스템의 변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상 대피 시스템의 개선이다. 산업안전표지 기준의 안전 색을 적용해 직관적인 대피 경로를 만들었다. 안전관리팀 박성현 차장은 “각 위치에서 최단 대피 경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돼 대피 시간이 30%가량 단축된다”고 말했다.
각 층에 다른 색상을 지정하고, 바닥에 색상 라인으로 비상구까지의 경로를 표시했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은 어디서든 가장 가까운 비상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불이 꺼져 어두울 때도 비상 대피 사인이 눈에 보이도록 설계했다.
안전 사인은 통일
안전 사인 시스템도 전면 개편하고 통일시켰다. 노후화 된 안전표지판을 교체하고, 외국인과 고령 근로자를 위해 곳곳에 그림 위주의 안전표지를 새로 제작해 설치했다. 색상과 픽토그램을 조합해 언어 장벽 없이 모든 근로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소화기와 소화전 등 소화 시설이 눈에 잘 띄도록 그 주변을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천장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빨간색 기둥도 설치했다.
주차장도 안전하게 바꿔
공장 외부 공간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재설계했다. 보행자 전용 통로는 초록색으로, 차량 통로는 노란색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셔틀버스 정류장도 지정해 혼란을 줄였다. 무엇보다 복잡한 공장 구조를 쉽게 이해하도록 구역마다 다른 색상을 적용해 근로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직원들의 휴게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고 안전 관련 콘텐츠를 비치해 생활 속에서 안전 의식을 높이도록 했다.
박 차장은 “비상 대피 훈련에서 전체 대피 시간이 줄고 직원들의 안전 의식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컨설팅과 디자인 실증을 진행한 디자인진흥원은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의 적응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전반적인 작업 환경이 밝고 쾌적해졌다고 전했다. 아폴로산업은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한 역할별 매뉴얼을 제작하고, 정기적으로 화재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박 차장은 “안전 디자인 도입 후,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일상 안전과 대응 능력, 확실히 달라졌어요”
아폴로산업 안전관리팀 박성현 차장

Q. 안전 디자인을 도입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 위치한 오래된 국내 플라 스틱 사출 및 금형 제조업체입니다. ESG 경영을 실천하던 중, 기존의 안전관리 방식에 한계를 느꼈어요. 그러다 ‘디자인’ 으로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접하게 되었죠. 3번의 도전 끝에 2024년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산업단지 안전 인프라 구축 지원) 대상에 선정됐습니다.”
Q. '안전 디자인' 도입 후 변화를 피부로 느끼나요?
“비상 상황 시 신속한 대피와 대응이 가능하도록 내부 동선을 재설정하고, 근로자들이 명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색을 가미한 안전 디자인 사인을 공장 내부에 적용했어요. 이후 훈련을 해봤는데 대피 시간이 30%나 단축되는 등 유효성이 컸습니다. 또 안전 사인을 통합하고 색을 가미해 처음 공장을 방문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를 통해 특별한 비상 상황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상 상황에 따른 인원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적용한 결과 별도의 지시 없이도 상황에 따른 활동이 가능하더라고요.”
Q.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공장이 깨끗해지고 밝아져 다들 좋아합니다. 특히 2024년 아리셀 화재사고 이후 모두가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변화로 그런 불안감이 크게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안전이 ‘보이는 것’으로 바뀌니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본사 공장 규모가 약 1만8000㎡로 넓어서, 전체를 한 번에 바꾸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더 많은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생기면 계속 안전 디자인을 도입해 나갈 계획입니다. 안전이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관련자료 : 아폴로산업 안전디자인 가이드 - 비저블엑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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