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

서울특별시교육청, 도시건축이도㈜, 서경대학교 산학협력단. 2024

학교공간을 설계하는 새로운 기준, 서울시교육청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

학교는 더 이상 학생만을 위한 폐쇄적 공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 돌봄 기능 강화, 지역 커뮤니티와의 복합화 등 사회 구조의 변화는 학교시설의 역할을 다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학교시설은 여전히 보행약자 편의를 위한 개별 시설 설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공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디자인 관점은 정착되지 못한 상태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 비대면 수업과 융합교육 등 새로운 교수-학습 방식의 확산도 기존 학교공간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유니버설디자인을 정책적으로 도입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2023년 제정된 「서울특별시교육청 유니버설디자인 촉진 조례」는 모든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이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교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선언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에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했고, 약 1년에 걸친 조사와 분석 끝에 『서울특별시교육청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였다.

이 연구는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념과 철학을 제도적 언어로 정리하고, 서울시 학교시설의 현황을 진단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기준을 체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 등 다양한 사용자의 관점을 반영하여 공간별 디자인 원칙을 도출했고, 그 결과가 가이드라인으로 정리되었다.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권고 수준의 기술 자료가 아니다. 조례에서 제시한 정책 목표를 실행으로 전환하는 실천 도구로서, 교문, 복도, 계단, 승강기, 화장실 등 일상 동선뿐 아니라 특수학급, 도서관, 식당, 돌봄교실, 강당 등 다양한 공간유형에 대해 구체적인 적용 기준을 제시한다. 공간유형별 체크리스트는 ‘양호–미흡–해당없음’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점검 및 평가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이 가이드라인은 신축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 증·개축, 운영·관리 단계 전반에 걸쳐 적용 가능하도록 구성되었으며, 설계자, 건축사, 공무원은 물론 학교시설 관리자와 교직원 등 실무자에게도 실질적인 참고자료가 된다. 시설계획 초안 단계부터 준공 이후의 유지관리까지 전 주기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기준서라는 점에서, 서울시를 넘어 전국 교육청의 공공디자인 정책 사례로도 주목받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과 그 기반이 된 정책연구 보고서는, 선언적 조례와 현장 실행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구조적 장치다. 학교시설을 하나의 공공 자산으로 보고, 그 품질과 포용성을 동시에 높이고자 하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방향성이 집약되어 있다. 두 문서는 서울의 학교공간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기준점이자, 향후 전국의 교육청과 공공기관이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을 추진할 때 참고할 만한 선도적 사례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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